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몰카 중대한 범죄행위” 전면전 선포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중대한 범죄행위다.” 정부가 최근 불법촬영(이하 몰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교육부‧법무부‧경찰청은 지난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몰카 범죄를 근절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특별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몰카를 끝까지 추적해 단속하고 단호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한 가운데 이번 기회로 몰카 근절에 대한 가닥이 잡힐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몰카 범죄 증가 추세···장비 발전에 수법까지 교묘해
50억 원 지자체 지원 계획···몰카 탐지기 대량 확보한다


사회 전반에 몰카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집을 나선 그 순간부터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촬영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다.

몰카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400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2015년 7623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2016년에는 5185건, 지난해에는 6470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몰카 범죄의 경우 장비가 발전하면서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몰카 촬영에는 주로 초소형 카메라나 위장 카메라 등의 영상촬영기기나 휴대전화 등이 사용되고 있다. 작은 장비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각 0.95cm짜리도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안경, 시계, 신발, 볼펜 등 생활용품에 부착된 초소형 카메라는 원하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몰카 영상은 대개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거나 연인과 성관계 시 상대방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지점이다.
 
미온적 수사‧약한 처벌
국민들 ‘대로(大怒)’한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자신도 모르게 찍힌 영상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진 후에야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피해자들은 ‘디지털 장의사’를 찾아가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촬영물을 100% 삭제하기는 쉽지 않다.

한 번이라도 유출 피해를 당하게 되면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 언제 또다시 내 모습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가 보고 원본 또는 편집본을 인터넷 상에서 퍼나를 수 있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몰카 범죄는 일상생활조차 파괴한다.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인격살인’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몰카 범죄는 혐의가 인정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미온적인 몰카 범죄 수사와 약한 처벌로 인해 한반도는 분노로 들끓었다. 여성들은 시위에 나섰으며 “법정 앞에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눈을 가린 여신이 저울을 들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오히려 (몰카 범죄) 피해자 앞에서 눈을 가리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불법촬영 범죄로 법원에서 1심 선고를 받은 사람 중 징역형 같은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8.7%(457명)에 그쳤다. 55.1%(2911명)는 벌금형 같은 재산형, 8.7%(457명)는 집행유예, 5.5%(290명)는 선고유예를 받았다. 대부분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몰카 근절 위해
수단‧자원 총 동원“

 
정부는 결국 몰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행안부‧여가부‧교육부‧법무부‧경찰청은 지난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불법촬영 근절 특별 담화문에서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끝까지 추적해 단속하고 단호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불법촬영과 성차별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우리 사회에서 불법촬영이 완전히 근절될 수 있도록 모든 기관이 나서서 가능한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공중화장실부터 상시 점검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특별재원 50억 원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해 몰카 탐지기를 대량 확보하는 한편 범죄 우려가 높은 지역의 공중화장실부터 상시 점검하고 민간 건물의 화장실까지도 점검을 확대할 예정이다.

점검은 전파 탐지형 장비로 카메라가 숨겨진 구역을 확인하고 렌즈 탐지형 장비로 카메라 렌즈의 반사 빛을 탐지해 몰카 위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파 탐지형 장비는 현재 300여 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중‧고등학교에서도 몰카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청별로 탐지장비를 보급하고 예방교육을 강화한다. 대학에서는 탐지장비를 자체적으로 확보해 상시 점검하는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법무부와 경찰청은 몰카 유포와 같은 범죄행위를 신속하게 수사해 피해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범죄자를 단호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특히 불법촬영 행위가 적발되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하고 불법촬영물이 확산되지 않도록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강화한다. 피해영상물이 삭제‧차단되도록 여가부 등 관계 기관과 협력도 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물통형·단추형 카메라 등 변형카메라 등록제 도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활용 불법영상 실시간 차단기술 개발 ▲미국·일본 등과 양자 사법공조회의 개최 ▲해외사이트에 불법 영상물 유포자 끝까지 추적 처벌 ▲불법촬영물 주요 공급망인 음란사이트·웹하드 강력한 단속·수사 등도 추진한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몰카는 문명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차마 부끄러운 짓이며 중대한 범죄행위다. 정부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우선 화장실부터 시작하지만 더 나아가 여성 대상의 모든 범죄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이러한 반문명적인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단속하고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안심할 수 없고 편안하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아직 야만(野蠻)”이라며 “여성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디지털 성범죄는 지하철과 공중화장실 같은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누구나 쉽게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확산의 속도만큼 인간의 영혼마저 빠르게 파괴할 수 있는 무서운 범죄”라며 “그것을 촬영하는 것, 유포하는 것, 보는 것 모두 명백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가 막중한 불법촬영물 유포자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하는 등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라며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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