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역대 정부 2~3년 차에 늘 도덕성 사고”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와 지방정부 등에 대한 강력한 감찰을 주문했다. 청와대가 새로 출범을 앞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기강 잡기에 나서기로 한 것은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문재인 정부 2기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하반기 지방정부·의회 고강도 감찰
부정부패 막아 문 대통령 꿈꾸던 지방 분권 실현 의지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을 발판 삼아 출범했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국정운영의 원천이 될 수 있는 힘을 사정에 두고 계속해서 현재의 국정지지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으로부터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요소 및 대응방안’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이 중심이 돼서 청와대와 정부 감찰에서도 악역을 맡아 달라”며 “지방권력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방권력 외에도 대통령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철저한 감시, 강도 높은 청와대와 정부 감찰 등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은 “지방선거 승리 이후에 새로 구성될 지방정부의 부정부패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통해서 토착비리를 근절하기로 한 바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 하반기에 지방정부, 또 지방의회를 상대로 감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날 과거 정부 상황에서 얻은 교훈을 함께 언급했다. ▲집권 세력의 내부 분열과 독선 ▲소모적 정치 논쟁으로 인한 국민피로감 가중 ▲관성적 업무 태도로 정부에 대한 기대감 상실 등을 주요 교훈으로 꼽았다.
 
새 지방정부에 대한
강력한 사전 경고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의 발언은 박근혜정부 때 구성됐던 지방정부의 부정부패를 캐내기 위한 감찰이 아니라 새로 들어설 지방정부에 대한 강력한 사전 경고 메시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감찰 대상과 관련해 “꼭 지방정부가 아니라 자치단체장과 의회를 아울러서 얘기한 것”이라며 “이전 지방정부가 아니라 이번에 새로 들어선 민주당이 승리를 거둔 지방정부를 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승리감에 도취되서 해이해지거나 쉽게 긴장이 풀어지는 경우를 미리 사전에 다잡고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부터 올해까지의 혁신기(문재인정부 1기) 동안 권력형 적폐와 생활 적폐를 청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면, 2019년부터 2년 동안의 도약기(문재인정부 2기)는 지방정부와 의회에 쌓여 있는 각종 부정부패의 청산을 국정운영의 새로운 목표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곧 문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 중인 지방분권을 염두에 둔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 할 수 있다. 비록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자칫 지방정부 출범 초반에 부정부패가 계속될 경우 문 대통령이 꿈꾸던 지방분권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청와대 직원들의 도덕성을 강조한 것도 사전 내부 단속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청산이고, 그 중심에는 부정부패의 청산이 놓여 있는데,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그런 국민들이 바라는 그런 중요한 국정 과업을 제대로 해 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높은 도덕성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를 보더라도 2년 차, 3년 차에 접어들면 도덕성이라는 면에서 늘 사고들이 생기곤 했다”며 “그만큼 익숙해지면서 마음이 해이해지기도 하고, 또 초심도 잃게 되고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 사각지대’
지방의회 사무기고도 감사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정부 감찰 의지가 강한 가운데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자체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지방의회 예산집행이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자치단체 규칙 개정을 통해 기존 감사의 범위 밖에 있던 지방의회 사무기구에 대한 정기 재무감사가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지방의회 예산집행의 사후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에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방의회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법’, ‘감사원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예산집행에 대한 자체감사를 실시하거나 외부감사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대다수 지방의회의 예산집행은 관광성 해외연수, 유흥비 사용 등 매년 부적절한 사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권익위는 지자체의 자체 감사를 벗어난 지방의회 사무기구의 방만한 예산 운영이 문제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자체 감사규칙 내에 정기 감사대상으로 의회 사무기구가 포함되지 않은 곳은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68.7%(167개)에 달한다. 최근 3년간 자체 감사를 받지 않은 곳도 155개(63.8%)나 된다.

전국 지방의회 총 예산규모는 2342억 원으로, 각종 의회 운영 경비, 의정활동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집행되고 있지만 편법·부당하게 집행되는 사례가 많다고 권익위는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데에는 지방의회 사무기구 가운데 상당수가 정기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현행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게 권익위의 지적이다.

이에 권익위는 지자체 ‘감사규칙’의 감사범위에 의회 사무기구가 포함되도록 하고, 지자체는 감사기구를 통해 의회 사무기구에 대한 재무감사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지자체에 권고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자체 행정사무 감사권이 있는 지방의회라고 해서 자정의 기회가 되는 자체감사를 받지 않은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며 “이번 개선방안으로 의회 사무기구의 예산집행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새로 들어설 지방정부와 의회의 부정부패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지방정부 및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고강도 감찰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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