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불패’ 신화 기록한 교육감 선거… ‘무관심 폐단’일까 ‘학부모 바람’일까

왼쪽부터 조희연‧이재정‧설동호 교육감 당선자.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도 교육감 선거는 ‘현역 프리미엄’이 승패를 갈랐다. 17곳 선거 중 무려 12곳에서 현직 교육감이 당선됐다. 현직 교육감이 출사표를 던진 곳에서는 모두 당선됐다. 단일화도 소용없었다. 진보·보수진영 단일 후보들의 창은 ‘인지도’로 무장한 현직 교육감들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다만 이 같은 결과가 현직 교육감에 대한 ‘재신임’의 방 증으로 보긴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가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슈와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 속 ‘깜깜이’로 전락, 현역 프리미엄이 득세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지도’로 무장… 각 진영 단일화 전략에도 ‘속수무책’
‘재신임’ 방증은 ‘글쎄’… “‘현직 프리미엄’ 초래하는 구조”

 
지난 13일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진보 성향 당선인이 배출됐다. 진보 진영은 2014년 보다 1곳 추가해 14곳이 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텃밭’인 울산을 뺏겨 단 2곳을, 이 밖에 중도 진영에서 1곳을 차지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재선 또는 3선에 도전한 12명의 현직 교육감이 모두 당선되는 유례없는 결과가 나왔다. 재선에 성공한 교육감은 ▲조희연(서울) ▲이재정(경기) ▲김병우(충북) ▲김지철(충남) ▲최교진(세종) ▲설동호(대전) ▲김석준(부산) ▲박종훈(경남) ▲이석문(제주)이며, 3선에 성공한 교육감은 ▲장휘국(광주) ▲김승환(전북) ▲민병희(강원) 등이다.
 
현직 당선인 12명 中 진보11 : 보수1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현직인 진보 진영 조희연 당선인이 46.6%의 득표율로 보수 진영 박선영 후보(36.2%)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경기의 경우에도 현직인 이재정 교육감이 40.8%의 득표율을 얻어 보수 진영에서 도전장을 내민 임해규 후보(23.5%)를 제쳤다.
 
충북의 경우 현직인 김병우 교육감이 57.1%로 보수 진영의 심의보 후보(42.8%)를 약 15% 격차로 가볍게 따돌렸다. 심 후보는 보수 진영 단일화 후보로 나섰지만 현직인 김 후보에는 역부족이었다. 충남의 경우 현직인 진보 진영 김지철 교육감이 44.1%로, 세종의 경우에도 현직인 진보 성향 최교진 교육감이 50.1%로 당선됐다. 대전의 경우에는 유일한 중도·보수 진영의 설동호 현 교육감이 53.0%로 성광진(47.0%)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부산의 경우 현직인 진보 진영의 김석준 교육감이 478.%로, 경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진보 진영의 박종훈 현 교육감이 48.4%로 당선됐다. 제주의 경우 현직인 진보 진영의 이석문 교육감(51.2%)이 당선됐다.
 
강원의 경우에도 현 교육감인 진보 성향 민병희 후보가 54.1%의 득표율을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 사상 첫 3선 교육감이 됐다. 이 밖에 현직인 진보 진영 김승환 전남교육감(40.1%)과 장휘국 광주교육감(38.0%)도 3선에 성공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당선한 현직 교육감 12명 가운데 진보 진영은 11명, 보수 진영은 1명이다.
 
단일화 효력 無… 무주공산에서만 ‘반짝’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나 각 진영의 단일화가 무색했다는 평가다. 진보·보수 진영에서 단일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직 불패’를 깨트리지 못한 것.
 
특히 대전의 경우에는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서도 진보 진영의 성광진 후보가 현직 교육감인 설동호 후보에 밀리는 이례적 결과가 나왔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정치색보다 ‘현역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의 경우에도 보수 진영의 김광수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며 현역 이석문 교육감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석패했다.
 
하지만 현역 교육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지역에서는 단일화 효력이 뚜렷했다.
 
인천의 경우에는 진보 성향의 이청연 전 교육감이 ‘뇌물 비리’로 퇴진했음에도 불구, 진보 진영 단일화에 성공한 도성훈 후보가 당선됐다. 도 후보는 43.8%로 김성진 후보(27.1%)를 10% 이상 격차로 앞섰다.
 
대구의 경우에는 강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정유라 비호’ ‘위안부 합의 옹호’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수 단일화를 통해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현직 교육감의 도지사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전남 지역의 경우에도 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꼽힌 장석웅 후보(38.4%)가 당선됐다.
 
‘깜깜이 선거’ 속 현역 프리미엄 ‘득세’
 
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 ‘깜깜이’로 전락한 점이 이 같은 ‘현역 프리미엄’의 독주를 낳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전국 교육감 선거는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정치 이슈와 후보자 간 네거티브 공세로 인해 투표 전부터 ‘역대급 깜깜이 선거’로 꼽혔다. 선거 막판까지도 ‘지지 후보가 없다’ ‘모른다’는 부동층 비율이 50% 안팎에 육박할 정도였다.
 
실제로 이번 경기교육감 선거만 보더라도 24만49표의 무효표가 쏟아졌다. 또 ‘기권표’가 444만8천938표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수치는 결국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매번 ‘깜깜이 선거’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정당 공천도 없고 투표지에 기호 번호가 없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경우 유권자들에게 ‘후보 인지도’ 또는 ‘이념 성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다.
 
한 정치 전문가는 “현재 교육감 선거는 ‘현직 프리미엄’ ‘단일화’ 등 정책과 다른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지방선거와 분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의 경우 유권자들이 기존 교육 기조 및 정책이 지속되길 바라는 심리가 크게 작용, 현역 교육감이 강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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