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사태로 신용불량자 더욱 늘어날 듯 뾰족한 수 못찾는 정부, 신불자 대책 ‘별무신통’지난 11월 25일 서울 강남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나오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인질로 잡고 가족에게 돈을 송금하라고 요구한 20대 여성 김모씨가 서울 강남 경찰서에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카드빚을 갚기 위해 심야의 활극을 벌였다고 말했다. 또 지난 7월 아들의 카드빚을 비관해오던 부부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가 하면 같은 달 카드빚 등 생활고를 비관해오던 한 주부가 자녀 3명과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일도 있었다. 세 건의 사고는 카드 빚에 따른 부작용의 극단적인 사례다. 내년에도 이런 크고 작은 카드빚 사고와 범죄는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지난 11월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수(3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는 전월대비 9만4,271명(2.69%)이 증가한 359만6,168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내년 1/4분기 안에 신불자 400만 시대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을 전망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메리츠증권은 국내 신용불량자수가 내년 1/4분기까지 불가피하게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0월 현재 국내 신용불량자수가 360만명에 육박했지만 증가 속도는 올 상반기에 비해 완만해지고 있다”면서도 “신용불량자 수가 감소하려면 신규 고용과 소득이 증가해야 하는데 계절적으로 4/4분기와 1/4분기는 취업비수기여서 여건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은행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신용카드 관련, 개인 신용불량자는 지난 9월보다 7만8,996명(3.58%)이 늘어나 228만3,319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카드 관련 개인 신용불량자의 증가사유를 보면, 신용카드 대금 연체가 6.19%(4만6,027명)로 증가율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통계는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이 카드사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지난달의 신용불량자 증가는 부실채권 인수기관인 자산관리공사가 포함된 공공 정보 부문에서 6만6,000여명이 늘어난 데다 신용카드사와 국내은행에서 각각 5만7,000여명, 5만5,500여명이나 증가했기 때문이다.카드사 뿐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국민, 조흥, 하나은행 등이 한달 이상 연체했거나 연체가 잦고 신용도가 낮은 잠재 불량고객을 대상으로 현금서비스 축소 등을 통해 부실고객 정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 달초부터 현금서비스를 4곳 이상 받고 있는 신용카드 잠재부실 고객 수 십만명에 대해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정리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연체가 한달 이상 지속되거나 연체가 잦고 신용등급(BSS)이 일정수준에 미달하는 다중채무자들에게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축소하거나 한도를 아예 없애 거래를 중단시킬 예정이다.

연령별로는 20세 미만의 경우 9월말보다 4.89%가 주춤해졌으나 나머지 연령 대는 모두 증가추세를 보였다. 특히 30대 증가율은 3.24%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성별로는 30대 여성의 증가율이 4.46%로 껑충 뛰었으며, 20대 여성(3.57%), 40대 이상 여성(3.13%), 30대 남성(2.55%), 20대 남성(1.99%), 40대 이상 남성(1.93%) 등의 순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30대 여성을 포함한 여성 신용불량자의 증가율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신용불량자문제가 개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가족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남편이 신용불량자가 되면 남편의 빚을 부인이 대신 카드로 갚거나 남편의 카드가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부인 명의로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다 부인마저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는 경제의 한 축인 가계의 파산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업도 카드 빚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불량 법인의 수는 지난 10월말 현재 12만9,579개사로, 전월 대비 12만5,971개사보다 2.86%(3,608개사) 증가해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부도 또는 부도직전의 자금난에 직면한 기업이 급증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이는 신용카드가 기업의 임시변통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절망적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은 LG카드 유동성 위기로 신용불량자의 수가 더욱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LG카드 유동성 위기 이후 각 카드사들은 LG카드를 보유한 이중 카드 보유자의 현금서비스 사용한도 제한에 나섰다. 따라서 돌려막기로 근근히 버텨오던 다중채무자들이 신용불량자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신용카드를 4개 이상 갖고 있는 988만명 중 10∼15%(98만∼147만명)가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갑작스런 현금서비스 중단에 카드대금 연체에 몰린 일부 채무자들이 고금리의 사채까지 끌어다 쓴다는 소식마저 나오고 있다.카드업계 및 대금업계에 따르면 LG카드 자금난을 계기로 신용카드사들이 현금 서비스 한도를 대폭 줄이자 돌려막기를 하던 신용카드 회원들이 대부(사채)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합법적인 대부업체들도 이미 자금난으로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태여서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자 고금리의 사채시장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채시장의 이자율은 지난달 초보다 10일 기준으로 1∼2%포인트(연 36.5∼73%포인트) 가량 올랐다. 다시 사금융 고리대업이 기승을 부릴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 등 정부는 신불자를 구제하기 위해 신용회복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은행 제2금융 등 채권단이 면제 순위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여 겉돌고 있으며, 미국식 개인파산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업계의 반발에 막혀 이조차도 도입될지 요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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