[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때 재계를 호령했던 기업별 컨트롤타워가 사라지고 있다. 지배구조 변경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진 것에 대한 자성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기업들은 이사회 중심 경영 및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삼성·한화 ‘폐지’, 롯데 ‘축소’…일각서 부작용 우려 제기
눈앞 해결 급급…포스트 미래전략실 부활 필요성 대두되기도


주요 그룹들이 중대한 결정마다 사안을 조율하고 업무를 수행해 온 그룹 컨트롤타워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그룹들의 컨트롤타워는 초기에는 회장 비서실이 맡았으나 IMF를 거치면서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바뀐 뒤 기획조정실과 경영기획실, 미래전략실로 변천했다.

하지만 그룹 총수의 전위부대 역할로 낙인찍힌 뒤 부정적인 여론에 휩쓸려 결국 폐지에 이르게 됐다. 


계열사 자율경영 강화 차원

지난달 31일 한화그룹은 이사회 중심 경영 및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화가 그룹을 대표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그룹 단위 조직으로는 그룹 차원의 대외 소통 강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준법 경영 강화를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해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임원들로 구성되고, 그룹 브랜드 및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사회공헌(CSR), 대외협력 기능 등에 관하여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집행하게 된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을 도모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들의 이행여부 점검 및 관련 업무를 자문·지원하며 위원회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고 위원장은 이홍훈 前 대법관이 맡게 될 예정이다.

경영기획실 해체와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및 컴플라이언스위원회의 신설·운영을 통해 각 계열사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 기능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계열사는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강화된 각 계열사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독립·책임 경영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삼성그룹도 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식화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2월 28일 미래전략실 해체를 결정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미전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진데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약속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 미전실은 58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전신은 1959년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이다. 이건희 회장 체제이자 IMF 직후인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롯데그룹도 2016년 12월 중순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내놓은 방안을 두고 조직개편안을 논의했다.

조직개편안에는 당시 7개실인 정책본부 조직을 4개팀으로 축소하고 그룹 내 93개 계열사를 유통과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대 부문으로 나눠 부문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시 인원도 300여 명에서 30~40% 줄이기로 했고 준법경영을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설치해 감사나 진단 업무를 대폭 이관함으로써 다른 조직을 줄이라는 내용도 있다.

롯데는 당시 개편안을 통해 계열사를 감독·지휘하던 정책본부가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로 바뀔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부활 의견도 상당수, 그러나 기업들은…

재계가 연이어 그룹 컨트롤타워을 폐지하거나 축소하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활약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삼성그룹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사라졌다고 분석, 어떤 식으로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계열사 별 TF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전실이 미래를 내다보고 전략을 세우면, 각 계열사가 사업을 전개해 나가며 효율성을 높였다”며 “하지만 컨트롤타워가 없는 지금은 단기적인 현안 해결은 가능 하지만 과거처럼 큰 그림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기업 경영 방침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로 국회의 압박에 시달려 미래전략실 해체를 감행한 것이 당시에는 최선이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론 아니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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