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벽산건설 지분 매각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제의 출발은 1998년 벽산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갈 당시, 채권단이 떠안은 벽산건설 주식에 대한 처리문제. 당시 채권단과 벽산 측은 추후 채권단 보유지분을 매각할 때, 기존 대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을 준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근거로 지난달 10일,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 일가는 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소액주주들과 관련 투자사는 이에 반발하며 대주주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모 경제신문의 초판 싹쓸이 사건으로까지 비화되며 무성한 뒷말을 낳은 벽산건설 지분 매각과 관련된 잡음을 파헤쳤다. 2월18일 저녁 무렵. 서울시내 주요 지하철 및 버스 정류장 인근에 설치된 가판대에서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모 경제신문 가판이 모조리 동이 났던 것. 가판이 나온 지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아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다름 아닌 한 M&A 대상 건설회사가 자신들에 유리하지 않은 기사를 보도한 해당 신문 1만 4,000부를 수거해 폐기처분했기 때문이었다. 해당기사를 보도했던 경제신문은 기사내용상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판단, 추후 배달판에서는 삭제토록 했다.

문제가 됐던 기사는 ‘부실대주주 우선매수권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채권단 지분매각을 앞두고 있는 벽산건설 대주주에 대한 특혜의혹이 제기되었다”는 것이 요지였다.벽산건설은 지난 1998년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공적자금을 투입, 정상화 과정을 밟아왔다. 당시 채권단은 벽산건설 측과의 양해각서(MOU)를 통해, 추후 채권단 보유지분을 매각할 시, 기존 대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을 인정하는 계약을 체결했던 것.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은 이를 근거로, 지난 2월 10일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일부 벽산건설 소액주주들과 (주)벽산의 2대주주 아이베스트창업투자사가 반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소액주주운동 사이트에서 한 네티즌은 “수 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정상화시킨 기업을 헐값에 기존 부실대주주에게 넘기려 하고 있다”며 “국민의 혈세에 의해 정상화된 벽산건설을 기존 대주주에게 넘기려는 시도는 다분히 특혜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주)벽산 지분 43.68%를 보유한 2대 주주 아이베스트 측도 과거 부실 경영의 책임이 있는 경영자에게 벽산건설을 다시 넘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그러나 벽산 건설 측은 이같은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벽산건설 측은 “벽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려는 특정세력의 주장이 너무 확대, 보도되었다”고 반발했다. 벽산 측은 워크아웃 돌입부터 지금까지 충실히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고, 논란이 일고 있는 우선매수권 조항도 당시 은행, 금감위 등과 합의했던 사항인 만큼 타당한 권리 행사라는 주장이다. 벽산건설의 한 관계자는 “마치 현재의 벽산건설이 커다란 부실요인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워크아웃 당시 벽산건설 주식 중 1,932만여주(지분율 51%)를 떠안은 채권단은 양해각서에 따라 김희철 회장 등 대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식으로 그동안 벽산건설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 ‘대주주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계속되자,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했다.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측에 따르면, 98년 당시 워크아웃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을 주겠다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며, 계약 자체에는 법적인 하자가 없지만 일부에서 문제제기가 있어 다시 검토해 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절차상의 문제는 없지만,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에게 회사를 돌려주는 것에 대한 일부의 반발도 고려 중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우리은행이 벽산건설 매각작업을 보류한 또 다른 이유는 지나치게 헐값에 매각하려한다는 일부의 지적 때문이다.

김희철 회장 측은 채권단 보유 지분을 주당 4,000원에 인수하려고 했지만, 이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가격인 5,000원(액면가)에 못 미친다.특혜의혹과 헐값매각이라는 일부의 비판을 받고 있어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결국 이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 입장임을 전제로 “IMF라는 특수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부실을 겪은 벽산건설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상화 과정을 착실히 밟아 왔다”고 전제한 뒤, “회사의 회생을 위해서는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에 우선 매각권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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