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6.13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후속으로 예고된 개각이 언제, 어느 정도 폭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앞서 청와대는 한 달 넘게 자체 조직진단을 실시한데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방선거 후 부분 개각을 시사했다. 청와대 비서실에 지방선거 출마자들로 인한 공석이 발생한 점도 개각이 불가피한 배경이다. 개각 시 규모는 보임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소폭이나 중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보다 윤리적·법리적 평가기준이 높아진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어야 하는 탓에 대규모 물갈이에는 부담이 크다는 게 청와대 내부 기류다. 여기에 지선에서 야권이 ‘참패’함에 따라 청와대의 개각을 ‘압박’할 만한 동력 자체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국정과제 ‘드라이브’ 올인 개각 폭 ‘최소화’ 시기는 ‘6말 7초’
- 환경부·교육부·법무부 장관 등 교체 물망 논란 많던 ‘경제팀’은 유지 ‘가닥’

 
문재인 정부는 여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유례 없는 ‘압승’을 거둠에 따라 확실한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당장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에 맞춰 구상하고 있는 ‘적폐 청산 시즌2’를 비롯한 각종 개혁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도약기’ 접어든 文 정부,
‘인적 개편’ 불가피…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을 ▲2017년 5월~2018년 과감한 개혁과제 이행과 정책 추진 기반을 구축하는 혁신기 ▲2019~2020년 국민 지지를 통해 과제별 체감 성과를 본격 창출하는 도약기 ▲2021~ 2022년 5월 과제 완수와 지속 가능한 혁신 체제를 구축하는 안정기 등 3단계로 구분해서 국정과제 이행 목표와 추진 방안을 설정해 놨다.
 
이에 따르면 지방선거 이후는 개혁과제를 흔들림 없이 이행하면서도 각계 참여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시기다. 그 첫걸음으로 청와대는 조직 개편과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방선거 출마자들로 인한 청와대와 내각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또한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부진하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국정 분야의 동력을 새롭게 확보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인적 개편이 따라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일 하루 휴가를 내며 이번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 구상을 마친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청와대 및 내각에 대한 부분적인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각은 최소 2~3명, 많으면 4~6명의 장관을 인선하는 수준에서 이러질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7월 초로 점쳐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지방선거 이후에 청와대 조직 개편 방안을 마련해 왔다. 준비는 마친 상태고 발표 시기는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지만 집권 2년 차로 넘어가면서 내각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자는 차원에서 개각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1년 즈음인 지난 4월 말 비서실 업무평가를 진행했다. 대략 한 달가량 걸린 이번 업무 평가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 주도로 이뤄졌다. 이 성적표가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 신설·통폐합 가능성↑
수석급 인사 개편은 ‘글쎄’

 
일단 청와대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일부 비서관·행정관 후임 인사와 맞물려 조직개편을 함께 단행할 전망이다.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직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는 박수현 전 대변인, 문대림 전 제도개선비서관, 황태규 전 균형발전비서관, 은수미 여성가족 비서관 등 총 5곳이다. 이 중 대변인 자리는 이미 채워져 네 자리가 비어 있다. 행정관 자리도 10곳이 공석인 상태다.
 
청와대 3실장 인사 교체 기류는 아직까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수석비서관급 인사 교체도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예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 가운데 본인 스스로 사임을 희망하지 않은 한 교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실 산하 업무 기능 개편 및 일부 조직 신설·통폐합 등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출범 이후 저조한 정책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경제 및 일자리 분야에 조직 강화 차원 변화가 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존 홍보기획비서관실 업무를 분산하기 위해 국내언론비서관을 새로 만들고, 청와대 전체 업무를 조정하는 수석이나 비서관 자리를 신설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균형발전비서관과 자치분권비서관과 같이 유사 조직을 통합하는 등 일부 업무 조정도 있을 수 있다.
 
대통령비서실 산하에 위치한 정책실을 독립시키는 방안도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정책실 산하 일자리수석·경제수석·사회수석·경제보좌관·과학기술보좌관 등의 일부 업무가 중복돼 효율적으로 개선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수석급 인사 개편도 예상해 볼 수 있는데 그동안 야당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됐던 조국 민정 수석(인사 검증 부실 논란·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나 홍장표 경제수석(김동연 부총리와의 갈등설)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조 수석이나 홍 수석의 경우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교체 가능성이 희박해 예상 밖의 수석이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그동안 부처 장악력과 정책 추진에서 문제점이 제기된 장관 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장관급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가 비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영록 전 장관과 이용섭 전 부위원장은 각각 전남지사와 광주시장에 당선됐다.

이 자리를 채우는 명분으로 부분 개각이 예상되는데, 정부 출범 1년여 안에 발생한 각종 이슈에 대응이 미진하거나,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른 부처가 교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환경부 장관, 법무부 장관, 외교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임 장관? 어차피 ‘캠코더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력”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개각 대상 0순위란 말이 돌 정도로 교체가 유력시된다. 환경부는 부처 평가에서 최저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와 함께 ▲폐비닐 ▲스티로폼 ▲페트병 등 재활용품 수거를 둘러싼 ‘쓰레기 대란’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환경 분야의 전문성을 기대했지만, 국민의 실망감이 더 컸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북·미 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청와대가 북핵 외교의 전반을 주도하고 나서며 주무 부처인 외교부가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평가다.
 
‘외교부 패싱’은 지난 4월 남·북관계에서 북·미대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두드러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미국·중국·러시아 등을 돌며 북·미대화의 발판을 만들었다.

현재 정 실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으며, 차기 외교부 장관 후보로 부상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입시제도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경제팀도 일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국정농단에 따른 과거 정부 적폐 청산 작업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안보 정국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문제가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논란도 여전하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민생경제 분야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게 보다 절실해졌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더딘 재벌개혁 ▲현재 진행형인 한·미 통상 갈등 등은 2기 내각에서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1기 내각의 경제 컨트롤 타워가 그대로 유지될 시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거취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김 부총리의 역할론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혁신성장에 대해선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더욱 분발해 주고, 규제 혁파에도 더욱 속도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로 인해 청와대의 개각폭이 최소한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딱히 개각을 단행하지 않더라도 야권에서 이를 성토할 만한 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각 폭 최소화 관측은 ‘후임 인선’에 필요한 국회 청문회 부담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괜찮은 인물로 보여 기초 검증을 하면 이곳저곳에서 흠결이 뒤늦게 발견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 청와대 인사 관련 담당자의 전언이다.
 
한편 청와대 청와대 조직개편과 정부 개각이 수면 위로 오름에 따라 ‘코드 인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인사에 비춰볼 때 신임 장관이라봐야 어차피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력 풀에서 벗어나지 않을 텐데, 공연히 인사청문회니 뭐니 하면서 국가 에너지만 낭비할 게 뻔하다”라며 “정책 전환이 아니라 청와대와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장관을 찾는다면 굳이 개각을 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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