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의구심 '증폭'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휴대전화 안심번호는 이동통신사로부터 8000개~2만개를 받아 샘플로 사용한다. 이 안에서 계속 여론조사를 하니 석 달 전이나 두 달 전이나 지금이나 그 결과가 똑같다.” 지난 5일 서병수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가 이 같이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 실시 방법에 대해 왜곡 의혹을 제기했다.

서 후보는 “현장에 나가보면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와 다른 밑바닥 민심을 느낄 수 있다”며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심번호 제도’란 이동통신 3사가 보유한 휴대폰 전화번호를 이용자의 휴대전화번호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일회용 가상번호로 변환해 제공하는 것이다. 가상번호로 전화를 걸면 실제 번호로 연결된다. 이동통신사는 유권자의 성별·연령·지역 등을 포함한 안심번호를 선관위에 넘기고, 선관위는 공직선거관리규칙 제25조의 7에 따라 여론조사 기관에 제공한다. 집 전화만을 통해 조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확성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종전에는 유선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만 가능했다.

안심번호 제도의 최대 장점은 응답률, 특히 휴대전화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층과 낮 시간대의 응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안심번호를 통한 여론조사’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조사기관이 유선전화와 무선전화의 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는 것. 대부분의 조사 기관은 유선전화 80% 무선전화 20%, 또는 유선전화 90% 무선전화 10% 등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앞서 경북 안동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장대진 전 한국당 후보는 직접 시연을 통해 여론조사기관의 안심번호 조작 가능 의혹을 제기했다. 장 전 후보에 따르면 사전 조작을 통해 안심번호를 통한 휴대전화 응답자를 조사기관의 의도대로 정할 수 있다.

장 전 후보는 휴대전화 3대를 동원해 직접 조작 가능을 시연했다. 우선 여론조사기관에서 A휴대전화를 이용, B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B휴대전화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대신 안심번호를 지정한 C휴대전화가 울렸다. 신호음이 30초 울린 뒤 C휴대전화의 통화연결음이 끊어지자 곧바로 B휴대전화가 울렸다. 장 전 후보는 이를 ‘40초의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40초 전에 B휴대전화를 수신하더라도 A휴대전화 발신자 표시에는 C휴대전화의 번호가 찍혔다. B휴대전화를 수신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A휴대전화에는 C휴대전화에 전화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해 보면 A휴대전화의 주인은 B휴대전화, 즉 모든 여론조사 대상의 휴대전화에 대해 안심번호를 지정한 C휴대전화를 경유토록 사전 조작할 경우 A휴대전화가 의도한 대로 여론조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정황이 형성된다.

장 전 후보는 “지난달 25일부터 실시한 여론조사의 경우 실제 전화를 받은 당원은 1200여 명이고, 나머지 4500여 명에게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책임당원 모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이번 시연에서 보았듯이 안심번호 여론조사는 해당 조사기관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악의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며 “이는 엄청난 범죄행위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심번호 도입 초기다 보니 공정성‧신뢰성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적의 유‧무선 비율을 도출하기 위한 학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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