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유례없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국당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 단 2곳에서만 당선됐다. 동시에 치러진 12곳 재보궐 선거에서는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한국당이 혁신안을 놓고 논의가 한창이지만 보수를 보수하기엔 난관이 첩첩이다. ‘보수를 보수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단체장 후보로 출마한 측과 홍 전 대표 측근으로부터 ‘참패 원인’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출마자들 이구동성 “책임 있는 자세 부족했던 탓... 보수 대통합부터 시작해야”
- “文 정부의 포퓰리즘 ‘경제 정책’, 보수 반등 기회 될 것”
 

# ‘서울’ 김문수 측
“洪 체제에서 이 정도면 선전...
우리는 안철수 꺾었다”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전 대표는 안철수 후보에게 졌다. 하지만 우리는 안 후보를 이겼다. 물론 객관적으로 23.3%는 높은 지지율이 아니다. 그런데 이는 홍 전 대표의 탓이 크다. 후보 10명에게 홍 전 대표가 도움이 됐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다 아니라고 할 것이다. 경기와 인천이 우리보다 지지율이 더 높은 것은 바른미래당 후보가 안철수 후보보다 약했기 때문이다.
 
보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패퇴(敗退)하고 있는 처지다. 그런데 질서 있는 퇴각도 하지 못했다. 현재 인적 자원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향후 자유한국당은 ‘리모델링’이 아닌 ‘리빌딩’을 해야 한다. 당장 바른미래당과 통합이 필요하다. 저쪽도 따로 떨어져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대로라면 총선에서 TK마저 지키지 못한다. 총선은 치르나마나다. 자유한국당이라는 당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를 하지 못하고 지지를 못한다. 보수 ‘리빌딩’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당내 내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 ‘충남’ 이인제 측
“친박·친이계 뻔뻔함 결정적
유승민에 손학규까지 ‘빅텐트’ 필요”

 
홍준표 전 대표 하나로 인해 이렇게 처참하게 패하진 않았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에 ‘책임 있는 자세’가 부족한 탓이다.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들이 ‘책임’을 지지 않은 탓이다. 친박계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막중한 사태에도 반성 없이 뻔뻔하게 버텼던 게 크다. 친이계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막말을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 남북대화와 북미회담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일단 ‘통합’이 되지 않고는 다음 선거에도 ‘기약’이 없다. 누군가는 큰 리더십을 발휘해서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 서청원·홍준표·김무성 3인이 2선으로 물러났으니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누군가가 보수대통합을 이끌어야 한다. ‘리모델링’이 아닌 ‘리빌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승민 나아가서는 손학규까지도 품는 ‘빅텐트’를 쳐야 한다. 당권 주자로 언급되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의 경우 ‘경선’이 아닌 ‘추대’를 전제로 당 재건에 나설 뜻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경북’ 이철우 측
“선당후사 정신 부족... 중진
‘불출마 선언’·복당파 ‘백의종군’”

 
역대 지방선거를 보면 여당이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안에 치르는 선거의 경우 70~80프로 가까이 수도권에서 압승했다. 이번 역시 1년도 안 돼서 선거를 치른 탓이 크다. 또 지금까지 북풍은 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이번 북풍은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작년까지 전쟁이 일어난다고 걱정했던 보수층들이 ‘이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구나’ 안심한 탓이다.
 
‘책임’ 지는 사람이 없었던 탓도 크다. 과거 야당에는 당이 힘들 때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중진들이 모두 호남의 지역구를 던지고 수도권으로 왔다. 선당후사, 개인보다 당을 먼저 생각했고 희생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어땠나. 20대 총선에서 180석을 호언해 놓고 참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그럼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보수는 자기희생이고 책임이다. ‘이것은 보수가 아니다. 이것은 수구다’라고 기존 보수층들이 생각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홍준표 전 대표가 막말을 하고 사천을 하고 전횡을 일삼아도 당내 중진 몇 사람 빼고는 직언하는 사람이 없었다. 당이 망하든 말든 국회의원직만 유지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한국당이 제대로 된 개혁을 한다면 2년 후 재기할 수 있다고 본다. 다음 대선에서 정권 탈환 또 꿈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당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 5명 정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더 나와야 한다. 당을 위해 희생하고 2선으로 물러나서 그 자리에 40~50대를 영입해서 당을 젊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당은 주역의 핵심 사상인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궁극에 이르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열리게 되고, 열리게 되면 오래간다)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다만 탈당 이후 들어온 김성태, 장제원 등은 ‘원죄’가 있다.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의 심판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당직을 맡으면 안 된다. 백의종군해야 한다.
 
# ‘중앙당’ 홍준표 대표실
“4%정당 30%까지 끌어올려...
사당화 논란? 사실과 전혀 달라”

 
세계 운동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종파주의·계파주의와 기희주의다. 2016년도 총선 때 친박과 비박계 간 일대 충돌이 일어났다. 일종의 당권 투쟁이고 향후 권력 헤게모니에 대한 싸움이었다. 이 부분이 노골화돼서 보수 세력 자체가 해체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여기에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감옥에 가 있는 상태다. 국민들이 봤을 때 두 전직 대통령이 역사적 책임을 지고 수감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밑에 누구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 국민들이 볼 때 친박이든 비박이든 친이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이 중요했지, ‘책임감’과 ‘정치의식’은 없었던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어떻게든 당을 구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계파 청산을 위해서도 애썼다. 이러한 노력이 4%정당을 30%까지 올린 계기가 됐다. 당권을 생각하는 사람들, 당권을 통해 공천권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막말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홍 대표가 이재명과 같은 입에 담지 못한 욕을 한 것은 아니지 않나. 직설 화법이었을 뿐이다.
 
홍준표 전 대표의 사천 논란도 사실과 다르다. 자기 사람 누가 있나. 사람들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정확이 봐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은 모두 시도당에 위임했다. 홍 전 대표의 특보들이 나왔다가 아웃됐다. 팩트를 가지고 봐야 한다. 시도당 위원장들이 자기들이 해놓고 실패한 책임을 홍 전 대표에 돌렸을 뿐이다. 김대식, 조진래 정도를 제외하고는 없다. 공천된 수차가 700명이 넘는데 손에 꼽을 정도다. 이를 가지고 사당화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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