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6·13 지방선거 충남지사에 더불어민주당 양승조(59) 후보가 당선됐다. 안희정 전 지사,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충남 지역 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성추문은 미풍에 그쳤다. 양 당선인은 14일 최종 개표 결과 61만 5천870 표를 얻어 62.6%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자유한국당 이인제 후보와 코리아당 차국환 후보는 각각 35.1%, 2.3%를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양 당선자는 보수 성향이 강한 충남에서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연속 4선에 성공한 정치인이라는 수식어에 충남지사 타이틀까지 추가하게 됐다. 일각에서 그가 여당의 충청권 맹주는 물론 충청 대망론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정치 거목으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 ‘안희정 지우기’ 숙제로… “공은 계승하고, 과가 있다면 개선·보완”
- 2004년 ‘보수 텃밭’ 충남 1번지에서 정계 입문…이후 내리 4선

선거운동 초반부터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승기를 잡은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59)가 6·13 지방선거에서 이변 없이 압승을 거뒀다. 수많은 정치 굴곡 속에서 끊임없이 재기에 성공해 온 ‘피닉스’ 이인제 자유한국당 후보(69)는 일찌감치 벌어진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북미회담 ‘블랙홀’, ‘미투 이슈’ 잠식
“책임감·사명감 느껴…”

민주당은 충남 지역에서 지지도 하락에 시달려 왔다. 안 전 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에 이어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중도 하차시킨 불륜설 등 여러 악재가 이어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남북 회담에 이은 미·북 회담까지 맞물리면서 ‘미투 운동’은 선거 이슈에서 뒤로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양승조 당선인은 13일 “220만 충남도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평화공존의 시대를 맞아 낡은 이념과 정치공세 대신 문재인 정부와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를 세우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리셨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변화와 새 정치를 바라는 충남도민의 뜻을 받들겠다. 국회의원 4선과 민주당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 제가 지닌 모든 역량을 바쳐 원칙과 소신의 정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그동안 키워 온 꿈 ‘더 행복한 충남’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충남도민은 미래로 나갈 막중한 소임을 맡겼다”며 “충남의 새로운 미래 ‘대한민국 복지수도 충남’을 도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다. 사소한 약속 하나하나 지키는 진정성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양 당선인은 “충청남도는 하나로 거듭나야 한다.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의 현실에 당선자로서 무거운 책임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선거로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 충남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만 내리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여의도 입성 14년 만에 220만 충남도민을 대표하는 도백(道伯)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양 당선인 주변에서는 그를 ‘선비’라고 부른다.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데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도 필요할 때는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강골’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2010년 정운찬 국무총리가 내놓은 세종특별시 수정안에 “충남 사람이지만 서울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다운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 세종시 원안을 지키기 위해 삭발하고 목숨을 담보로 한 22일간 단식투쟁을 펼치기도 했다. 단식 21일 차였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그는 폭발했다.

양승조 당선인은 정운찬 총리에게 “충청인들은 정 총리를 ‘매향노 총리’, 속을 알 수 없는 ‘양파 총리’라고 부른다. 급기야 ‘세종시 세일즈맨’이란 비아냥도 나온다”고 몰아세운 뒤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된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22일간 삭발 단식을 강행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인 세종시 원안을 사수하겠다는 의지에서였다. 당 최고위원이던 2013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부친의 전철을 밟고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제명과 사퇴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양 당선인은 지난 1959년 충남 천안시 광덕면 광덕리 225번지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보산원초등학교, 광풍중학교, 서울 중동고등학교,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27기 사법연수원 수료 후 변호사 활동을 했다.

박수현·복기왕 물리치고
충남에 깃발 꽂은 저력

그의 정치 일정은 2004년 보수의 텃밭인 충남 1번지에서 당시 현직인 정용학 국회의원을 누르고 당선함으로써 진보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 후 20대까지 천안에서 내리 4선 의원을 지낸 뒤 1월 출마 선언을 하며 충남도지사 선거에 뛰어든 양 당선인은 박수현(54) 전 청와대 대변인과 복기왕(50) 전 아산시장 등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그는 재선 국회의원이던 2010년 민주당 충남도당 위원장을 지내면서 충남도지사와 기초단체장 3명, 도의원 13 명, 시·군 의원 41 명을 당선시키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당시 충남 지역은 여당인 한나라당과 보수정당인 자유선진당이 시장·군수와 광역·기초의원을 장악한 상태로 민주당의 선전은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는 14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천안에서 여의도까지 기차로 출퇴근한 정치인으로 유명했다. 그러면서도 본회의 참석률이 97.2%나 됐다. 의정활동 기간 419건의 법안을 발의했고 그중에서 136건이 통과됐다.

