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관가(官街)가 술렁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론이 정치권과 재계, 금융권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장 실장 교체설을 일축했지만 그가 주창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용 상황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의 거취가 유동적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조만간 있을 청와대 조직개편과 맞물려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자료 작위적 재가공…비난·오해 자초하기도
 靑 이례적 유감 표명 반박…文 대통령 신임 절대적

 
<뉴시스>
 장 실장 교체론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경향신문이 지난 16일 자에 보도한 ‘장하성 실장 사퇴설’ 기사가 계기가 됐다. 경향신문은 장하성 정책실장이 지방선거 전 사의를 표명했으며, 그가 대학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이 장 실장의 사의설을 보도한 근거는 ▲“교수로서의 정년퇴직을 장 실장이 원한다”는 여권 관계자들의 발언과  ▲정부 초기 경제 개혁의 밑그림 작업을 끝냈고 ▲청와대 내부의 권력관계 갈등설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장하성 실장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인사 관련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 경향 신문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장 실장도 대변인을 통해 “촛불이 명령한 정의로운 대한민국, 정의로운 경제를 이뤄 낼 때까지 대통령님과 함께할 것”이라며 반박 입장문을 내놨다. 또 “시간이 걸리겠지만 흔들림 없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성과를 반드시 이뤄내 국민들의 삶 속에서 함께 잘사는 세상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존하기 어려운 투톱

하지만 청와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장 실장의 자진 사퇴설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게 정치권과 재계의 전언이다.  장 실장이 본업인 교수 정년이 6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이제 그만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말은 꾸준히 흘러나왔다.

또한 장 실장은 그간 청년실업률 고공행진과 소득 양극화 심화로 인해 꾸준히 사퇴 압력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 이슈로 부각되면서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주도한 장 실장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외교·안보 분야와 달리 실업자 수가 증가하는 등 서민들의 ‘경제 고통지수’가 높아지면서 청와대 정책라인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장 실장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놓고 주도권 싸움의 당사자로 지목된 것도 본인으로서는 부담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 실장의 불화(不和)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동반성장’에 역점을 두고 있으나 장 실장은 ‘재벌 개혁’을 중시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혁신성장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김 부총리는 실제로 올해 1월 현대차를 방문해 “벤처기업과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며 “신산업 분야에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도 3, 4차 협력사에서 최저임금 문제가 있다면 신경을 써서 최저임금이 정착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해 달라는 주문이지만 동반성장을 강조한 모양새다.

반면 장 실장은 대기업이 불평등을 만들었다면서 정부가 직접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2015년 말 출간한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장 실장의 저서에서 확인된다.

장 실장은 저서를 통해 “한국에서는 임금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이 한국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불평등은 기업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성장의 성과는 기업, 정확하게는 대기업이 가져갔다”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두 사람이 최저임금 인상 등 핵심 현안에서 뚜렷한 인식 차를 보였다.
게다가 지난 4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식보고서를 통해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 30여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장 실장과 청와대 경제팀이 타격을 받았다.

사의설의 불편한 진실

경향신문 보도 뒤에 나온 “대통령과 함께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 아니고 장 실장의 입장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 실장의 거취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재신임을 한 게 아니고 본인이 더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 내에서는 장 실장이 사퇴할 경우 J노믹스의 실패를 인정하게 되는 터라 장 실장의 사퇴를 만류하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장 실장을 삼고초려한 문 대통령이 사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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