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시간이란, 사용자 지휘ㆍ감독에 종속된 시간”

지난 3월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서 오는 7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근로시간 단축법률이 시행(상시 근로자수에 따라 단계적 시행)될 예정이고, 이에 기업들은 근무체계 변경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근로시간이 노동법상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기 때문인데,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해당 시간에 대해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인 경우에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하므로 근로자의 임금과 직결된다.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1주일(7일)의 연장근로시간 한도가 12시간까지만 가능하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른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무관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업장에서 많은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7호에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0조에서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만 정하고 있을 뿐 정확히 근로시간이 어떤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 및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등에 따르면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 즉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에 둔 실 구속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근로시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이다. 여기서의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란 명시적인 지휘ㆍ감독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것도 포함되는 것으로 본다.

근로시간 여부에 대한 판단 원칙은 앞서도 말했듯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에 따라서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근로계약의 내용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의 규정에서 근로시간에 대하여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②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구체적인 업무 방식이 어떠한지 ③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이 이뤄지는지 ④휴게시간 중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장소가 갖추어져 있는지 ⑤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 등 근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사안에 따라서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이러한 경우 근로시간이고, 저러한 경우에는 휴게시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 사례에서 근로시간  여부를 판단한 내용이 있다.

휴게시간과 대기시간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이 보장되는 시간을 말하고, 이러한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된다. 반대로 자유로운 이용이 어려운 휴게시간은 대기시간으로 보며, 이러한 대기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0조제3항에 따라서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대기시간과 관련해서는 이전에는 판례에서만 인정됐지만, 2012년 2월부터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도록 명문화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①작업은 실제로 하지 않지만 회사로부터 업무 개시 요구가 언제 있을지 불분명한 상태인 이른바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본 경우가 있는 반면 ②장소적 제약이 다소 있더라도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이 명백히 구분되고 근로자가 독립적으로 휴게 또는 수면할 공간이 확보돼 있는 경우에는 휴게시간으로 본 경우도 있다. ③고시원 총무의 경우 특별한 업무가 없어 휴식하거나 공부를 했더라도 사장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돼 휴게하지 않아 근로시간으로  본 경우와 ④아파트 경비원으로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취하면서도 급한 일이 발생하면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하고, 야간휴게시간에 경비실의 조명을 켜 두었으며, 회사의 지시로 시행된 야간 순찰업무는 경비원마다 매번 정해진 시간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사례도 있었다.

교육시간

교육시간의 경우, 회사가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각종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반면, 근로자가 개인적 차원의 법정의무이행에 따른 교육을 받거나 이수가 권고되는 수준의 교육을 받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작업안전이나 작업능률 등 생산성 향상과 관련해 실시되는 직무교육과 근로시간 종료 후 또는 휴일에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소집해 실시하는 교육은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았다. 반면 비록 회사가 교육 참석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교육수당 등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교육 이수 의무가 없고, 회사가 교육 불참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한편,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에 따른 직업능력개발훈련의 경우 ‘훈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근로시간의 인정여부, 임금지급 또는 훈련에 대한 보상 등의 권리ㆍ의무를 정하고 그에 따라 근로시간인지 여부를 판단하며, 훈련계약이 체결되지 않고 이루어지는 훈련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도록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다.

출장시간

근로시간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사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 또는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정한 시간이 있는 경우에는 서면합의에서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해외출장의 경우 비행시간, 출입국 수속시간, 이동시간 등 통상 필요한 시간의 경우 서면합의에 따라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접대 및 회식시간

업무 수행과 관련이 있는 제3자를 소정근로시간 외에 접대한 경우에는 회사의 지시 또는 최소한 승인(내부 결재나 법인카드 사용 등)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회식시간의 경우 사업장 내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 결속 및 친목 강화를 위한 경우가 많아 근로시간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워크숍, 세미나 시간

회사의 지휘ㆍ감독 아래에서 효과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집중 논의 목적의 워크숍이나 세미나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며,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연장근로로 인정될 수 있다. 다만 워크숍 프로그램 중 근로자 사이의 친목 도모 시간이 포함된 경우 해당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