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것과 관련해 "우리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저는 등에서 식은땀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현실인식은 경험에 기반한 정확한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마도 2004년 노무현 정부 중반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제17대 총선에서 47석의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152석의 원내 제1당 되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거대 여당이 추진했던 '4대 개혁입법'에 실패하고 계파싸움으로 사분오열하며 몸집만 비대한 무기력한 집권당이 되었다. 그 결과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2008년 제18대 총선까지 연거푸 3연속 참패를 하였다. 민심은 얻기는 힘들지만 잃기는 쉽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체득하는 뼈아픈 계기였다.
 
2004년 총선이 ‘탄핵선거’였다면 2018년 지방선거는 ‘촛불선거’였다. 국민이 분노의 심정을 투표로 표현하였다는 공통점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수정권의 서러움과 다수정권의 실패를 지켜본 장본인이기에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며 잘해야 한다는 심정을 두려움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그런데 집권당인 민주당도 민심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이 가야할 길에 온도차이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의지해 승리했기에 당의 존재감을 찾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해도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강력한 당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른 한편은 소모적인 권력투쟁을 방지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경험과 협치를 이룰 수 있는 당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필자는 민주당 내의 이러한 논쟁이 문재인 정부 중반기 국정운영에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배부른 정당의 소모적 논쟁의 서곡은 아닌지 묻고 싶다. 과연 민주당은 대통령과 같이 등골이 서늘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가.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의 지지율과 집권당의 지지율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집권당은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국민은 대통령과 집권당을 따로 분리해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우리의 대통령이 임기 말 지지율이 하락하면 당에서 쫒겨나다시피 탈당을 하였던 것은, 대통령과 집권당을 분리시켜 국민의 심판을 피해보고자하는 술수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중반기에 매우 중요한 2020년 총선도 대통령의 지지율로 승부가 나게 되어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지지율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실행하는 것이 최고의 선거전략이다.
 
따라서 민주당 차기 지도부의 핵심임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원활히 뒷받침하는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수립한 100대 국정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국회에서 입법지원을 하고 민생과 경제를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어려운 국회운영을 풀어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당·정·청의 원활한 소통으로 막힌 곳을 뚫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 내에서 패권, 권력투쟁, 계파 등의 단어들이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야한다.
 
저마다 대통령을 지켜야한다고 하나 대통령은 결국 민심이 지키게 된다. 남북관계가 훈풍이 불고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리 경제에 적신호들도 나타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 최저임금제에 대한 노동계의 저항, 청년 실업률 증가 등 사회각계각층에 이탈의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대통령을 지키는 길은 집권당이 이러한 문제들을 주도적으로 대처해 풀어내는 중심에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생을 챙기는 유능한 정당이 되어야 국민이 편안한 정치를 느끼게 된다. 군주민수(君舟民水), 가슴에 새겨야할 문재인 대통령의 두려움을 표현하는 성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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