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부터 갑을 관계 개선까지…갈 길 먼 정책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른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월 14일을 기점으로 위원장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지난해 취임 이후 1년 동안 김상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주요 경제 정책 기조 중 하나인 대기업 재벌 개혁, 갑을(甲乙) 관계 개선 등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그와는 반대로 일각에서는 김상조 발(發) 규제 정책이 쏟아졌지만 실효성은 떨어졌다는 혹평도 존재한다. 일요서울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지난 1년간의 공과를 되짚어보고 올해 2년 차인 공정거래위원회 향후 정책 방향을 살펴봤다.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효과 등은 긍정적 평가
민원·신고 신청 지난해 대비 약 32% 증가해

갑질 문제 아직도 존재…기업 규제 실효성 의문
기업 옥죄기냐, 상생 유도 정책이냐 여전한 논쟁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상조 위원장은 첫 장관급 인사로서 많은 기대감을 받았다. 지난해 인사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김상조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했을 정도다.

청와대는 김상조 위원장의 정책 능력이 이미 입증됐다는 판단이었다. 재벌 저격수로 워낙 명성이 자자했고, 그런 만큼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적 약자들을 대변하는 동시에 경제 검찰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가장 두드러진 효과는 재벌 개혁,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은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가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폐해가 지적됐다.

해당 문제와 관련해 김상조 위원장은 각 기업들의 자발적 개선을 촉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지정 57개 공시대상 기업집단(3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포함) 순환출자 현황을 지난 4월 24일 발표했다.

현황에 따르면 4월 20일 기준 순환출자 고리는 6개 집단 41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지정일 기준 57개 집단 중 10개 집단이 282개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던 것과 비교했을 때,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후 1년간 241개(85%)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지정된 57개 대기업집단의 지정일 이후 올해 4월 20일까지의 순환출자 변동 내역을 점검했다. 지난해 5월 1일 지정된 3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같은 해 9월 1일 지정된 57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포함)이 대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이 위 기간 중 순환출자의 해소와 관련해 공시하거나 대외 발표한 내용을 해당 집단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점검했다. 그 결과 4월 20일 현재 57개 기업집단 가운데 6개 집단에서 41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26개 기타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서 각 지정일 이후 241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된 셈이다. 지난해 5월 1일 지정 당시 31개 집단 가운데 8개 집단이 93개 고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 4개 집단, 10개 고리가 남은 것이다.

상세 기업별로는 ‘롯데’ 가 67개, ‘농협’ 이 2개, ‘현대백화점’ 이 3개, ‘대림’ 이 1개 고리를 해소해 기업집단 내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했고, ‘영풍’ 도 6개 고리를 해소했다. ‘삼성’(3개), ‘현대중공업’(1개)도 순환출자 고리를 공정거래법상 유예기간 동안 해소했다.

자산 10조 원 미만 공시 대상 기업집단도 2017년 9월 1일 지정 당시 26개 집단 가운데 2개 집단이 189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8년 4월 20일 현재 2개 집단에서 31개 고리가 남아있다.

그 중 ‘롯데’는 지분 매각 및 2단계에 걸친 분할 합병을 통해 기업집단 내 67개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 해소했다.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을 매각(2017년 9월 14일)해 순환출자 고리가 50개로 감소했다.

4개 상장 계열회사의 분할 합병(2017년 10월 12일 등기) 및 이를 통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8개로 감소했다. 잔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는 6개 비상장 계열회사 간 분할합병(2018년 4월 2일 등기)을 통해 8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해소됐다.

‘대림’은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는 계열회사(대림코퍼레이션)가 같은 고리 내에서 자신에게 출자하는 다른 계열사(오라관광)의 보유 주식(4.32%, 45만여주)을 자사주로 매입(2018년 3월 30일)해 기업집단 내 순환출자 고리(1개)를 전부 해소했다.

'현대백화점'은 총수 일가가 순환출자 고리 내 계열회사 간 출자 주식(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및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매입(2018년 4월 5일)해 기업집단 내 순환출자 고리(3개)를 전부 해소했다.

'영풍'은 공익재단에 대한 증여와 수회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해 기업집단 내 7개 순환출자 고리 중 6개를 해소했다. ‘SM’은 4차례의 계열사 간 지분 매각을 통해 총 158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현재 27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다.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해소 노력은 그간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특히 소유·지배 구조 차원에서 기업집단의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는 핵심 고리가 해소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을의 눈물을 없애겠다면서 나선 갑(甲)질 근절도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해 7월 가맹점 사업자가 본부로부터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필수품목에 대한 정보 공개 범위를 넓히는 등 가맹분야의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과 관련된 하도급과 관련된 대책도 발표했다. 대기업이 하청 업체에 전속 거래를 강요하는 행위나 원가와 관련된 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이하 공정위)는 2017년 사건 및 민원처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 접수는 3188건으로 지난해 보다 약 16% 감소했으며, 민원·신고 신청은 4만1894건으로 지난해 보다 약 32% 증가했다.

