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론조사’ TK에서도 오차범위 접전… 한국당 “여론조사기관 폐쇄” 불만 ‘폭주’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여론조사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6.13지방선거 마지막 여론조사가 지난 7일 발표된 가운데, 대표적인 자유한국당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은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집단 조작 의혹’ 제기부터 ‘여론조사기관 폐쇄’ 주장까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가 투표 결과와 크게 빗나간 경우가 많았던 사실이 이들의 주장을 방증한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 6.13지방선거가 여론조사결과와 판이하게 나온다면 한국당이 아닌 여론조사기관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6년 총선 여론조사 결과 상당수 ‘불발’ 무용론 ‘도화선’
실제 결과 불일치 클 경우 여론조사 기관 존립도 ‘위태’

 
6.13지방선거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에서 승리가 점쳐졌다. 여론조사는 우세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밴드왜건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7일 오전 0시부터 금지된다. 이번 조사대로면 1995년 민선 지방선거가 도입된 후 20년 만에 유례없는 압승이 예상된다.
 
KBS·MBC·SBS가 여론조사기관인 칸타퍼블릭·코리아리서치센터·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PK(부산‧경남)·호남·충청·강원 등 14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1위했다. 한국당은 대구와 경북에서만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민주당 후보들이 근소한 차이로 맹추격 중이다.
 
TK에서도 격차 미미 이대로면 ‘몰패’
 
서울시장의 경우 박원순 민주당 후보가 49.3%, 김문수 한국당 후보가 13.6%,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10.7%로 드러났다. 경기지사의 경우에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48.6%로 남경필 한국당 후보(19.4%)를 29.2%포인트 앞섰다. 인천의 경우에도 박남춘 민주당 후보가 40.6%로, 19.2% 지지율을 기록한 유정복 한국당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충청권과 강원지역도 민주당 후보들이 우세했다. 충북지사의 경우 이시종 민주당 후보가 47.8%로, 박경국 한국당 후보(14.3%)를 압도하는 지지율을 냈다. 충남지사의 경우 양승조 민주당 후보가 40.4%의 지지를 받아 이인제 한국당 후보(19.6%)를 크게 제쳤다. 대전시장의 경우 허태정 민주당 후보가 43.0%, 박성효 한국당 후보가 19.3%로 나타났다.
 
‘보수 텃밭’으로 분류됐던 PK에서도 이번 만큼은 민주당이 우세하다. 부산시장의 경우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50.5%를 기록, 과반 이상의 지지율을 냈다. 서병수 한국당 후보는 20.4%에 그쳤다. 울산시장의 경우 송철호 민주당 후보와 김기현 한국당 후보가 각각 44.4%, 24.9%를 기록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으로 시끄러웠던 경남지사의 경우에도 김경수 민주당 후보(43.3%)가 김태호 한국당 후보(27.2%)를 앞섰다.
 
주목할 점은 대구‧경북에서 마저 한국당의 1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TK에서 민주당 후보의 대약진, 오차 범위 내에서 1~2위가 엇갈렸다. 대구시장의 경우 권영진 한국당 후보(28.3%)와 임대윤 민주당 후보(26.4%) 간 격차가 1.9%포인트에 불과했다. 경북지사의 경우에도 이철우 한국당 후보가 29.4%, 오중기 민주당 후보가 21.8%로 한 자릿수 격차를 보였다.
 
제주지사의 경우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39.3%로 문대림 민주당 후보(28.8%)를 10.5%포인트 앞섰다.
 
이번 조사는 2~5일 각 시도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800명에서 1008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조사(유선 16~25%·무선 75~84% 내외) 방식으로 실시됐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는 3.1~3.5%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洪 “혹세무민 엉터리” 리얼미터 등 반박
 
