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리더십’ 소유자 최다

직원들 CEO의 자질로 경영과 무관한 인품 중시점수 낮은 CEO, 열정 높고 유연성·창의성 부족국내 CEO의 절반 가량은 성실과 끈기를 바탕으로 솔선 수범하는 유형이거나 불확실한 미래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경영관리형`인 것으로 분석됐다. 월간 CEO와 신완선 성균관대 교수가 공동 연구한 ‘국내 100대 기업 전문경영인 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월간 CEO는 최신호에서 국내 100대기업 직원들에게 리더십 파악을 위해 25개 평가 항목을 체크토록 한 뒤 이를 바탕으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등 7가지 색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리더십 유형을 파악했다. 이번 조사에는 국내 100대 기업(2002년 매출액순위) 중 56개사가 응답했고, 분석은 신완선 교수가 맡았다.

월간 CEO 최신호에 따르면, 국내 100대기업 CEO 중 27.08%의 CEO가 초록색으로 상징되는 ‘파워 리더십‘ 소유자로 분석됐다.‘파워 리더십‘의 소유자는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고, 성실과 끈기를 기반으로 솔선수범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에 속해 있는 CEO는 남용 LG텔레콤 사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등이다. 그 다음으로 노란색을 상징하는 ‘사이드리더십‘이 25%를 차지했다. ‘사이드리더십‘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나가는 유형이다. 허동수 LG칼텍스 정유 회장, 배정충 삼성생명 회장, 남중수 KTF 사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파워리더십과 사이드리더십이 전체 CEO 중 52% 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국내 CEO 중 절반 가량이 목표달성에 우선 순위를 두거나 치밀한 경영관리에 역점을 두는 유형으로 분류된다는 분석이다.빨간색 리더십인 ‘서번트 리더’와 파란색인 ‘슈퍼리더’는 각각 12.5%로 나타났다. 서번트 리더십은 따뜻한 마음으로 신뢰를 구축, 영향력을 행사해 조직원을 섬기는 리더십을 추구한다. 김종창 기업은행장과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 박일환 삼보컴퓨터 사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풍부한 지식을 활용, 기업을 경영하되 구성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스스로 갖도록 요구하는 슈퍼리더십에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덕훈 우리은행장, 고영선 대한생명 사장 등이 꼽혔다.

이와 관련해 신완선 교수는“장관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리더들에게 서번트 리더십이 높게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파워 리더십과 사이드리더십이 전체 리더십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한 것은) 기업 CEO들이 그만큼 성과 중심의 리더십을 중시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며 “빨간색 서번트 리더십과 파란색 슈퍼리더십이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화합과 인적 자원의 중요성도 중시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남색으로 상징되는 ‘비전 리더십‘은 10.24%를 차지했다. 비전리더십은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 모두가 그 비전을 공유하고 동참해 한 방향으로 나가는 유형이다. 김정태 국민은행장, 이순종 한화사장,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주황색 ‘브랜드 리더’와 보라색 `변혁적 리더’는 각각 6.24%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브랜드리더’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개척자형이며, ‘변혁적 리더’는 환경에 순응하기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변혁을 시도하는 도전형이다. ‘브랜드 리더’로는 박찬법 아시아나 항공 사장과 김송 포스틸 사장 등이 해당되며, ‘변혁적 리더’로는 이수창 삼성화재 사장과 김갑렬 LG건설 사장 등이 꼽혔다.

‘브랜드 리더십‘이 낮게 나타난 것에 대해 신교수는 “보수적 한국 문화가 은연중에 튀지 않는 행보를 요구한데 따른 것으로 보이며, 오너경영인이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 갖게 되는 제약된 행동 범위의 한계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또 항목별 평가에서도 ‘파워리더십‘과 ‘사이드리더십’이 나란히 수위를 차지했다. 이는 기업 임직원들이 선호하는 리더십 유형이 두 가지로 분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신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직원들이 CEO의 자질로 인품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이는 국내CEO들이 경영과는 전혀 무관하며, 경영에 필요한 요인이 높게 평가돼야 하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상위 10위권에 랭크된 CEO일수록 성실성과 도덕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EO가 되기 위해서는 성실성과 도덕성을 겸비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 교섭능력, 책임감, 비전, 창의성 등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평가 점수가 낮은 10명의 CEO들은 열정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점수를 낮게 받은 CEO일수록 쇼맨십에 약하거나 유연성과 창의성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신교수는 “이번 리더십 유형 조사에서 대외적인 리더십보다 내부 경영관리에 강한 CEO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협상과 정치력보다 솔선수범하는 노력형과 자기관리에 성공한 리더가 많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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