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박주원‧박종진‧이준석, “당 死亡 선고…비빔밥 원했으나 죽도 밥도 아니었다”

안철수 전 대표(왼), 유승민 전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금처럼 해선 답 없다”(박주원), “두 개가 만나는 중도 실험 끝났다”(박종진), “쓰레기 같은 정치인들 이제 정신 차려라”(이준석), “사망 선고 받은 바른미래, 노선 경쟁 후 분당도 감수해야.”(문병호) 

선거는 끝났지만 후폭풍이 시작됐다. 당은 수습에 나섰지만 내부 불씨는 그대로다. 오히려 더 큰 갈등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바른미래당은 선거 이후 정체성과 관련,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최전선에서 뛴 이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러한 선언은 ‘공염불’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서울은 ‘기호 3번’을 직접 달고 뛰었던 출마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바른미래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문 “劉 노선, 안 맞아…국당 회귀” 박 “개혁보수만이 살 길”
‘친안 vs 친유’ 2차 대격돌 후폭풍 ‘변수’


인천시장에 출마했던 문병호 전 후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섰던 ‘공천 파동’ 당사자 박종진‧이준석 전 후보, 박주원 전 안산시장 후보는 지난 18일과 20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바른미래당의 상황과 관련해 여과 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서로 충돌해 ‘노답’
“생각보다 심각 깨달아”


이들은 우선 바른미래당의 선거 참패 원인에 대해 한목소리로 ‘계파 간 주도권 싸움’, ‘당 노선의 모호함’을 꼽았다.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출신이자 친안계로 분류되는 박주원 전 후보는 “결국 공적 시스템보다 사적 연줄에 의지한 계파 싸움이 원인이었다”며 “예컨대 경기도당위원장에 국당 출신 1명, 바른당 출신 1명 이렇게 2명이 공동위원장인데, 2명이 하다 보니 파가 나눠져 그쪽 의견 따로 이쪽 의견 따로 충돌해 뭐가 되질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해선 답이 없다. 창조적 파괴 없이 더 이상 (존립이 어렵다)”고 했다.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출신인 문병호 전 후보는 “외부적으로 신(新)북풍 영향이 컸지만 무엇보다 내부적으로 좌표 설정이 잘못돼 있다”고 정체성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과거엔 어렴풋이 문제가 있다고 느꼈지만, 막상 (선거를) 치러 보니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처절하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준석 전 노원병 후보는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섰던 만큼 친안계 인사들을 향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공천 갈등에서 대한민국 국민 95%가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이 끝난 사항인데 (친안계 인사들은) 자꾸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고집을 부렸다”며 “이번에 잘못한 게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어 그는 “오만가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갑자기 공천 파동을 일으킨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30점 한국당도 결기
빵점 바른미래는 뭐 하나“

 
선거 참패 이후 당 처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논란은 있지만 자유한국당도 나름의 혁신안을 가지고 결기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당보다 더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바른미래당은 뭐 하냐는 것이다. 

박종진 전 송파을 후보는 “30점 받은 한국당도 결기를 보이는데 빵점 받은 바른미래당는 뭐하는 건가”라며 “정계 은퇴 선언이나 불출마 선언 등 결기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저 정도 개혁 내용으로 누가 (당의 간판을 달고 앞으로 선거에) 나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공천 갈등으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그는 바른미래당을 향해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이거는 참패가 아니라 사망 수준”이라며 “바른미래당의 존재 의미가 없어져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 존속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박 전 후보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비빔밥을 만들려고 했지만 죽도 밥도 아니었다”며 “두 개가 만나는 중도 실험은 끝났다. 근데 이걸 또 한다? 그 같은 어리석은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내부적으론 양 계파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남느냐 떠나느냐
“지금은 아냐…총선 무렵”

 
이들은 현재로선 당의 미래가 없고 결국 ‘개혁보수로 가느냐 아니면 국민의당 노선인 중도‧진보 노선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분당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전 후보는 ‘개혁보수 실패’를 강조하며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거론했다. 그는 “유 대표의 대표 이후 메시지를 보면 정치인으로서의 소신과 일관성은 좋은데,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안 맞는다”며 “이번에 개혁보수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고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국민의당 노선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어정쩡하게 가는 것보다 자기 색깔을 가져야 한다. 유승민 노선으로 가든지 국당 노선으로 가든지 둘 중 하나로 정리해야지, 이렇게 어정쩡하게 가다간 앞으로도 비전이 없다”며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는 노선을 명확히 제시하고 당원들이 채택하면 그 노선으로 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리가 돼야 하고 분당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전 대표에게도 노선에 대해 물어볼 것”이라며 “‘착오가 있었다. 국당 노선으로 회귀하겠다’고 하면 같이할 것이고, 개혁보수 노선이면 같이 못한다”고도 했다.
 
반면 박종진 전 후보는 개혁보수 세력이 뭉쳐야 한다고 강조, 정반대의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양쪽이 해체하고 헤쳐모여야 한다”며 “과거 박정희, 박근혜, 이명박과 별 연관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 주축이 된 그러한 개혁 보수, 개혁적 보수세력이 뭉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향후) 일 년 안에 배지들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일 것”이라며 “지금은 움직일 타이밍이 아니다. (총선이 다가오면) 당선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 때를 대비해) 다시 세를 규합해야 한다. 정치는 인재를 가지고 장사하는 것”이라며 “인재를 모으려면 그들이 올 수 있도록 정확한 (비전과 정체성으로) 설득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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