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일당천하를 만들며 끝났다.
 
촛불 민심은 인물과 정책에 대한 평가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정당 간판에 손을 들어 주었으며, PK지역이나 강남 등 전통적 보수 우위 지역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정치인들의 핑계도 이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나라 정치를 가르는 중심축이었던 이념갈등시대는 마침표를 찍었고, 지역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전망도 보이기 시작했다. 87년 체제의 종언과 함께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우리 국민은 미래를 선택했다. 이제 정치인들이 국민의 선택에 호응할 차례다.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들겠다.”, “부족한 제게 보내주신 과분한 성원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그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이 시대에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의 패배의 변이다.
 
7년 전, ‘안철수 현상’이라는 정치신드롬을 만들어내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였지만, 그의 패배의 변은 이토록 아련하면서도 처량했다.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는 이제 끝났다고 한다.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철수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7년 여정을 폄훼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안철수는 정말 그렇게 형편없는 정치인이었던가? 그의 정치적 족적이 우리 현실정치에 남겨준 것은 모두가 무의미했던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을 해야만 하는 명제이다.
 
필자는 정치인 안철수를 빵점짜리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말 바꾸기를 예사로 하고, 소통하지 않으며, 남 탓을 일삼고,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는 등 정치인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와 철학적 사고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그러한 정치적 자세와 철학적 사고는 결국 스스로가 ‘안철수 현상’에 종지부를 찍고, 권력은 정당으로부터 나온다는 ‘정당주권주의시대’의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자연인 안철수의 정치적 선택은 짧은 기간 우리나라 정치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50%의 지지를 받던 그가 5%의 지지를 받던 사람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함으로써 민주당에게 커다란 경각심을 갖게 했으며, 2012년 대선에서는 스스로 진보진영에서 정치깃발을 올림으로써 보수와 진보의 평형수 역할을 하였고, 4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수렁에 빠진 민주당을 구해냈다. 그가 아니었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2007년의 정동영 대선후보처럼 그저 그런 정치적 궤적을 쫓아갔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뛰쳐나와 국민의당을 만듦으로써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을 유도한 것은 가히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2년 전 총선에서 만들어진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밝혀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 아무리 냉정하게 생각해도 그의 공을 빼놓을 수는 없다.
 
결국 그의 선택으로 보수는 분열했고, 자신이 보수 표의 일부를 잠식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었다. 말하자면 보수 분열을 획책한 그는 문재인 정권 탄생 의 일등공신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호남을 버리는 기호전략(棄湖戰略)을 통해 보수 진영에 발을 담금으로써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이끌어냈다.
 
필자는 이러한 안철수의 정치적 선택이 가져다 준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도 그의 공을 인정한다면 그에게 7년 전의 ‘안철수 현상’의 재현까지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그에게 정치적 부활을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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