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맞수인 CJ(구 제일제당)와 대상이 또 다시 충돌하고 있다. 이번엔 ‘미국발 광우병 파동’이 그 원인. 대상이 지난달 미국산 쇠고기를 원료로 만든 조미료를 폐기처분하면서, 업계 1위인 CJ를 자극했다. 이에 대해 CJ측은 ‘얄팍한 홍보전략’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두 기업은 지난 98년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씨와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세령씨의 결혼으로 먼(?)사돈 관계를 맺기도 했다. 식품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관계인 두 기업간 치열한 신경전을 들여다봤다.일등주의를 강조했던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가 생전에 하지 못한 일이 있다. 바로 60∼70년대 ‘조미료 전쟁’에서 삼성의 ‘미풍’이 ‘미원(현 대상)’을 앞지르지 못한 것이다.당시 조미료의 선두주자였던 미원은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삼성의 끈질긴 공격에서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제일제당(현 CJ)이 ‘다시다’라는 자연 조미료를 출시, 시장 판세가 역전됐다. 조미료 시장에서 드디어 CJ가 대상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조미료 시장점유율에서 6대4 정도로 CJ측이 대상을 누르고 있다. 양사는 지금도 식탁에 오르는 식품업종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맛전쟁’이라고 표현될 만큼 두 기업은 주부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갖가지 홍보와 대대적인 판촉전으로 실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서로 신제품을 내놓으면 곧바로 대응 상품을 내놓으며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30년 이상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CJ와 대상이 최근‘광우병 파동’과 관련해 한바탕 ‘감정싸움’을벌이고 있다. CJ와 대상이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조미료 판매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미국산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후 대상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제품을 전량 폐기하겠다’고 발표한 반면, CJ측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데, 제품을 회수하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대상은 최근 “당사의 조미료 등 일부 제품에 사용된 미국산 쇠고기는 주로 위험성이 희박한 정육부분으로 미국 농무성에서 매 원료 수입시마다 발급받은 BSE(소해면상뇌증) 미감염 증명서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미국산 소의 광우병 발병원인 등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고, 현재 정부도 미국산 쇠고기를 원료로 한 모든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제품 전량을 회수, 소각했다”고 밝혔다. 대상 관계자는 “타사에서 이번 제품 회수에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소비자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념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안해소를 위하여 ‘회수’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대상은 “정부가 안전하다고 발표할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당분간 조미료 재료로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 등을 사용,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상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제품을 지난해 말과 지난달 중순, 두 차례에 걸쳐 회수 소각했다. 대상이 폐기처분한 것은 조미료와 가공식품 종류로 금액으로 환산했을 경우 50∼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대상의 조치에 대해, CJ측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CJ 관계자는 “대상측에서 밝혔듯이 조미료에 사용되는 재료는 위험성이 희박한 살코기 부분. 또 미국산 쇠고기를 원료로 사용할 당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인증을 받았다”며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대상이 무조건 회수해 폐기하는 진짜 속셈이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CJ측에서는 ‘대상이 이번 조치를 통해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타사 조미료 제품 철수를 유도, 조미료 시장을 개편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CJ측은 “미국산 쇠고기를 재료로 한 조미료의 경우,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는 만큼 제품을 회수하거나 폐기처분 하지 않고 종전대로 판매할 것”이라며 “이번 일이 확대되면 대상측이 바라는 의도대로 움직이는 셈”이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다.특히 CJ 관계자는 “제품을 무조건 회수해 폐기하면 소비자 불신만 초래하고, 업계 전반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또다시 신경전을 펼치고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양사는 사돈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98년 6월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남 재용씨와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세령씨가 결혼을 한 것이다.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맹희씨의 아들로, 이재용씨와는 사촌지간. 이에 따라 CJ와 대상은 한다리 건너 사돈지간이 되는 셈이다.이에 대해 CJ와 대상 양사의 관계자는 “두 기업간 싸움이니, 라이벌이니 하는 식의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같은 업종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관계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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