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롯데가(家)에 또 한 번 피바람이 휘몰아칠 조짐이 제기된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96) 명예회장의 아들인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64)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또 한 번 경영권을 두고 맞붙는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달 말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주 자격으로 제안한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 등을 표결에 부친다. 2015년 촉발된 롯데가(家) ‘형제의 난’ 내막을 일요서울이 들여다봤다.

오너 분쟁·정체성 논란·사드 보복…울상 짓는 롯데
신동빈 자리 지켜내도 과제 산적…신동주 역할론도 재주목


재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달 말 정기주주총회를연다. 이번 대결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주 자격으로 제안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신동빈 회장이 여전히 주요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 복귀와 신동빈 회장의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안건으로 제출했다. 주총 일자는 오는 29일 또는 30일로 예상된다.

업계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단독 대표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일본 경영진의 의중을 알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쓰쿠다 사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신임을 받아왔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 측에 합류해 신 명예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 인물이다. 

4차례 주총 신동빈 회장 승리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50%+1주를 갖고 있는 과반주주이기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신동빈 회장에게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는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관계사 20.1%, 투자회사 LSI 10.7%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201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4차례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모두 이겼다. 일본으로 건너가 이사회와 주주에 신사업과 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설득전을 펼친 결과였다. 2016년 한국 롯데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미국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도쿄를 찾아 주총에 참석했다.

지난 2014년 12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자회사 3곳의 임원직에서 해임되면서 시작된 롯데가(家) ‘형제의 난’은 5년차를 맞은 현재까지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2014년 12월 26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상사 사장, 롯데 부회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 3개 자회사의 임원 자리에서 해임됐다. 다만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의 부회장 자리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후 2015년 7월 16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지난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의 ‘형제의 난’은 하루 만에 끝이 났다. 신동빈 회장은 27일 이사 해임 등은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무효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해임했다. 이후 롯데가 분쟁은 신동빈 회장과 반(反) 신동빈 세력으로 나뉘었다.

반 신동빈 세력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비롯해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오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중요 보직에서 밀려나거나 맡고 있는 기업의 규모가 줄어 신동빈 회장에 대해 반감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가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롯데가의 정체성 논란과 함께 시민단체에서는 롯데 불매운동 등이 확산되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 8월 11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호텔롯데를 상장시키고,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후 롯데가 분쟁의 정점이었던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는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신동빈 회장은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몇 번이고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신동빈 회장의 진심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배구조 및 경영투명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 등으로 분위기도 반전시켰다.

신동주 전 부회장 반격 총력

롯데홀딩스 주총 이후에도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온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5년 10월 8일 한국에서 본인의 이니셜을 딴 ‘SDJ코퍼레이션’을 설립하며 반격에 나섰다. 반격의 시작으로 신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했다. ‘롯데홀딩스 해임무효 소송’과 ‘호텔롯데 등을 상대로 한 이사 해임 손배소’ 등 한국과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롯데그룹도 신동주 전 부회장을 돕는 민유성 고문(전 상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과 정혜원 SDJ 홍보담당 상무를 상대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한국과 일본에서 4건의 소송전 및 3건의 고소가 이어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해임 조치는 불법적이고 부당하게 이뤄졌다. 즉각적인 원상복귀는 물론,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롯데그룹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소송 제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롯데 경영권 분쟁 논란이 정리돼 가는 시점에서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또 다시 내세우는 상황은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소송이 롯데 경영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소송은 롯데그룹이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추진하는 호텔롯데의 상장 등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상대방을 압박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형제의 난’이 시작된 후 4년여간 롯데는 끝없는 수난을 겪었다. 법정에선 총수 일가의 치부가 파헤쳐지고,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제공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는 중국의 보복으로 되돌아와 그룹의 중국 비즈니스에 치명타를 입히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 출연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편, 이번주 주총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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