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믿을 건 김동연뿐? “혁신성장 성공해야 우리도 산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 일렉트로마트를 방문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정부의 경제 정책이 대기업 규제 일변도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기업 힘 실어주기’ 관련 행보를 잇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가 주도하는 혁신성장은 대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및 개혁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현재 정부에서 규제 완화를 외치는 유일한 인물이 김동연 부총리인 터라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현대·SK·신세계 등 잇따라 현장 간담회 진행
혁신성장 주도하는 김동연, 기업 규제 완화해 주나


정부가 공정 경제 확립이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기업 규제 일변도를 보이는 동안 김동연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위해 대기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줄곧 이어왔다. 대기업이 힘을 내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규제 완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동연 부총리는 올해 1월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업무현황보고에서도 “대기업이 보다 기운 낼 수 있도록, 글로벌마켓에서 뛸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규제 완화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대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면서 혁신성장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신경 쓰는 게 중요하다”며 “M&A(인수·합병) 시장 포함한 여러 가지 벤처창업기업 등에 대기업의 일정한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취임 1년 만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혁신 성장은 대기업의 투자활성화 및 혁신형 일자리 창출 유도가 중심이다. 또 8000억원 규모의 창업 예산을 조기집행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신설법인 12만개 이상 설립이 목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김동연 부총리를 향해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 반면에 정부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하면서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중심 기조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가 신성장을 강조하는 것은 대기업 지원을 시작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실제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8일 제1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기업 힘 실어주기를 시작한 모양새다.  

해당 회의를 통해 김동연 부총리는 혁신성장은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는 규제 혁신 등으로 뒤에서 지원한다는 정부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한 달에 한 번 관계 부처 장관들과 만나 현장에서 발견된 규제 애로 사항을 듣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김동연 부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혁신성장은 짧은 시간에 되는 게 아니지만 꾸준히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며 “빠른 시일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혁신성장 성과를 내기 위한 방향으로는 창조적 파괴 등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배경을 정부가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혁신은 기업과 시장이 주도하도록 하고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핵심 규제 완화를 위해 민간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선언했다. 원칙적으로 월 1회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현장에서 열고 필요하다면 기업과 전문가도 정부 회의에 참여시킨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으로 김동연 부총리는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현재까지 LG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신세계 등 총수급 인사와 4번의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의 규제 완화를 원하는 그룹들과 규제 완화를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는 경제 수장의 만남인 만큼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지난 8일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신세계그룹과의 현장 소통 간담회에 참석한 김동연 총리는 “일자리 문제는 시장, 기업에서 창출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세계그룹은 양적 증가뿐 아니라 주당 근로시간 35시간 전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 문화도 가장 선진적이고 모범적인 기업”이라며 “유통 서비스 혁신에 있어 신세계가 그동안 역할을 잘했지만 앞으로도 선구자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부총리께서 직접 기업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각종 규제 개혁 등 기업 활동에 도움되도록 하는 여건 조성에 힘써 줘서 감사하다”며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기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와 회동한 최태원 SK 회장 도 “SK그룹은 대기업이라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혁신성장과 관련해 대기업이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고 한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

다만 한편으로 김동연 부총리와 대기업의 동행은 빠른 시일 내로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기존 정책 기조를 바꾸면서까지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여전히 반기업·반재벌 정서가 팽배한 시점에서 언제까지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최저임금 효과 등을 바라보는 데서 정부 경제 인사들과 다소 다른 의견으로 불협화음을 냈었다는 전력도 성과를 독촉하게 되는 배경이다.

특히 저조한 수치를 보이고 있는 주요 경제 지표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정부 출범 2년 차에 들어서면서 경제 효과를 입증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인 탓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사실상 민간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대상은 현재 김동연 부총리 한 명 있는 꼴”이라면서 “김동연 부총리의 혁신성장이 성공해야 정부의 기조도 ‘규제 완화’ 쪽으로 계속 이어가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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