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바람 부는 법조계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법무부가 그동안 폐단으로 여겨지던 귀족 검사를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집사 변호사에 대해 엄벌을 내리는 등 법조계 내부에서 개혁의 바람이 예상된다.

법무부가 지난 8일 연 변호사 징계위원회와 지난달 16일 내놓은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검사 인사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서다.

임지봉 소장 “집사 변호사, 변호인 접견권 편법적 악용 넘어선 남용”
신임 변호사 앞세워 월 평균 640회가량 접견…특정 의뢰인 월 37회까지


법무부가 지난 10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변호사 징계위원회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14건을 심의하고, 13건에 대해 징계 처분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의결은 이틀 전인 8일 개최된 법무부 변호사 징계위원회를 통해 얻었다.

해당 심의안건 14건 중 구치소를 수시로 드나들며 의뢰인의 잔심부름 등을 해주고 말벗이 돼 주는 이른바 ‘집사 변호사’ 사례가 10건을 차지해 논란이 됐다.
 
만나는 게 ‘일’인 그들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법무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4차례 변호사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는 변협 징계위원회에서 먼저 논의하고, 이후 법무부 변호사 징계위원회는 변협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논란이 되는 집사 변호사는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속한다. 이중 A변호사가 경력 1~2년 차인 신입 변호사 2명에게 2014년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특정 의뢰인을 월 평균 37번씩 6개월간 접견하도록 지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력이 없는 신참 변호사일 경우 선임의 말을 거절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했다.

A변호사에게 고용된 신참 변호사들은 소송준비 등의 명목으로 수용된 여러 의뢰인을 대상으로 총 3838번, 월 평균 640회가량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변협이 A변호사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나 그는 이의 신청을 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이를 기각하고 A변호사에게 해당 징계를 확정했다.

해당 사례와 같은 일은 이 외에도 다분하다. 현직 변호사 B씨는 “C교도소에 접견을 간 적이 있는데, 한 변호사가 내가 접견하는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더라. ‘(소송을) 많이 하시는 분인가’ 했는데 접견해주는 게 일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이 돌아가며 (특정 의뢰인을 상대로) 오전 9시 50분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접견 시간을 모두 채우더라. 그렇게 3개월을 했다”고 전했다.

현 상황의 원인에 관해 법조계 관계자는 “시장은 그대로인데 변호사 수가 많아지다 보니 로펌 등 (변호사들이) 근무할 곳이 적어지고, (변호사에 대한) 처우가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이로 인해 급여나 수익금 등을 주면서 집사 변호사 제안을 할 때도 있고, 로펌에 고용된 젊은 신입 변호사들의 경우 고용주가 시키는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이 집사 변호사 역할이었음을 깨달을 때도 있다.
 
변호사 접견 제한 시
접견권 침해 소지
 

변호사 접견권이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놓여 있던 것도 집사 변호사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일반 접견이 10분 내외인 반면 변호사의 경우 피의자의 변론권과 자기방어권 보장을 위해 접견 시간 제한이 없다. 만약 시간 제한이 있을 경우 복잡한 사건을 맡아 충분한 대화가 필요함에도 불구,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집사 변호사의 경우 이 점을 악용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에 관해 변호사 내부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 유재원 변호사는 “예전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같은 경우 변호인이 (의뢰인을) 접견할 때 옆에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메모하고, 교도관들이 감시하고 녹음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 금지되지 않았느냐”면서 “이러면서 (변호사 접견권이) 발전했는데 지금 보니 (집사 변호사들로 인해 접견실이) 돈 있는 사람들의 놀이터가 돼 버린 것”이라며 쓴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현재 변협에서 (이러한 상황에 관해) 자정작용을 하려 한다”며 “요새 (법조계를) 보면 안에서 누군가 (잘못된 관행들을) 깨 줘야 하고, (이것을) 깨 주는 사람이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임지봉 소장 역시 “(변호사들이 피의자나 미결수들을) 면회하는 이유는 재판에서의 방어 준비를 위해서”라고 변호사 접견권의 취지를 분명히 했다.

그에 의하면 의뢰인을 만나 재판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잡담 등을 하는 집사 변호사의 태도는 피의자가 행형(行刑·형을 집행함) 기간 동안 반성하고 회개하라는 애초의 목적을 왜곡하고, 변호인 접견 교통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한 취지에 어긋난다.

임 소장은 “변호인 접견 교통권을 편법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넘어선 남용”이라며 “제도적으로 (집사 변호사를) 막을 장치를 고안하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사 변호사들의 무분별한 접견권 사용이 제재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변호사 중 일부인 이들을 구실로 변호사 접견권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럴 경우 실제로 접견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이의 접견권이 제한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변호사계 내부에서의 자정작용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집사 변호사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내부 고발 또는 구치소의 통보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종사자는 ‘집사 변호사’의 불분명한 개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집사 변호사다’라는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고발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경계 자체도 모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평검사 기간 중 서울 및 서울 인근 검찰청을 돌며 요직을 맡는 ‘귀족 (평)검사’ 발생을 방지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지난달 16일 법무부는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검사 인사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수도권 3회 연속 근무를 제한하는 등 ‘경향 교류’ 원칙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향 교류란 2년 마다 근무지를 옮기는 원칙을 뜻한다.

한편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행위 특별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 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이 ‘사법 농단’이라 불리며 도마 위에 올라 이목을 모았다.

이 밖에도 검사장 승진·전보 인사를 앞두고 검찰 고위 간부가 줄지어 용퇴하는 등 법조계에서는 내홍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