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금배지’ 여야 정치 지형 大지각변동 서막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포스트 6‧13 정계 개편의 서막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 결과보다 그 결과에 따른 ‘포스트 지방선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반도에 몰아치는 ‘신(新)북풍’이 정부여당의 압도적 지지율을 견인하면서 “승자는 이미 정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은 보수 야당에 극도의 위기감을 안겨 야권발 정계개편의 단초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보수 야당이 여당에 맞서기 위한 ‘보수대통합’을 추진하고, 이에 위협을 받는 민주당이 ‘외부 수혈’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대응하면서 대규모 지각변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최소한의 안전 의석인 ‘150석’을 목표로 적극 대응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여당, 12개 재보궐선거, 탈당‧무소속 의원 입당 여대야소 정국 기대
보수 야당, 김무성‧손학규 한국당+바른미래당 통합 ‘이탈’ 의원도

 
다가올 야권발 정계개편은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서 촉발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야당은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민주당이 14곳, 12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중 11곳에서 민주당 승리를 점치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보수 야당에선 여론조사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야권 내에서도 민주당의 승리에 대해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선거 참패 시, ‘보수대통합’ 수면 위로
 
지방선거 참패 시 당장 한국당에서는 ‘홍준표 사퇴’ 목소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이슈로 떠오른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당이 정부 여당에 대한 건전한 비판보다는 색깔론 등으로 발목잡는 세력으로 비춰지고, 끊임없는 사당화(私黨化) 논란을 일으킨 홍 대표에게 사퇴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다. 그간 내재됐던 ‘洪 체제’에 대한 불만이 지방선거 후엔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올 공산이 다분하다.
 
이와 더불어, “더 이상 보수가 분열해서는 안 된다”며 통합 필요성이 본격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중진인 김무성 의원은 일찌감치 보수대통합 불씨를 당기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부산 지원 유세에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분열된 보수를 통합시켜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예고했다.
 
단일화 문제를 놓고 바른미래당과 줄다리기를 하던 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도 바른미래당을 향해 “당(黨) 대 당 통합을 약속하라”며 적극 손을 내민 상태다.
 
바른미래당의 경우도 선거에서 참패하면 창당 회의론이 커지면서 사분오열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대통합 움직임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 이에 우호적인 전 바른정당 측과 한국당과 선을 긋는 전 국민의당 측 간 ‘각자도생’이 펼쳐질 공산이 있다.
 
올초 마지막까지 한국당 복당을 고려했던 이학재 의원이나 복당을 유예하며 “지방선거 후를 지켜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정병국 의원을 중심으로 한국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대표적 ‘보수통합론자’로 꼽힌다.
 
박주선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 등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은 한국당과의 통합에 극렬 반대하고 있는 만큼 보수대통합이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 또는 민주평화당으로 거취를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측근이자 캠프 대변인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김문수 후보 측에 보낸 ‘서로가 힘을 합쳐 야권 재편을 주도하자’는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파장을 일으킨 상태다. 안철수 후보는 진화에 나섰지만, 안 후보 측 대표적 측근의 ‘의중’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에서 한국당과 안 후보 간 ‘교감’이 잦아지자 평화당에서,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을 향한 러브콜도 나오고 있다. 평화당은 선거 이후 이들의 복귀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형구 평화당 부대변인은 “DNA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제대로 되겠느냐”며 “(선거 후)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들을 향해 “안철수에게 세 번 속지 말고 돌아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할론’ 예고한 김무성‧손학규
 
한국당에서는 보수대통합의 정계개편을 이끌 인사로 김무성 의원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 복당파 의원들이 거론된다. 김무성 의원은 이미 선거 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천명한 바 있다.
 
다만 김 의원이 직접 전면에 나서 당권 도전을 통해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 쇄신 작업을 이끌면서 이완구 전 국무총리, 정우택 의원 등 충청권 중진들을 앞세워 통합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대여(對與) 투쟁의 기폭제가 됐던 ‘드루킹 특검’을 관철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김 원내대표가 당권 도전을 통해 보수대통합을 이끌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른미래당에선 일찌감치 “정계개편을 준비하기 위해 왔다”는 손학규 상임선대본부장이 선거 이후 적극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바른미래당에선 한국당이 해체 수순을 거친 뒤 일부 의원을 영입하는 방식을,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의 흡수통합 방식을 선호하고 있어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관건이다. 손 위원장과 김무성 의원은 과거 ‘제3지대’를 추진한 전력이 있는 만큼 제3세력으로 헤쳐모이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보수대통합에 ‘위기감’ 민주당, 발 벗고 나선다
 
야권 발 정계 개편은 민주당을 움직이는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수대통합이 성사될 경우 민주당이 1당 지위를 뺏길 수 있어서다. 1당 지위를 잃으면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및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에서 불리함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 수는 각각 119석, 113석으로 6석 차이에 불과하다. 한국당이 바른미래당(30석) 일부와 합쳐질 경우 의석 수 역전이 일어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선 원내 1당 유지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 의회 지형에서 개혁입법 추진 등에 수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점도 이러한 움직임을 부추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그간 의석 수가 너무 부족해 국회에서 힘을 못 썼다”며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를 맞은 올해 민생이나 개혁 법안을 통해 문재인 정부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안정 의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과반인 150석은 민주당의 목표가 될 수 있는 안정 의석이다. 민주당이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11곳을 승리할 경우 기존 119석을 합쳐 130석이 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의석 수를 산술적으로 합한 143석에 한참 못 미친다.
 
물론 범진보 대 범보수 표 대결로 가면 민주당이 유리한 상황에 놓이는 건 맞다. 범진보 진영의 의석 수를 합하면 최대 157석으로 과반을 넘길 수 있다. 민주당 130석에 평화당 14석, 정의 6석, 무소속 3석(친여 성향 이용호‧손금주 의원에 최근 한국당 탈당 후 민주당 후보 지지한 강길부 의원), 민중당 1석,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평화당과 함께 하는 비례 3인방(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을 모두 합치면 157표가 된다.
 
하지만 최근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등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은 민주당으로선 개별 입당이나 통합 등을 통해 적극 몸집 불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사무총장인 이춘석 의원은 보수대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이를 대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예 그쪽(보수 야당)에서 합당 등을 거쳐서 우리가 1당 지위가 어려워진다고 하면, 저희도 어떻게 나름대로 대응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실 무소속 후보들이라든가 일정 부분 다른 당의 후보들도 저희 당에 대해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방선거가 지나면 한번 고민해 보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선거 이후 본격 행보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여의도 내에선 국민의당 탈당파인 무소속 손금주 의원과 이용호 의원이 민주당과 줄곧 교감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선거 결과를 지켜보면서 이후 입당 시기와 방식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을 탈당한 강길부 의원도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선거 이후를 관망하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이들이 민주당에 입당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평화당의 경우 표면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민주당이 문을 활짝 연다면 기류가 바뀔 수 있다. 더욱이 2020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평화당 초선을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할 수 있다.
 
전 국민의당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평화당 의원들의 민주당행(行)에 있어 그간 가장 큰 걸림돌은 민주당이 받아주느냐 여부였다”며 “지금으로선 민주당이 아쉬울 게 없어 받아주지 않고 있지만, 데려왔을 때 과반이 넘는다고 하면 (통합이나 개별 입당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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