하지만 한국당은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민심과는 괴리가 있을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여론조사 기관의 폐쇄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게 지적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최근 여론조사 행태를 보니 아예 작정하고 편들기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지난 대선 때부터 시작된 편들기 여론조사가 선거를 앞두고 이제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는 최고 32.3%나 엉터리로 발표하더니 이번에는 지난 5월31~6월1일 경남MBC에서 보았듯, 모집단 샘플을 지난 대선 실제 투표 기준으로 민주당 지지자를 우리당 지지자의 두 배가 넘게 뽑아 조사해 놓고 그걸 여론조사라고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선거가 끝나면 이런 여론조사 기관은 폐쇄시켜야 한다”며 “한 점의 직업적 양심도 없이 특정 정당 편들기로 혹세무민하는 이런 여론조사 기관은 이번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여론조사 왜곡 충격 실상 동영상”이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홍 대표가 게시한 동영상에는 한 언론사가 실시한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00명 중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고 답한 응답자가 422명, ‘홍준표 한국당 후보를 찍었다’고 답한 응답자가 185명이었다. 조사 집단 자체가 왜곡됐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경기지사 한국당 후보로 나선 남경필 캠프에서도 ‘여론조사 무용론’을 내세우고 있다. 김우식 대변인은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20대 총선이 끝난 뒤 모든 언론은 숱한 기사를 쏟아내며 여론조사가 틀린 데 대해 반성문을 썼다”면서 “선거 전 여론조사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 3사가 66억 원의 예산으로 공동 실시한 출구조사마저 틀렸다”고 강조하며 과거 사례를 되짚었다.
 
김 대변인은 “한 일간지에서 ‘경기도지사의 경우, 남경필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41.3%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같은 날 다른 언론에서는 이전 조사에 비해 남 후보와 이 후보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언급하며 언론마다 상이한 여론조사 결과를 꼬집었다.
 
반면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홍준표 대표가 제기한 ‘여론조작 의혹’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앞서 홍 대표는 경남MBC와 리얼미터가 시행한 경남지사 여론조사에 대해 편향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한 바 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4일 입장문을 내고 “홍준표 대표의 (19대 대선) 득표율만큼 응답자를 받을 때까지 조사를 계속하는 것과 사후 통계보정으로 홍 대표의 득표율만큼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변화된 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실제 투표결과와 상반되거나 매우 다른 결과를 낳아 2년 전 4·13 총선에서와 같이 여론조사의 재앙을 또 다시 잉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19대 대선에서 당시 홍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에 다다를 때까지 조사를 계속 하는 것 자체가 여론 조작이 될 수 있다”면서 “일단 1000명이면 1000명, 800명이면 800명의 목표 응답자를 다 채우고 난 후에 사후 통계보정으로 홍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에게 가중치를 더 준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이것이 여론조사가 목표로 하고 있는 현재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과거 여론조사에서도 불일치 사례 多
 
그러나 과거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가 불일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여론조사의 신뢰도 문제가 지속해서 불거지는 이유다. 2년 전 총선의 경우에도 다수 지역에서 사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당선 결과가 빗나갔다. 당시 한 여론조사 업체 대표가 공개 사과를 하기까지 했다.
 
2016년 4·13 총선의 경우 여론조사 기관 예측 오류의 대표적 사례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에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0% 포인트 이상 앞서거나 박빙 우위로 예측됐다. 하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정 후보가 52.6%의 득표율을 얻어 오 후보(39.7%)를 큰 차이로 제쳤다. 서울 강남을의 경우에도 전현희 민주당 후보가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에게 10∼15% 포인트 가까이 뒤처졌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51.5%의 득표율을 얻어 김 후보(44.4%)를 제치고 당선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인천시장 여론조사에서도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보다 앞섰지만, 실제 결과는 유 후보가 49.9% 득표율을 얻어 송 후보 48.2%를 제쳤다.
 
2010년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방송 3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50.4%)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32.6%)를 17.8% 앞선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투표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0.6% 포인트에 불과했다. 인천시장의 경우에도 여론조사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가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11.3% 포인트 앞섰지만, 실제로는 송 후보가 8.3% 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여론조사 ‘들쑥날쑥’ 신뢰성 의혹 제기는 당연?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의구심을 던지는 시각이 많다. 여론조사 기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유·무선 조사방식에 따른 편차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지역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의원은 “여론조사와 바닥 민심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몇 분씩 걸리는 여론조사 전화에 응답하는 사람들은 열렬 지지자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무선 비율은 연령대를 크게 반영하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사방식에 따른 변수를 지적했다.
 
실제로 6.13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경남지사 선거의 경우 휴대전화 안심번호 사용 비율에 따라 두 후보 간 격차가 큰 차이를 보였다. 유선 RDD(임의전화걸기)와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각각 20%와 80% 비율로 혼용한 조사 결과에서는 1위인 김경수 후보와 2위 김태호 후보가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100% 유선 RDD 방식으로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6~7%에 불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높지 않은 점도 여론조사 정확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모름’ 또는 ‘무응답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실제 결과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야당들이 실제 선거에서 ‘샤이(shy) 보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전문가는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지율 격차가 정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무응답 비중이 높을 경우 선거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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