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내전에 전체 인구 60% 피란민 된 시리아

정부군-반군 전투 격화로 6주간 시민 1만2000명 사망 
시리아인 최다 수용 터키, 시리아인 문제가 대선 쟁점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올해 1~4월 시리아 내에서 92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피란민이 됐다고 유엔이 지난 11일(현지 시각)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파노스 뭄치스 시리아 담당 조정관은 “1월부터 4월까지 92만 명이 전쟁을 피해 살던 곳을 떠났다"며 “7년 넘게 이어진 내전에서 단기간에 가장 많은 난민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피란민까지 합하면 시리아 내에서만 620만 명이 전쟁 피란민이 됐다. 시리아 밖으로 빠져나간 피란민도  560만 명에 이른다. 뭄치스 조정관은 올해 발생한 피란민들이 대부분 반군 거점이었던 동(東)구타와 여러 반군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이들리브에서 빠져나온 주민들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군의 지원을 업고 대부분 지역을 수복하면서 반군 점령지는 북서부 이들리브주와 남쪽의 요르단·이라크 국경 지역 정도만 남았다. 정부군이 이들리브주에서 공습을 강화하면서 동구타와 비슷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이 곧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뭄치스 조정관은 이들리브 지역이 터키·러시아·이란 사이에 맺은 안전지대 협정에 포함된 곳이라면서 250만 명이 거주하는 이곳에서 교전이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 7년을 넘긴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35만 명에 이른다. 뭄치스 조정관은 “시리아에서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게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면서 “동구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2012년 동구타가 반군에게 넘어가자 수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듬해부터 포위 작전을 펼쳤고 올해 2월에는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아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정부군의 총공격이 시작되면서 동구타에서는 6주간 주민 1만2000 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미국의 권위 있는 민간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7년 내전 끝에 원래 살던 곳에서 밀려난 시리아 사람은 근 1300만 명이다. 이는 유엔 통계 1180만 명을 크게 웃돈다. 퓨리서치센터가 집계한 난민 1300만 명은 내전 발생 이전 전체 시리아 인구의 약 60%다. 이는 시리아 주민 10명 가운데 6명이 피란민으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다. 지난 수십 년 사이 인구가 이처럼 많은 피란민이 된 나라는 시리아 말고는 없다. 이처럼 살던 곳에서 밀려난 시리아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들 전체 피란민 가운데 600만 명 이상, 즉 전체 피란민의 약 49%는 시리아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인 국내난민감시센터(IDMC)가 내놓은 2017년 중반 기준 통계에 따르면, 시리아인 수십만 명이 집으로 돌아갔고 이보다 약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새로이 피란민 대열에 합류하면서 이 수치는 지난 몇 년 사이 거의 변동이 없었다. 예컨대, 2017년 상반기 시리아인 근 70만 명이 내전으로 인해 새로이 피란민이 됐다. 그런가 하면 시리아 피란민 500만 명 이상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이웃 나라들에 산다. 유엔난민기구(UNHCR) 자료에 따르면, 터키(340만 명), 레바논(100만 명), 요르단(66만 명), 이라크(25만 명)에 있는 피란민들은 전 세계 시리아 피란민의 약 41%를 차지한다. 이집트와 리비아 같은 북아프리카 국가들에도 시리아 피란민 15만 명 이상이 산다. 이들 국가에 사는 시리아인의 수는 요르단과 레바논 내 시리아 피란민의 급격한 증가 때문에 2014년 한 해 동안에만 50만 명에서 250만 명으로 폭증했다. 터키 또한 시리아 피란민 급증을 겪었다. 이 나라에서 시리아 피란민은 2014년 초 56만 명에서 그해 말 160만 명으로, 그리고 2015년 초 160만 명에서 그해 말 25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유럽통계국과 UNHCR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 피란민 가운데 약 100만 명은 유럽으로 건너갔다. 2011~2017년 시리아인 50만 명 이상이 독일로 이동해 망명을 신청했다. 이로써 독일은 세계에서 시리아 피란민이 다섯 번째로 많이 거주하는 곳이 됐다. 독일로 간 사람들보다는 적지만 11만여 명이 스웨덴으로, 근 5만 명이 오스트리아로 갔다. 2015년과 2016년 유럽에서 망명을 신청한 시리아 피란민 거의 전부는 망명이 받아들여졌거나 망명 수락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망명 신청자 외에 약 2만4000명의 시리아인이 2011~2016년 유럽에서 난민으로 공식 재정착했다. 이런 난민 신청은 해당자들이 목표 국가로 이동하기 전 처리되고 승인된다. 이에 반해 망명 신청자들은 먼저 유럽으로 이동한 다음 그들의 목표 국가에 일단 도착해 망명 신청을 하게 된다. 시리아 피란민 가운데 약 10만 명은 유럽·아프리카·중동이 아닌 곳에 사는데 그곳은 바로 북미다. 이들은 전 세계 시리아 피란민 중 1% 미만이다. 시리아 내전 발발 이래 시리아 피란민 약 5만2000명이 캐나다에서, 그리고 2만1000명이 미국에서 각각 삶터를 구했다. 이와는 별도로 시리아인 수천 명이 2012년 이래 미국과 캐나다에서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오는 24일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예정인 터키에서는 350만 명에 이르는 시리아 피란민이 주요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 지도자들은 터키 내 시리아 피란민들을 향해 시리아 국내 사정이 허용하는 대로 즉각 귀국하라고 촉구하는 반면, 터키 정부는 시리아 피란민 환영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심지어 이들에게 터키 국적을 부여하자는 입장이다. 주요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대통령 선거 후보인 무하렘 인체는 지난달 한 TV 인터뷰에서 터키 거주 시리아 피란민 7만여 명이 이슬람 축일인 에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시리아를 다녀오도록 허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비난했다. 시리아 피란민이 이슬람 축일에 즈음해 시리아를 방문하는 것은 시리아로 영원히 귀국하는 것과 다를 것이 뭐 있느냐는 것이다. 인체 후보는 “당신이 그곳에 가서 열흘간 머무르다 돌아올 수 있다면, 당신은 그곳에서 영원히 머무를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돌아오겠다는 것이냐? 이 나라가 무료 급식소냐? 우리나라는 일자리 없는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정부를 공격했다. 터키 정부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수십억 유로를 받는 대가로 유럽행을 원하는 시리아 피란민을 자국 내에 붙잡아 두기로 EU에 약속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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