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2일 이후 수도권택지지구 7곳 시공사 24개사 대상담합 사실 밝혀지면 분양대금의 최고 5%까지 과징금으로 부과공정위가 처음으로 아파트 분양가 담합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서자 조사 대상 시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들 시공사들은 한편으로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는 등 강경 방침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져 한 차례 풍파가 예상된다. 공정위는 지난 11월12일부터 경기 용인 동백지구를 시작으로 용인 죽전지구 및 남양주 평내·호평지구, 의정부 신곡 지구, 인천 송도신도시, 파주 교하지구 등 수도권 택지지구 7곳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대상에 오른 시공사만 해도 24개사에 이르고 있어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공정위는 11월12일부터 같은달 19일까지 경쟁국 공동행위과 3개반을 동원해 조사 대상 업체의 분양현장을 조사했다. 조사 기간 중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로부터 회의록과 분양가 산정 내역 등을 압수수색하고 자료를 정밀 분석 중이다.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정무위 의원들 중 일부가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한 것을 강철규 위원장이 받아들인 것이 공정위가 대대적으로 분양가 담합을 조사하게 된 배경이 됐다. 국감에서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이재창 의원은 “현재 주택업체들은 분양가 자율화를 악용해 끊임없이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가격담합의 의혹마저 있다”며 강철규 위원장에게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강 위원장이 “가격 담합 가능성이 있다면 조사하겠다”고 답변한 것이 실행으로 옮겨진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놓고 소위원회가 아닌 전체회의를 통해 심결을 내릴 방침이다. 곧바로 전체회의로 넘어간다는 의미는 사안의 심각성이 단순한 정도를 넘어섰다는 뜻.공정위의 조사 후 심의 과정을 보면 해당 부서가 조사결과를 소위원회에 상정하면 소위원회측의 심결로 사건이 종료되지만 사안이 심각할 경우 공정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체회의에서 심결하게 된다. 공정위가 분양가 담합 조사를 전체회의에 회부하겠다는 것은 혐의의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과 정확히 혐의를 짚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의 전체회의는 내년 1월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체회의 결과 담합행위로 판결되면 분양대금의 최고 5%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하게 된다.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동백지구 분양대금 약 5,000억원 중 최고 250억원 가량을 과징금으로 징수당할 수 있다. 타 업체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공정위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데 이어 전체회의로 심결을 넘기려 하자 조사 대상에 오른 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용인 동백지구 내 아파트공급업체들의 협의체 대표격이었던 한라건설을 비롯해 해당 업체들은 공동 변호사를 선임, 공정위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처음 착수한 아파트 분양가 담합 의혹이 자칫 양자간 법정 싸움으로 비화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시공사들이 이처럼 예민하고도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공정위가 준사법 기관으로서 심의 결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변명조차 하지 못한 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고분양가 책정 업체에 대해 법인세 탈루 혐의 등 세무조사를 벌인다는 발표에도 끄떡없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업체는 지난 7월 동백지구 1차 동시분양에 참가한 6개사(계룡건설, 대원, 동보주택, 동일토건, 한라건설, 한국토지신탁)와 동백지구 2차 분양업체 3개사(현진종합건설, 서해종합개발, 신영), 용인 죽전지구 6개사(한라건설, 반도건설, 극동건설, 건영, 진흥기업, 신영), 남양주 평내지구 3개사(대주건설, 금호건설, 유진기업), 남양주 호평지구 4개사(한라건설, 한화건설, 쌍용건설, 우림개발), 의정부 신곡지구 2개사(극동건설, 한일건설), 인천 송도신도시 2개사(성지건설, 한진중공업), 파주 교하지구 2개사(동문건설, 우남) 등 24개사다.공정위 심결이 내년 1월경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사 대상 분양업체들과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 정책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도 공정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있어 시공 업체들에 직접 칼을 대는 첫 시도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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