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6.13 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 대권 후보군은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진영은 ‘인물부재론’이 심화되고 있어 대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조금 지났지만 ‘포스트 문재인’을 꿈꾸는 인사들이 즐비하게 됐다. 기존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부터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낙연 총리, 김부겸 장관까지 잠룡군에 들어간다. 여기에 대구 출신 추미애 당대표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까지 대권 도전설이 나오면서 후보군을 넓혀가고 있다. 통상 정권을 잡으면 10년은 간다는 통설이 있어 여권 내 잠룡군은 유력한 주자로 부상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전쟁을 벌이고 있다.
 

- 대선·지방선거 ‘승리’ 이끈 秋, 국회의장 ‘리더십’ 인정 丁
- 丁, 전임 국회의장 정계은퇴 전철? ‘제3의 길’
 

집권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 최대의 수혜자는 단연 추미애 당대표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당대표 임기중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을 성공시킨 것을 비롯해 전국 단위 선거인 5.9 조기 대선과 6.13 지방선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거푸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랜 타이틀인 ‘선거의 여왕’의 자리를 추 대표가 물려받았다고 평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추 대표는 5월 31일부터 6월 12일까지 공식 선거운동 기간 7천160km를 이동하면서 26시간 30분간 후보 지원유세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전략 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 당력을 집중하고 자신의 고향인 대구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등 영남 공략에 당력을 집중해 PK지역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지방선거 최대 수혜자, ‘선거의 여왕’ 칭호

 
통상 ‘민주당 대세론’속에 공천 잡음이 선거에 악영향을 주기 마련이지만 추 대표는 비교적 잡음 없는 공천과 선거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나 3월에 터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비롯해 박수현, 민병두, 정봉주 등 여권 인사들의 ‘미투운동’으로 당이 휘청거릴 당시에도 여성 당대표로서 신속히 당을 추스렸다는 점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2016년 8월 전대에서 친문 주류의 지원을 받아 당대표에 오른 추 대표는 ‘추미애 패싱’이란 말까지 듣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 여권내 위상은 매우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 인지도도 높아졌고 당대표를 하면서 정치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60년 민주당의 역사에서 선출직 당대표가 2년의 임기를 채우는 일이 매우 드문 일인 만큼 8월 25일 전당대회 이후 추 대표의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당 안팎에서는 ‘추미애 당권 재도전설’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이 높지 않다. 추 대표실도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여권 내에서는 이낙연 총리 후임으로 총리 기용설과 대권 도전설이 나오고 있다.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현 이낙연 총리가 호남 출신이고 추 대표가 대구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 안배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입각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에는 추 대표가 하반기 상임위로 국방위를 신청했다는 말이 돌면서 입각설보다는 대권으로 직행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그동안 비인기 상임위로 분류되는 국방위지만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핵심적인 상임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기 대권을 노리는 대권 주자로서는 남북관계에서 국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 경력 쌓기용으로 선호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秋, 총리 입각? 대권 직행 가능성↑
 

하지만 추 대표는 대권 도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진행자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말하면 승리에 도취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 오늘은...”이라고 말을 아꼈다.
 
추미애 대표만큼이나 선거운동기간에 전국을 누빈 인사가 바로 6선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다. 정 전 의장은 6월 1일 국회의장직을 내려놓고 복당을 한 이후 전국 유세현장을 다녔다. 국회의장직을 퇴임하면 정계은퇴하는 수순으로 쉬는 게 관례처럼 돼 있지만 정 전 의장은 달랐다.
 
오히려 정 전 의장은 스스로 자청해 선거지원 유세에 나서 과거 국회의장의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 전 의장은 전북에서 5선을 하고 지난 4.13총선에서 종로에서 다시 서울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에 자신의 취약지역인 수도권, 경북, 전남, 충청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 유세를 벌였다.
 
전남의 경우에는 광양을 비롯해 고흥에 나선 민주당 후보를 지원 유세를 펼쳤다. 충남 유세에서는 논산을 비롯해 대전을 찾아 대전시장과 대덕구 후보와 선거운동을 했다. 무엇보다 경북에 심형을 기울였다. 6월 10일 오전에는 포항을 찾아 허대만 후보와 함께했다.
 
11일 오전에는 경북 구미에 들어 장세용 후보를 지원했고 오후에는 영덕군수에 나선 장성욱 후보와 만나 지원 유세를 했다. 특히나 ‘박정희 생가’가 있는 구미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으로 장 후보가 최종 당선돼 1995년 민선 실시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 기초단체장 후보가 당선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6.12일 선거 지원 유세 마지막날에는 자신의 종로 지역구 인접 지역인 명동에서 추미애 전 대표와 함께했다.
 
정 전 의장의 선거 지원 광폭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정 전 의장이 이미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김두관 전 전남지사와 함께 경쟁을 벌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6년 4.13 총선에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와 ‘정치 1번지’로 알려진 종로선거를 앞두고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 전 의장은 총선 전 팟캐스트 방송 ‘나는 정청래다’에 출연해 ‘2017년 대권에 또 도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만약 제가 종로에서 당선이 된다면 도전해 볼 생각이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정 전 의장은 서울시장 출신에 ‘스타 정치인’으로 각광을 받던 오세훈 후보를 만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10%P 이상 차이로 누르면서 일약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재탄생했다. 명실상부한 전북의 맹주, 호남 적자라는 평이 잇따랐다. 또한 8월 전대를 앞두고 있어 정 전 의장은 ‘당권 도전설’, ‘국회의장설’, ‘대권 도전설’ 등이 난무했다.
 
결국 정 전 의장은 당권과 대권 사이에 고민하다가 국회의장직에 도전하면서 문희상 국회의장 당선자를 여유있게 누르고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맡아 최근까지 수행했다. 2016년 6월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취임한 정 의장은 5당 체제라는 복잡한 정치 지형 속에서 국회의장과 원내교섭단체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하고, 직권 상정보다는 여야 의원 설득에 노력을 기울이는 등 협치를 위한 리더십으로 비교적 국회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의장직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수행하고 직을 관둔 이후 바로 전국선거 지원유세를 펼친 정 전 의장이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 후보를 누른 정 전 의장은 올해 만 67세로 2022년 대선 시 70대 초반이다. 정치권에서 정 전 의장이 전임 국회의장의 전철에 따라 정계은퇴하는 수순을 깰 공산을 높게 보는 이유다.
 
하지만 범 친문으로 분류되는 정 전 의장이지만 정세균계가 4.13 총선을 통해 반토막이 났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김종인 지도부 출범 이후 공천과정에서 정세균계 인사들이 대거 컷오프당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丁 딜레마, “자기 세력 복원이 관건”

 
실제 광주지역 탈당 바람 속에서도 당을 지켰던 강기정 전 의원을 비롯해 전병헌, 이미경, 오영식 전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심지어 정 전 의장의 지역구였던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박민수 의원도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후 정 전 의장은 총선이후 2년을 당을 떠나 당 의장직을 머물렀다. 자기정치를 할 시간이 없었다. 정 전 의장이 차기 대권 가도에 자신의 세력을 얼마나 복원할 수 있을지가 대권 도전 최대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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