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진보 품으로…‘평창 대박’ 밀어 낸 민주당

<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전국이 온통 파란 물결로 뒤덮였다. 지난 13일 치른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나온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은 시·도지사 17석 중 14곳, 재보선 국회의원 12석 중 11석을 각각 휩쓸었다. 이 중 ‘이변의 주인공’으로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다. ‘보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구미에서 당선된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인이다. 아울러 25명의 서울시 구청장 중 유일한 자유한국당 당선인인 조은희 서초구청장 그리고 24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강원 평창군수의 자리에 오른 한왕기 당선자에게도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TK 첫 입성한 민주당 기초단체장 탄생…장세용 “어깨 무겁다”
- 서울 홍일점 보수 구청장…조은희 “서초에 산다는 자부심 갖게 할 것”



장세용(64) 구미시장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으로 보수 텃밭인 구미에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민주당 계열 후보가 경북에서 기초단체장에 당선된 것은 장 당선자가 세 번째다.

특히 그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중 유일하게 대구·경북에서 기초단체장에 뽑혔다.

장 당선인은 7만4917표(40.8%)를 획득해 7만1055표(38.7%)를 얻은 이양호 자유한국당 후보를 눌렀다. 진보 후보들은 역대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 향수로 25~30%의 지지율에 그쳤던 만큼 이번 장 후보의 당선은 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해 ‘보수의 성지’ 대구에 깃발을 꽂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뒤를 이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장 당선자는 “대구·경북에서 기초단체장에 나만 당선돼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든다. 어깨가 무겁고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며 “5공단의 성공적 분양과 대기업 유치, KTX 북삼간이역 신설과 복잡한 교통체계 혁신, 도시재생으로 첨단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구미를 만들어 구미 경제 반드시 살려내겠다”라고 밝혔다.

공업도시 구미는 경북 23개 시·군 중 주민 평균 나이가 36.8살(지난해 기준)로 가장 젊지만 지난 23년간 보수 정당이 독점해 왔던 지역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 승리한 대구·경북 지역 기초 단체장 중 처음이자 유일한 민주당 출신이기도 하다.

보수 성향 후보들이 난립한 것이 장 당선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가 한국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최종 확정됐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김봉재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유능종 바른미래당 후보도 출마했다.

지역 주민들은 선거 결과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영남일보가 지난달 28~29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구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후보 지지율이 32.6%로 장 당선인(30.9%)을 약간 앞섰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4.4%포인트)

장 당선자는 영남대 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원 민주화 운동을 했다. 지방선거 출마 전까지는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에서 인문한국(HK) 교수를 했다.
 

자유한국당 유일 ‘생존자’
조은희 서초구청장

 

민주당의 휘몰아치는 바람은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첫 3선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단 1곳을 제외하고 ‘민주당 장악’이 이뤄진 곳이다.

조은희(57) 서초구청장 당선자는 유일한 자유한국당 ‘생존자’다.

조 당선자는 개표 초반 접전을 펼쳤지만 득표율 52.38%(11만7542표)로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후보를 약 11%P(2만5000)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강남 3구(서초·송파·강남)는 보수의 견고한 지지 기반이었다. 서초구의 경우 지난 23년간 보수 정당의 구청장이 승리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최종 득표율 49.86%(10만8482표)로 제8대 서초구청장이 된 바 있다.

재임 기간 서리풀터널 착공, 태봉로 확장 공사, 서초종합체육관 건립 등 굵직한 사업부터 횡단보도 그늘막인 ‘서리풀 원두막’과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 행정력을 인정받은 게 유권자들에게 또 한 번의 선택을 받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당선자는 영남일보와 경향신문 등에서 10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지난 1998년부터 3년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과 문화관광비서관을 역임했다. 지난 2010년부터 1년여간은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직을 맡았다.

당시 그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정무 파트를 맡은 것과 함께 ‘국내 첫 여성 부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조은희 구청장 당선자는 “이번에 18개 동 구석구석을 다니며 미처 행정의 손길이 덜 간 곳이 있음을 깨달았다. 저를 지지 안하신 분들의 마음도 더욱 소중히 헤아려 두 번째 4년, 서초를 활짝 꽃피워 서초에 산다는 것이 45만 구민 여러분의 자부심이 되도록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섬길 것”이라며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45만 구민들만 바라보고 뛰는 서초당이다. 서울시와도 협력할 것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평창군수 24표 차
‘쫄깃한 승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가장 접전을 벌인 곳은 강원 평창군이었다. 한왕기(58) 강원 평창군수 당선자는 1만2489표를 얻어 심재국 자유한국당 후보(1만2465표 득표)를 24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

동점자가 역대 지방선거에서 나온 것은 일곱 차례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역대급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후보자의 피를 말린 선거였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평창군은 선거에 앞서 실시된 도내 5개 언론사 공동여론조사에서 3.3% 포인트 오차범위 내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실제 투표 결과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결과가 막판 개표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평창 시민들도 밤늦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 당선자는 지난 13일 개표 초반 첫 선두를 잡았다. 심 후보와는 약간의 차이를 뒀다.

하지만 지난 14일 자정을 넘기면서 선두는 뒤바뀌었다. 심 후보가 한 후보를 제치고 앞서나가던 찰나 같은 날 새벽녘 관외 사전 투표함이 열리면서 결과는 다시 한 번 뒤집혔다.

결국 한 당선자가 재검표 후 0.09%의 득표율 차이로 당선되며 치열했던 접전은 끝을 맺었다. 이에 대해 한 당선자는 “막판까지 조마조마했다”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열심히 한 것만 기억난다. 주위에서 나를 믿고 끝까지 지지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남북 화해와 평화의 출발점이 된 평창을 평화의 중심지로 부각하기 위해 평창평화특례시를 추진, 남북교류와 평화의 성지로 발전시키겠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을 활용해 대관령산악관광지 조성과 고원레포츠단지를 활성화하고 서울대 평창캠퍼스와 연계한 고령친화식품단지 육성 등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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