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500여 명 둘러싼 의견 갈등 고조…합의점 없나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제주도의 무비자제도를 이용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 500여 명을 두고 의견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오랫동안 내전 상태인 국가적 상황을 고려한 인도적 차원의 우호파와 종교·문화 차이의 갈등을 우려한 반대파로 나뉜다.

난민인권센터 “난민의 인권 없이 한국은 결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어”
청와대 국민청원 “난민 수용 시기상조”…30만 명 넘는 인원 동의 표해
 

오는 30일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 이슬람난민 수용 반대 집회가 예정됐다. 집회 주도자는 ‘일반국민(the_public_of_korea)’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대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으로 알려졌다.

집회 주도자는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힘 있는 인권단체들은 있지만 그것을 반대하는 단체나 집회를 주최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어 누군가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혼자 집회 블로그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이 블로그에 집회 참여 인원을 모집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서 일반국민(필명)은 “이번 달 내에 목소리를 내야 제주 원희룡 지사와 중앙 정부가 정신 차리고 앞으로의 난민 정책 방향에 국민들 의견을 반영할 것 같다”고 취지를 전했다.

이와 함께 “이슬람권 난민수용의 문제는 좌·우, 보수·진보를 떠나서 자국민으로서 앞으로 우리 2세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책임감과 위기의식을 갖고 신중하게 고심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 2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는 성명서 발표를 통해 제주도 내 예멘 난민 상황에 관한 의견을 전했다.

이들은 “난민에 대한 혐오를 일삼는 이들은 특히 안전문제와 난민을 연결지어, 마치 저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잠재적 테러리스트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법무부가 이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난민인권센터(NANCEN) 역시 지난 20일 기자회견문과 성명 발표를 통해 “난민의 권리 보호는 정부가 약속한 국제법상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는 국내 거주 난민을 외면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난민의 인권 없이는 한국은 결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는 혐오에 기생하여 난민의 권리를 배제하고 입막음하는 정부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546명 입국→486명 체류
‘무사증 입국 불허’ 조치

 
예멘의 정식명칭은 예멘공화국(Republic of Yemen)으로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에 위치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북쪽 경계선을 이루고 있는 국가다. 2015년에 발발한 내전으로 상황이 어려워져 예멘을 탈출해 제주도로 오는 난민들이 발생했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549명의 예멘 난민이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제주에 입국했다. 현재 일부 귀국 및 타 지역으로 출도한 인원을 제외한 486명이 난민 신청을 위해 제주에 체류 중이다.

급격히 증가한 예멘 난민 수에 법무부는 지난 4월 30일 이들에게 출도 제한(육지부 이동 금지) 조치를 내렸고, 이달 1일에는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에 예멘을 추가해 이후 발생한 예멘 난민은 입국 중단된 상태다. 무사증 입국 불허란 비자 없이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제주도에서 발이 묶여 생계가 어려워진 난민들은 공원이나 해변 등에서 노숙도 한다. 이로 인해 치안 염려, 불안감 조성 등 제주도민들의 우려가 야기돼 제주도청과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14일 예멘 난민의 제주정착 지원을 위해 취업 지원하는 방침을 전했다.

또한 예멘 난민 신청자에게 취업 알선, 긴급 구호를 위한 의료비 지원 등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과 함께 취업 후에도 주기적인 사업자 방문 등 사후 관리와 인근 유흥가 순찰 등을 철저히 해 도민 생활에 불안 요소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단 의지를 확고히 했다.

청와대도 현황 파악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내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 취업 허가 ▲식자재·빵·밀가루 등의 지원과 무료 진료 지원 ▲순찰 강화와 범죄 예방에 집중적으로 나서 불필요한 충돌·잡음 방지라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난민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 취업이 가능하지만, 인도적 필요성에 따라 그 전이라도 내국인 일자리 침해 가능성이 낮은 농·축산 관련 일자리 위주로 취업허가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뉴시스>

통역 미비·인력 부족
진척 없는 난민 심사

 
정의당 제주도당이 예멘 난민 관련한 제주도청의 처우에 쓴소리를 냈다. 정의당 측은 제주도청이 난민 신청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생계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거주지역 제한 해제를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에게 타 지역으로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생계수단을 찾는 노력을 없애는 것이다. 이는 보편적 인권과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난민 또는 이민자에 대해 마땅한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현 상황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 현재 제주에는 심사 담당 인력이 2명 정도에 불과해 난민 심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심지어 아랍어 통역 인력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예멘인 생계비 지원 심사나 건강 검진 등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 난민 심사가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난민을 받지 않은 국가에 속해 이러한 대책이 더욱 미비한 형편이다. 작년 난민 신청자는 약 1만 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35개국 중 19위로 인구 대비 0.02%에 불과한 수치다.

한편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2012년 난민법 제정으로 인해 외국인은 한 달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으나 난민 신청자는 심사기간에 걸리는 기간에 한하여 제한 없이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면서 “하지만 제주도의 경제, 관광 활성화의 일환으로 (행하는) 한 달 무비자 입국과 달리 난민신청은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게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국민의 치안과 안전, 불법체류 외 다른 사회문제를 먼저 챙겨주길 부탁하고 난민 입국 허가에 대한 재고(再考)와 심사기준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에 대해 폐지 또는 개헌해주길 부탁한다”며 난민 반대 입장을 표했다.

해당 청원에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34만6778명이 동의해 난민 문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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