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선 대주주 18명 주가폭락 직전 카드 주식 79만주 전량매도“큰 손실 줄이기 위해 내부 정보 이용한 것 아닌가” 의혹 확산유상증자와 함께 매각이 동시에 추진 중인 LG카드. LG카드가 유상증자를 직전에 두고 당초 채권단과 약속한 연말 3,000억원 증자가 1,998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LG그룹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유상증자에서 실권이 발생하면 실권주를 모두 LG증권이 떠안는 ‘총액인수방식’이 LG증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LG카드발(發) 유동성 위기가 이제는 그룹의 ‘명(命)’이 흔들리는 위기로 발전하는 국면이다. LG카드 부실로 그룹 내에서 여러 문제에 직면한 LG그룹이 이번에는 대주주 일가의 불공정 주식 거래 의혹을 사고 있다. LG카드의 현금서비스가 중단된 11월21일 직전, 대주주 일가가 대규모로 지분을 처분한 것이 내부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손해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LG카드와 금감원 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18∼19일 이틀간 LG전선 대주주 18명이 LG카드 주식 79만4,450주를 장내에서 전량 매도했다. 거래가 있은지 이틀 뒤인 21일, LG카드는 현금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전까지 1만2,000∼1만3,000원대를 유지하던 LG카드 주가는 이때부터 폭락하기 시작해 한때 5,88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대주주들은 자칫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뻔한 상황에서 매각 시점을 절묘하게 맞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그러자 시장에서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대주주들이 사전에 LG카드의 내부정보를 입수하고 주식을 처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시가 난 다음날인 29일과 12월1일 이틀간에 걸쳐 주요 언론들도 대주주들의 불공정거래 의혹을 보도했다.29일은 토요일이었다. 때문에 12월1일 월요일까지 보도는 계속됐다. 금감원은 언론 보도를 그냥 흘려보낼 수 없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12월2일 화요일에 LG카드 관계자를 금감원으로 불러들여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LG카드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해 나가는 대주주 일가가 계열분리 차원에서 지분을 정리 중이었고, LG카드 유동성 위기설은 이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해, 한 차례 있었던 조사를 확인해줬다.LG카드 관계자가 금감원에서 했던 말은 그동안 대주주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LG카드 지분을 처분할 때 내밀었던 명분이기도 했다. 실제로 구평회 LG칼텍스가스 명예회장, 구자열 LG전선 사장, 구자용 LG칼텍스가스 부사장 등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해 나가는 LG전선의 대주주들은 점차적으로 LG카드 지분을 정리해왔다.그러나 LG가 주장하는 ‘계열분리에 따르는 지분 정리’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시행령(이하 시행령)’에 비추어봤을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행령 제3조 2항에 따르면 기업집단으로부터 제외를 요청한 회사(상장사일 경우)는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이 3% 미만이어야 한다.

비상장사는 10% 미만이면 된다.LG의 주장을 듣다보면 계열분리를 해 나가는 대주주 일가의 LG카드에 대한 지분이 3%를 초과해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지분정리를 해 나가는 듯 이해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 9월말 LG전선,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 LG니꼬동제련 등 4개사가 공정위에 계열분리 신청서를 접수할 때 이미 지분 3% 미만의 ‘룰’을 충족하고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신청서를 접수받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지분 관계가 규정에 부합했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계열분리 요건만을 충족키 위해 지분을 매각하는 차원이라면 9월에 이미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었던 것이다.그럼에도 LG는 “보다 완벽한 분리를 하기 위해서”라며 대주주들의 지분 매도를 재차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매도 시기가 왜 LG카드가 위기를 맞기 직전이었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LG도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LG 관계자는 “지분을 처분한 해당 대주주 일가가 나름대로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가장 무난한(?) 해명을 했다.LG카드가 그동안 냈던 공시를 보면 지난 6월 유상증자 이후 창업고문 일가들이 계열분리를 해 나가면서 10월 중순 이후 LG카드 지분을 집중적으로 처분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동성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시점에서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팔아치우자 시장이 동요한 것은 물론이다. LG카드 현금서비스가 중단되기 직전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것은 궁극적으로 계열분리를 위한 차원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금감원과 금감위도 이같은 사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분을 매각한 시점이 LG카드 위기가 가시화되기 직전이었던 것을 놓고 보면 의혹을 제기할만 하다”며 재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주주 일가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지분을 처분하고 이에 따라 손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주)LG 관계자는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시점에 처분한 주식 수가 그리 많지 않은 만큼 거액을 벌거나 손해를 줄이기 위한 차원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대주주 일가가 유상증자에 참여할지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극히 낮고 계열분리 명분도 더 이상 약발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우려와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만약 금감원 조사가 시작될 경우 이같은 문제들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조사에 들어갈 것인지 조사에 들어가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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