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3위, SK그룹의 경영권은 누구 손에’올 초부터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SK그룹의 경영권 향방이 내년 주주총회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태원 회장과 소버린의 의결권 확보전이 한창이다. SK(주)의 전체 지분 중 14.99%를 보유, 최대주주 지위를 지키고 있는 소버린에 맞서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백기사(우호세력) 결집에 주력하는 형국이다. 소버린은 소버린대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세 결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공격과 수비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SK(주)는 지난 12월18일 이사회를 열고 10.41%에 달하는 자사주 모두를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채권은행단과 기타 우호세력에 매각키로 결의했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버린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SK가 구체적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시장은 일단 SK가 ‘1차 방어선’은 선점했다는 반응. 자사주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가정하에 SK측은 최태원 회장 등 오너일가와 계열사 지분 15.93%에 우리사주 4.3%, 해외파킹 했던 1,000만주 가운데 일부를 사들인 동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우호적 기관투자가 지분 4.9% 등을 합쳐 25.13%이던 의결권 있는 지분이 35.54로 높아진다.단순히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 소버린 14.99%보다 2배 이상 의결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SK는 SK네트웍스의 채권단이 우호세력 역할을 확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 신한 등 채권단은 SK(주) 자사주를 7% 매입키로 합의한 상태다.SK의 경영권 분쟁에 채권단이 나선 이유는 SK그룹의 경영권이 소버린에 넘어갈 경우 은행공동관리 상태에 있는 SK네트웍스의 경영 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정유(SK(주))나 통신(SK텔레콤)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깔렸기 때문이기도 하다.소버린은 14.99%로 아직까지는 SK(주)의 최대주주다. 소버린은 헤르메스(0.7%)와 템플턴(2.12%) 등 외국계 펀드를 우호세력으로 보고 있기는 하나 지분을 합쳐도 20%가 넘지 않아 지분경쟁에서 SK에 밀리게 됐다.그러나 소버린은 SK의 비대해진 우호지분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먼저 SK(주)의 자사주 매각을 법적 대응을 통해 원천 봉쇄하는 방안이다. 소버린은 SK(주)의 자사주 매각이 의결된 이상 이사회 결의 효력금지 가처분신청과 이사진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소송에 나설 공산이 크다.

소버린은 국내 여론이 자신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의식해 지금까지 주주 이익을 내세워 SK(주) 이사회 교체 명분을 만들어왔다. SK(주)가 자사주 매각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한 12월18일 밤 소버린은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주 매각과 SK해운 지원 등을 결의한 SK(주) 이사회 결정은 주주의 이익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왜 소액주주들이 오는 3월 현재 이사회를 교체하기 위해 투표를 해야만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또 한가지 소버린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소버린이 가지고 있는 SK(주)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외국인투자회사로 분류되는 SK(주)가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으로 묶여 최태원 회장측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에 큰 타격을 미치게 된다.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은 단일 외국인 지분이 10%가 넘을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SK(주)의 경우 소버린이 보유 중인 지분 중 5%를 우호세력에 넘기게 되면 소버린은 9.99%로 지분이 소폭 낮아지지만 SK(주)는 출자총액제한 기업에 들어가 최 회장측 의결권이 현재 15.93%에서 6.47%로 반토막이 난다. SKC&C가 보유한 SK(주) 지분 7.35%와 SK건설 보유지분 2.11%의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 다분히 전략적인 차원에서 소버린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이다.소버린은 “SK(주) 지분 14.99% 중 단 1%도 팔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처럼 효과적인 방안을 소버린이 포기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반응이다.소버린이 굳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SK(주) 이사진 교체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소버린 등의 외국인 주주가 금번 (SK(주)의) 자사주 매각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경우 10.41%에 대한 의결권행사가 금지될 수 있다는 점과 소버린의 지분(14.99%)과 소버린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외국인지분 등 총 외국인 지분이 18일 현재 43.27%에 이르는 점, 또 일부 국내기관과 소액주주들의 소버린 지지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내년 정기주총의 승자는 여전히 점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내년 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 권리를 확보한 투자자들 중 일부가 연말과 연초에 이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소버린의 이사선임 성공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소버린은 부정하고 있지만 SK그룹 경영권 분쟁은 이미 M&A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내 자본과 외국계 자본이 의결권이 있는 지분 확보 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K의 필사적 방어에 맞서 소버린이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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