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중 부회장 사태…취임 두 달 만에 무슨 일이?

왼쪽부터 송영중, 손경식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집안싸움을 벌이는 모습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경총의 집안싸움 설은 송영중 상임부회장이 손경식 회장 및 사무국과 마찰을 빚고 직무정지 조치를 당하면서 불거졌다. 심지어 현재는 경총 회장단이 송영중 상임부회장 자진사퇴 쪽으로 입장을 모은 상황이다. 일요서울은 지난 4월 송영중 상임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어떤 일들이 있었고 무엇이 문제가 됐는지를 알아봤다.
 
노동 정책 이견으로 심각한 내부 갈등 발생
경총 회장단 “매우 유감, 조속한 조치 필요”

 
경총 상임부회장이 회장 및 사무국과의 갈등으로 직무정지 조치를 당한 것은 1970년 설립 이후 처음 발생한 사태다. 특히 송영중 상임부회장이 지난 4월 취임한 후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분열이 일어난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또 최저임금 결정,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도 도입 등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기에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왔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송영중 부회장을 선임할 당시부터 예상된 결말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대체 앞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송영중 부회장과 경총의 불협화음은 지난 5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조정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산입 범위 조정 과정에서 송영중 상임부회장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의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 곳곳에서 ‘각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왜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지속되는 잡음
 
경총 논란이 점점 심각해지자 해당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자며 입장을 선회했다. 당시 경총 결정을 주도했던 송영중 상임부회장은 입장이 번복되는 과정에서 실망했고, 경총도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을 불편해 했다.
 
이후 송영중 부회장은 ‘재택 근무’를 선언하고 상임부회장임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향후 행보와 갈등 국면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난무하게 된 것이다.
 
결국 경총은 지난 12일 “경총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송 부회장의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 경총의 업무는 회장이 지휘, 관할하고 상임 부회장은 회장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송 부회장의 도를 넘는 행동과 발언에 대해 유감스럽다”면서 직무정지를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5일 이어진 회장단 회의에서도 경총 회장단은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회의를 열고 송영중 부회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모았다.
 
같은 날 경총은 입장문을 통해 “경총 회장단은 최근 송영중 부회장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송영중 부회장의 충분한 소명을 들었다”면서 “회장단은 금번 사태 수습을 위해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전했다.
 
경총 회장단이 송영중 부회장을 당장 해임하거나 면직시키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물러날 수 있도록 권고한 모양새다. 경총은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한 뒤 해임안을 의결하고 임시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송영중 부회장은 “그간의 일을 충분히 소명했다”면서 사퇴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혀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거취를 둔 내부 잡음이 길어질수록 사용자 단체로서 경총의 위상이 실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경총의 내부 분열은 송영중 상임 부회장 선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견해도 있다. 송영중 부회장은 주요 경력을 노동부에서 쌓아 노동계에 친화적인 인물로 알려졌고 어느 정도 ‘친노조정책’을 펼 것은 애당초 점쳐졌다는 이유이다.
 
앞서 지난 2월 취임한 손경식 회장은 지난 4월 노동부 고위관료 출신인 송 부회장을 추천받아 임명했다. 광주 제일고, 행정고시 23회 출신인 송부회장은 DJ정부 때 옛 노동부 산업안전과장, 고용정책과 과장, 공보관, 노사협력관 등을 지냈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 때에도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국 국장, 노동부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바 있다. 경력에서 살펴볼 수 있듯 그는 노사 문제의 전문가로, 친노동 정책을 펴온 인물이다.
 
예견된 불화설
 
경총이 지난 4월 6일에 상임 부회장으로 송영중 당시 한국산업기술대 석좌교수를 선임하면서 “신 부회장이 경륜과 식견이 풍부하고 고용, 복지 문제에 밝은 적임자”라고 밝혔던 기대감이 불과 두 달 만에 불화로 나타난 것이다.
 
순수 민간 경제단체 임원직을 고위 관료 출신이 차지한 것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자칫 경제단체가 정부 눈치를 보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근부회장이 실질적으로 대내·외 업무를 총괄하는 구조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친노동적 성향을 가진 송영중 부회장이 경총의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처음부터 있었다”면서 “경총은 철저히 사용자 측의 창구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한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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