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중 교수
[일요서울|경기북부 강동기 기자] 6월 여름의 문턱에서 이른 더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불면증이 바로 그것. 여름철 불면증은 대부분 열대야 기후가 원인이다.

열대야란 일일 최저기온이 25℃이상, 즉 밤이 되어도 기온이 25℃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잠자리 온도는 18도에서 20도 정도. 하지만 열대아일 때는 이보다 온도가 높아져 잠들기가 힘들어진다. 실제로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주말 동안 이어진 찜통더위로 인해 올해 첫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매년 찾아오는 열대야. 피해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다면 지혜롭게 극복하는 것만이 방법일 터. 열대야를 극복하고 숙면을 취하는 방법을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김의중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김의중 교수는 수면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건강한 성인에게 필요한 평균 수면시간은 7~8시간, 어린이와 청소년은 9~10시간 정도다. 셰익스피어 작품인 헨리 4세의 내용 중 잠은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부드러운 간호사’라고 칭한 것처럼 잠은 휴식을 통해 낮에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고,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반대로 불면증에 시달리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여름철 열대야를 이기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장치가 바로 에어컨이다. 하지만 에어컨을 자칫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여름철 에어컨을 사용하는 상식 몇 가지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여름에 잠들기 적당한 온도는 18~20℃정도. 중요한 것은 이보다 에어컨 온도센서를 약간 높게 설정해 놓고 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개 에어컨은 높은 위치에 설치돼 있는데, 그 위치의 온도는 침대나 바닥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취침 적정 온도가 20℃면 22~23℃정도로 설정하도록 한다. 또 잠들고 1~2시간 경과 후에 에어컨이 멈추도록 타이머를 맞춰 둔다. 밤새 에어컨이 작동되면 새벽녘에 체온이 떨어지면서 추위를 느끼게 된다. 그 순간 잠이 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 번 떨어진 체온은 잘 오르지 않기 때문에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며 아침 5시에 다시 에어컨이 가동될 수 있도록 타이머를 설정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여름철 아침 5시는 외부온도가 다시 상승하면서 더워지는 시간대다. 이것이 잠에서 일찍 깨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또 에어컨 말고 선풍기만으로도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며 방충망이 있는 상태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선풍기를 작동시켜 놓으면 침실 내 열이 쌓이지 않아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며 이때 선풍기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김의중 교수는 "적절한 잠자리 용품은 숙면에 상당히 도움을 준다"며 시트나 이불커버는 흡습성(습기를 빨아들이는 능력)이나 환기성이 뛰어난 것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즉 피부에 직접 닿았을 때 서늘하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베나 마 소재 제품이 여름철 이불로 인기가 많은 이유가 이런 요건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다. 삼베나 마는 재질이 얇고 가벼운데다 흡수성과 통기성이 좋아 열이 잘 빠져 나간다. 가급적 혼방제품을 피하고 100% 천연제품을 써야 효과가 좋다. 잠옷 역시 통풍이 잘 되고 땀을 잘 흡수하는 제품을 선택한다. 삼베, 마 재질도 좋고 면도 괜찮다. 특히 잠옷은 부드럽고 편한 것으로 입어야 한다. 간혹 타이트한 쫄티를 입고 자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호흡하기가 불편하고 땀이 차면서 숙면을 방해한다. 또 냉한체질 이외는 머리와 발을 시원하게 한 상태에서 자는 것도 좋다. 차가운 타월을 베게로 삼거나 발아래 놓아두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 역시 여름철 숙면에 도움이 된다"며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운동 부족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이 특히 숙면에 도움이 된다. 단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은 좋지 않다. 또 자기 직전에 하는 운동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적어도 잠자기 2~3시간 전에 운동을 마치도록 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제언한다. 습도 및 온도가 높을 때는 운동을 삼가해야 한다. 운동 이외에도 잠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좋다. 몸의 열도 식혀 주고 피로를 풀어 주어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여름철 숙면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세세히 설명했다. 우선 ▲지나친 낮잠은 피해야 한다. 간밤에 부족한 잠을 낮잠으로 보충하면 밤잠은 더욱 힘들어진다. 개인에 따라 밤잠에 지장이 없다면 낮잠도 괜찮다. 너무 피곤한 경우에 15~30분 정도의 가벼운 낮잠은 두뇌의 능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또, ▲잠들기 전 지나친 음식 섭취도 하지 말아야 한다. 배가 고파 잠을 이루기 어려울 경우에는 우유나 크래커 등의 간식을 가볍게 먹는다. 많이 먹으면 위에 부담을 주어 오히려 잠들기 어려우므로 조금만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수면을 방해하는 약물은 반드시 삼가해야 한다. 간혹 술을 한잔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오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효과는 잠깐 뿐이고 오히려 수면 중간에 자주 깬다. 특히 맥주를 마시게 되면 소변이 잦아지면서 탈수현상이 나타나고 그 결과 체온이 쉽게 올라간다. 음주는 열대야 효과를 배가시키는 셈이 된다. 그리고 카페인이 든 커피, 홍차, 초콜릿, 콜라, 담배는 뇌를 깨우는 효과가 있어 수면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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