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처참’ 평화 ‘기대 이하’ 정의 ‘유의미’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자유한국당은 참패하면서 거대 양당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런 가운데 거대 양당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강조하며 제3당을 자처해온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각자의 민심 성적표를 받았다. 일요서울은 이들 정당의 선거 결과를 면밀히 살펴봤다.

바른미래, 성과 ‘全無’…‘서울 안철수’에 당력 집중했으나 3위 ‘쇼크’
‘호남 올인’ 평화, 기초단체장 5석 등 ‘군소정당 내’ 최다 당선자 배출
정의, ‘정당 득표율’ 두 자리대 육박 4년 전보다 2배 이상↑ 전국 곳곳 비례 당선
바른미래 ‘와해’ 불가피…평화 ‘호남당’ 딱지는 그대로…정의 ‘단체장’ 배출 시급


 
<뉴시스>
   바른미래당의 성적표는 한 마디로 처참했다. 바른미래당은 국회의원 30명을 보유, 자체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고 있는 ‘중량급’ 정당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너졌다.
 
당선자 최저‧득표율도 기대 밖
냉혹 민심 마주한 바른미래

 
전국에 걸쳐 상당한 후보자를 공천했지만 당선자는 극히 미미했다. 전국에 모든 체급에 걸쳐 총 1047명을 공천했지만 당선된 인물은 26명에 불과했다. 이는 평화당과 정의당보다 적은 수치다. 전국에 후보자를 내며 당의 존재감을 알렸지만 냉혹한 민심만 마주한 모습이다. 권성주 대변인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망스럽다. 거대 양당의 벽을 깨기에 현실의 벽이 높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 0, 국회의원 재‧보궐 0, 기초단체장 0 등 핵심 대표 선거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다만 이들 선거에 대한 결과는 선거 이전부터 어느 정도 예측됐던 부분이어서 충격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혹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서울시장 선거에 당력을 집중해 물량을 쏟았지만, 안철수 후보가 한국당 김문수 후보에도 밀린 3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김 후보(23.3%)에 118,113표 뒤진 19.5% 득표율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조작된 여론조사’, ‘네이버 트렌드 검색 1위’, 김 후보를 3등 후보라며 중도 사퇴 요구 등 안 후보의 각종 주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안 후보는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 ‘3등’으로 전락한 데다 지난 대선 때 서울 득표율(22.7%)보다도 낮은 득표를 기록하면서 정계 은퇴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 “따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는 입장만 재차 밝힌 상태다. 안 후보는 우선 딸 졸업식 참석을 위해 15일 미국으로 향했는데, 미국에 체류하면서 자신의 거취와 당의 진로 등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또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지방의회에서도 당선자를 거의 배출하지 못하면서 치명타를 입은 형국이다. 전국 17개 시‧도의회 등 광역의원 당선자 수는 5명(비례 포함)에 불과했다. 정당 득표율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바른미래당의 광역비례 정당득표율은 7.8%로 정의당(9.0%)보다도 밀렸다.
 
이번 선거에서 별다른 성과를 못 낸 바른미래당은 후폭풍에 직면했다. 지난 14일 유승민 공동대표가 사퇴했고, 나머지 지도부도 15일 모두 직을 내려놨다. 바른미래당은 당분간 김동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키로 했다. 보수 야당 발 정계 개편이 예고되는 가운데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는 바른미래당이 당을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뉴시스>
   당선자 57명 최다
‘호남 국한’ 옥에 티

 
평화당은 바른미래당과 정의당과 비교해 가장 많은 당선자(57명)를 배출했다. 그 중에서도 기초단체장 5명을 당선시킨 것이 눈에 띄는 성과로 꼽힌다. 호남에 올인하다시피 한 평화당은 전남에서 기초단체장 셋, 전북에서 두 석을 얻었다. 전남 고흥(송귀근), 해남(명현관), 함평(이윤행), 전북 익산(정헌율), 고창(유기상) 등이 그 대상이다.
 
광역 의원 당선인은 비례를 포함해 3명에 불과했지만, 기초 의원은 49명을 배출했다. 호남에 모든 당력을 쏟은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풀이된다.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결과는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를 일정 부분 저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8석 이상 기초단체장을 확보하려고 했던 기존 목표치에 못 미치는 성적인 데다 당선을 자신했던 전남 목포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에 석패한 점은 실망스런 결과다. 또 광역비례 정당득표율도 1.5%에 그쳐, 다른 정당보다 훨씬 떨어지는 결과를 받으면서 ‘호남당’ 딱지를 떼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호남에서도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광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뼈아픈 지점이다. 급작스런 후보 중도 사퇴로 광주시장 선거엔 아예 참여하지 못했을뿐더러 광주 구청장도 한 석을 얻지 못했다.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김경진 의원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선대위원장직과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기대와 염원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며 “제게 상임선대위원장이란 중책을 줬지만 제 부족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전국적인 압승과 호남에서의 높은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기초단체장 5석 확보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배숙 대표는 “당세가 저희 평화당에 몇 배는 되는 한국당이나 의석수가 평화당에 2배가 되는 바른미래당과의 성적과 비교하면, 이번 성적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당 득표율 9%’ 정의
기초장은 ‘0’ 한계

 
정의당의 경우 ‘정당 득표율’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정의당은 광역비례의원을 뽑는 투표에서 9%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다른 군소정당을 압도했다. 평화당(1.5%)보다 6배 높았으며, 의석수가 5배 차이가 나는 바른미래당(7.8%)보다도 높았다.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정당 득표율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이정미 대표는 “4년 전 3.6%에 불과했던 정당 지지율이 이번에 9%대를 기록했다”며 “목표했던 두 자릿수 지지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양당 독점체제를 견제하는 제3당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고 자평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37명 후보자를 당선시켰는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9명이 비례대표다. 높은 정당 득표율 결과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10명의 광역비례의원이 전국에 걸쳐 분포돼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 전남, 전북, 충남, 경남, 제주 등 전국 단위에서 골고루 당선자가 나왔다. 이는 표심이 약하긴 하지만, 특정 지역의 쏠림현상 없이 전국에서 고른 정당 지지를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당 득표율에서 성과를 낸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목소리를 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기초의원 선거는 2~4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및 광역의원 선거는 1등만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따르고 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득표율=의석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랜 기간 제기돼 온 상태다.
 
이정미 대표는 “전국 9% 지지율을 획득한 정의당이 모든 광역의회를 합쳐 10명의 당선자밖에 내지 못한 것은 현행 선거제도가 얼마나 민심을 왜곡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낡은 승자독식 선거제도로는 촛불시대 민심의 변화를 담아낼 수 없다. 모든 정당들은 민심과 의석 비율이 일치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에서 8년 만에 진보 정당 출신이 입성하게 된 것도 정의당의 성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출신인 권수정 씨는 정의당이 서울에서 정당 득표율 9.7%를 얻으면서 비례대표 1번으로 서울시의회에 들어가게 됐다. 권 씨는 최근 대한항공 사태와 관련해 ‘땅콩 회항’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의 행보에도 꾸준히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의당이 기초단체장을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한 점은 여전히 진보 정당으로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 남동구청장에 도전한 배진교 후보의 낙선이 대표적이다. 배 후보는 이 지역에서 민선 5기 구청장을 지내면서 이번에 재선 도전장을 냈지만, 한국당 후보에게도 밀리며 3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김종민 서울시장 후보가 녹색당 신지예 후보에게 밀려 5위를 기록한 점도 정의당으로선 실망스러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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