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월14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개최하면서 사회지도층의 역외탈세 및 해외재산 은닉을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해외범죄수익환수 합동조사단 설치를 지시했다. 한 달이 넘은 지금 검찰, 국세청, 관세청에 금감원과 금융위를 포함한 6개 부처가 참여, 해외 검은자금 추적을 위해 6월22일 출범했다. 일단 첫 수사대상은 대기업 오너들의 해외재산 은닉과 탈루 의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 일가가 우선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박근혜·최순실 등 전직 대통령의 해외에 숨겨둔 검은돈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최순실 일가의 재산을 1년 가까이 추적해 온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현 합동조사단 구성원들의 검은돈 환수에 대한 정보력과 의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 검찰·국세청·관세청·금융당국 합동조사단, “대통령 뜻 잘 파악해야”
- 이명박·박근혜·최순실 재산 환수, “넘어야 할 산 한두 개 아냐”

 
문재인 대통령은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 반사회 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의 ‘해외범죄수익환수 합동조사단’ 설치를 지시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검찰, 국세청, 관세청 등 관련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조사단 설치를 주문했다.
 
최근에는 합조단에 금융당국이 포함됐다. 해외 부동산 매입이나 법인 설립 및 지분 취득, 자금 세탁 등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 예금보험공사가 포함됐다. FIU는 금융기관을 이용한 자금 세탁과 외화 불법유출을 탐지하는 역할로 불법자금세탁 의심이 되는 해외송금 거래를 분석해 검찰이나 국세청, 관세청 등 합조단에 전달할 전망이다.
 
검은돈 환수, ‘공소시효·입증·의지’
걸림돌 수두룩

 
조사 대상은 일단 국내 대기업이 든 될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갑질’논란으로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해외재산을 상속받으면서 수백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또한 대기업들이 차명계좌와 부동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공연하게 해외로 돈을 빼돌린 자료는 검찰, 국세청 등이 적잖게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기업 오너들의 해외 검은 자금뿐만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최태민-최순실 일가가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자금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이미 작년 기획재정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장에서 송영길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해외 계좌를 통해 상당한 자금을 운용했고 해외 법인과 차명 비자금을 거래한 사실을 제보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4대강에 들어간 43조 원 중 사라진 10조 원을 해외에 CD나 부동산, 차명 계좌를 통해 은닉해 뒀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막후에서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씨에 대한 해외은닉재산도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협조를 요청받은 독일 검찰이 최 씨의 해외 계좌를 이용해 10조 원 규모의 재산을 독일, 영국, 스위스 등에 불법 계좌를 개설해 보관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 씨는 ‘최순실 회고록 서문’을 통해 “난 독일에 페이퍼 컴퍼니도, 유럽에 비자금 한 푼도 없다. 검찰은 다 알고 있을 텐데 입을 다물고 있다”고 토로했다.
 
스위스 계좌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포함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작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스위스 비자금 실태를 파악하라”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외은닉재산 환수 에 대해 1년 가까이 최씨 일가의 국내외 재산을 추적해 온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해외 검은돈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국회에서 만들어져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적으로 안 전 청장은 공소시효가 문제라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세금 내는 기간이 5년이고 시효는 10년이라 최장 15년이 지난 것은 몰수할 수가 없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재산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은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최순실 재산 몰수 특별법’을 여야 130명의 동의를 받아 작년 7월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 계류 중이다.
 
두 번째 이유로 현행법상 범죄 수익을 환수하려면 검찰이 범죄로 확정해야 가능한데 그것 또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입증책임전환의 문제’가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그는 “검찰이 기소를 해도 유죄판결이 나야 환수가 가능하다”며 “해외에서 거액의 돈을 찾아냈는데 입증을 검찰이 해야 한다. 자칫하면 검은돈이라고 찾았는데 정상적인 돈으로 판명되면 오히려 범죄자들에게 좋은 일 해준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 전 청장은 “1970년 미국에서 마피아가 활개치던 시절 ‘리코법’이 발의됐는데 이는 범죄단체가 형성한 재산을 정상적으로 획득했는지를 범죄자 또는 조력자가 입증하는 법으로 우리도 그것을 준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청장은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범죄에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측근이나 하수인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안 청장, “확실한 정보와
자료로 큰 그림 그려야

 
세 번째로 안 전 총장은 합조단 단장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수십 년간 국세청에 몸담고 있었지만 국세청은 세법에 따라 관세청은 관세법,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으로 조직 이기주의가 강해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공산이 높다”며 “조사단장은 전 부처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재 합조단이 출범을 했지만 해외검은자금 회수가 특정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도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 전 청장은 “대통령이 생활 적폐 잡으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사회지도층의 해외 대규모 비자금은 천문학적으로 최소 수천억에서 조 단위가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은행이 3800억 중국에 투자해 수천억 손실을 본 화푸 건이나 KB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래디트은행(BCC) 1조 원 투자 손실, 자원외교 10조 원이 사라진 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료를 갖고 있다”며 “합조단은 일단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정보와 자료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 간 거래라서 정보뿐만 아니라 외교적 도움도 받아야 하는데 대통령 뜻과 달리 용두사미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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