과징금 부과 금액은 지난해 보다 약 66% 증가한 1조3000억 원 수준이었다. 민원·신고 신청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4만1894건이 접수돼 지난해(3만1795건)과 비교해 약 32% 증가했다. 다만 민원·신고 신청 건의 상당수는 시효가 지난 것, 이미 신청했던 민원을 재차 신청한 것, 민·형사 소송의 대상인 것 등으로서 공정위가 소관 법률을 적용해 정식 법 위반 사건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고 및 자진시정 등의 처리 건수는 감소했지만 고발, 시정명령, 과징금 등이 부과되는 주요 사건의 처리 수는 증가했다. 경고 건수는 지난해 보다 약 26%, 자진시정 건수는 지난해 보다 약 22% 각각 감소했다.

과징금 부과 건수는 지난해 보다 약 34% 증가(111건→ 149건) 했으며, 부과 금액은 지난해보다 약 66% 증가(8038억 원→1조3308억 원)했다. 갑을(甲乙)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대부분인 분야(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 불공정 하도급, 유통업법 위반 행위 등)에서의 사건 접수·처리 현황은 사건 접수·처리 건수다 감소했지만 시정명령, 과징금 등 실제적인 조치가 부과되는 건수는 증가했다.

다만 긍정적 평가와는 달리 성급한 정책 기조에 따른 실효성 없는 정책이란 지적도 있다. 각 기업들의 자발적 지배구조 해소가 실질적 재벌개혁의 성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거나 규제를 통한 경영 활동 옥죄기만 했다는 비판인 것이다.

실제 김상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와 효성그룹 총수 2세를 줄줄이 검찰에 고발하는 등 형사 고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기업들을 규제하는 움직임도 많았던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각종 경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기업 관련 정책들은 유독 규제 일변도라는 지적이 많다. 해당 법안을 적용받는 기업들은 아무런 혜택도 없이 갈수록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지금처럼 광범위하고,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는 부정 업무 근절 효과를 보지 못하고 관련 사업 위축이라는 부작용만 더욱 초래할 수 있다”면서 “규제 속도를 완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정부의 목표 도달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불공정 거래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 재벌개혁을 말하기 전에 공정거래위원회 개혁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한 업체 대표는 “갑질을 일삼은 대기업도 문제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더욱 문제”라면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대기업 중심으로 조사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힐난했다.

또 다른 피해자 역시 “김상조 위원장 한 명 취임했다고 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두 변하겠느냐”면서 “공무원 사회의 보수적인 질서를 타파하고 자체적인 개혁부터 실시하는 것이 ‘을’을 위한 첫걸음 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3월 29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납품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한 애로사항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입점 기간 내 백화점 납품 중소기업 195개사 중 51.3%인 100개사, 마트 납품 중소기업 305개사 중 43.6%인 133개사가 불공정거래 경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이끌었던 지난해부터는 백화점 납품 중소기업 중 19.5%인 38개사, 마트 납품 중소기업 중 8.9%인 27개사가 1년 내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한편 김상조 위원장을 필두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역시 재벌 개혁은 물론 갑을관계 개선과 관련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정책의 균형 감각은 김상조 위원장에게 남은 숙제로 보인다. 

 

[현장은 지금] 보릿고개 넘는 자영업자들

 

“김동연이고, 김상조고 모르겠고 너무 힘들어요”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김동연(경제부총리)이든,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든 나는 잘 모르겠고 갈수록 영업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반도체 등 업종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국내 외감기업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숙박업은 중국 발 사드 배치 보복 여파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4.8%를 나타냈다. 전년 7.9%에서 급감한 모습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4.1%에서 2.2% 로 하락했다.

매출액 영업이입률은 매출에서 영업 비용 등을 제외한 수치인데, 음식·숙박업의 경우 1000원의 매출을 올렸을 때 남은 이익이 22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분기 국민계정상 음식·숙박업 증가율은 -2.8%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음식·숙박업은 지난 4월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생산이 줄어들다 3월 5% 증가로 전환했으나 지난달 다시 감소했다.

한 프랜차이즈 매장 관계자는 “업황 불황에다 관광객 감소까지 호재가 한 가지도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면서 “더군다가 최저임금 상승, 부동산 임대료 등 고정 지출까지 늘어 갈수록 영업 환경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생이다 뭐다 여기저기 듣기 좋은 소리는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인 체감상 무엇이 좋아졌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은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이라고도 불리는 산업인 만큼 정부가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이 높은 정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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