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VS중국, 무역 분쟁 갈수록 격화

아직은 말싸움 수준이지만 현실화할 수도
중국에 중간재 많이 파는 한국이 큰 피해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하 같음) 500억 달러(약 55조42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두 차례에 걸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6시간 만에 같은 방식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미 무역대표부에 2000억 달러(약 221조6600억 원)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또 지시했다. 이는 기존에 발표했던 500억 달러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서도 중국이 반발하고 나서면 추가로 2000억 달러 규모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추가 관세 부과 대상이 모두 4000억 달러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중 무역전쟁이 말 폭탄을 서로 주고받는 수준이며,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전문가들은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또한 실제로 무역전쟁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경우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미국 경제 성장에 큰 타격이 가해지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은 세계경제에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역을 둘러싼 미·중 간의 험악한 상황은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을 긴장시키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에 대해 “심히 우려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21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는 20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패널 토론에서 미중 무역 마찰에 대해 “일본에게 큰 우려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역 마찰이 격화되면 아시아의 공급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쳐 일본 경제에 다대한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미·중이 통상(通常)적인 통상(通商) 관계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무역을 둘러싼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면 한국·대만·동남아 같은 아시아 경제국들이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미국 경제방송 CNBC의 지난  21일 보도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중국에 중간재를 가장 많이 수출한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거시경제 전문 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담당 선임 분석가 가레스 레더에 따르면, 중국은 이들 나라에서 수입한 중간재를 조립해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과 같은 최종 목적지로 출하한다. 중간재는 반도체와 스크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 부품들은 아시아 곳곳에서 제조된 뒤 중국으로 보내지며 중국 현지에서 휴대전화와 컴퓨터 같은 제품으로 조립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1421억 달러로 전체 수출 5737억 달러의 24.8%였다. 그리고 전체 대중 수출 가운데 중간재 비중은 78.9%였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상대방 수출품에 추가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해 오고 있다. 하지만 어떤 제품에 추가관세를 물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그렇더라도 전자제품이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의 분석가들이 21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다양한 관세가 발효돼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하면 그것이 아시아 여타 국가들에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JP모간 분석가들은 “그 속성상 그와 같은 제품들은 단단히 통합된 공급사슬에 크게 의존한다. 그런 만큼 이것은 그 지역에 무역 충격을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우려하는 ‘아시아의 공급 네트워크에 미칠 영향’이다. 
그와 같은 위협은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자본유출로 인해 타격을 받아 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그 나라들의 통화가 약화돼 온 시점에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대만달러는 연초 이래 미국 달러에 대해 1.7%, 한국 원화는 같은 기간 4.2% 절하됐다. 동남아의 경우, 싱가포르 달러는 1.5%, 태국 바트화는 0.6% 각각 가치가 하락했다. 이들 모든 통화는 미·중 무역 긴장이 증대된 직후인 지난 19일 7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의 표적 상품들이 어떤 것인지 알려지기까지는 아시아 국가들이 입을 수 있는 영향을 계량하기란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손실이 예상했던 것보다 작을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이 미국에 판매하는 많은 상품의 압도적인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중국산 제품 없이 하루라도 살기 가능한가?』라는 책이 출간될 정도로 중국산 제품이 지천이다. 가레스 레더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그들이 현재 중국으로부터 구입하는 상품들을 대신할 충분한 대체물들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여타 국가들이 끼어들 수 있는 정도만큼 아시아 수출국들은 미국 내 수요 변동으로부터 이득을 볼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중국산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아시아 국가 제품이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레더는 미·중 무역분쟁의 표적 상품들이 정확이 어떤 것들인지 알기 전에는 중국을 뺀 아시아 국가들에 미·중 무역분쟁이 미칠 영향을 계량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 미국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20일 미국 연방 상원의원들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오린 해치 상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의회에 출석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미국과 중국이 추가관세 부과 위협을 주고받는 것을 가리키면서 “장관, 이런 (추가)관세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귀하는 미국 가정들에 과세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해치 위원장은 “귀하는 미국 일자리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으며, 형태·종류·규모를 막론하고 미국 기업들의 국내외 시장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런 공격에 대해 로스 장관은 미국의 지적재산권 우려를 둘러싼 중국과의 여러 해에 걸친 대화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지금이 행동할 때라고 대통령이 느끼고 나는 그것에 동의한다”며 “그런 관행(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하지 않는 관행)을 지속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그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는 한, 그런 종류의 압력을 우리가 가하지 않는 한 우리가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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