특히 18대 당시 한나라당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통합민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충남에서 당선되며 그만의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20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외국인 노동자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수감자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있다.

이 밖에도 양 당선인은 4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열린우리당 보훈특별위원회 위원장, 열린우리당 충남도당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그의 이번 선거 공약에는 ‘복지 분야’가 많이 포함됐다. 이번 선거의 공약 목표도 ‘더 행복한 복지수도 충남’으로 정했다. 양승조 당선인은 ▲청정하고 안전한 충남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더불어 사는 충남 ▲어르신이 행복한 충남 ▲일자리가 늘어나는 충남 ▲환황해권 시대를 주도하는 충남 ▲농축수산업이 발전하는 충남 ▲여성이 행복한 충남 ▲여유와 활기가 넘치는 충남 ▲청년이 살기 좋은 충남 등을 10대 과제로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문재인의 아동수당 10만 원, 충남은 ‘플러스 아동수당(10+10)’추가 도입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청정에너지 전환으로 미세먼지 감축 ▲수도권 규제완화 정상화 및 지방 이전 기업 세제 혜택 강화로 충남경제 도약 기반 마련 ▲공공주택 2만 호 공급 및 청년, 새 출발 가정에 ‘충남형 사회주택’ 5000호 공급 등의 공약 이 있다.

여기에 ▲내포 열병합발전소 연료 전환 ▲무산된 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은 물론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수도권 전철 독립기념관 연장 등의 사업이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양 당선자에 거는 도민들의 기대가 상당하다.

양 당선인의 재산은 6억 1200여 만 원이다. 변호사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 많지 않은 액수다. 그는 선거 공보물을 통해 ‘전 국회의원 재산 순위 하위권’ ‘청수동에 오래된 아파트 한 채 외에는 부동산이 전무함’ 등의 내용을 담기도 했다. 청렴하고 검소한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취지였다.

‘안희정 흔적’ 지우기‘관건’
조직 개편·개혁 추진할 듯


한편 민선 7기 충남지사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승조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충남도정에도 상당히 큰 폭의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양 당선인은 이번 선거를 통해 충청권 진보 진영의 기대주로 거듭났다.

일각에선 안희정 전 지사의 퇴진으로 꺼져버린 ‘충청 대망론’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온다. 민선 7기 임기가 차기 대선이 치러질 2022년과 맞물린 상황에서 명실공히 충청의 기대주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양승조 당선인의 첫 과제는 한때 같은 당 소속이었던 안 전 지사의 정책 중 어떤 것을 계승하고 어떤 것을 수정 또는 폐기할 것인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 당선인은 지난 5월 23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 전 지사의 핵심 정책이었던 ‘3농 혁신’과 관련 “전면 수정한다거나 100% 계승한다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다만 공은 계승하고, 과가 있다면 개선·보완해서 나갈 것”이라며 다소 조심스럽게 언급한 바 있다.

양 당선인은 그러나 이제 후보자 신분이 아닌 만큼 자신의 원활한 도정 추진을 위해서라도 미디어센터 등 이른바 ‘안희정 흔적’이 남아 있는 조직 등을 걷어내는 과감한 개혁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양 당선인은 또 자신의 공약 실천을 위해 조직개편, 재원 마련 등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조 당선인 프로필
▲1959년 충청남도 천안군 광덕면 출생 ▲중동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법학 학사 ▲단국대학교 정책경영대학원 특수법무학 석사 ▲사법고시 37회 ▲제 17·18·19·20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인권위원회 위원장 ▲민주당 법률 원내부대표 ▲민주당 당대표비서실장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 ▲제 20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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