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LG전자 입사 … 35년간 한길 걸으며 CEO에 등극청와대 특강 등 출중한 경영능력으로 LG그룹 새바람 기대 LG그룹의 분가로 퇴진한 구자홍 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후임으로 발탁된 김쌍수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재계에선 단연 화제다. 지난 69년 LG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인 자리까지 오른 ‘성공신화’ 때문이다. 그의 ‘성공신화’가 샐러리맨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김 부회장이 선망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쌍수 성공신화’의 내막을 공개한다.김쌍수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명성을 날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사람이다. LG그룹에서도 몇 안되는 간판 경영인이다. 따라서 김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직을 거머쥐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특히 지난 8월 청와대 특강까지 하고 온 김쌍수 부회장을 주력 계열사의 간판으로 내세운 것은 LG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게 재계의 평이다.지난 9월 30일 구자홍 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LG그룹에서 분가해 공석이 된 LG전자 대표이사에 김쌍수 부회장이 취임했다.

구자홍 회장의 사임에 대해 LG측은 “구자홍 회장은 LG전선, LG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 등 4개사의 계열분리 방침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사임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의 발탁은 그룹 안팎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69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DA사업본부)에서 35년간 근무, 현장중심의 전문경영인으로 자질을 키워왔다. 외부에서도 김 부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김 부회장은 지난 8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선진기업 혁신사례‘를 주제로 특강 강사로 초빙됐던 것. 이날 국정 토론회는 노무현 대통령과 장·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료와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가 재벌기업 오너경영인과의 공식회동이 아닌 재벌기업 전문경영인을 초빙, 특강을 목적으로 청와대를 방문케 한 것은 김 부회장이 처음이다. 경제정책으로 ‘재벌개혁’을 화두로 삼고 있는 노 대통령도 김 부회장의 강의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처럼 김 부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서 빛을 발한 것은 그의 근면한 직장생활 덕분이다. 김 부회장은 35년간 LG전자에서만 근무,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눈 한번 팔지 않았다.45년 경북 김천에서 출생한 김부회장은 서의종고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LG전자에 입사해 키친사업부, DA사업본부에서 부사장과 사장을 역임했고, 올 9월 30일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G전자의 CEO로 등극했다. 한 우물만 판 월급쟁이로서는 최고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한 우물만 판 김 부회장의 발탁에 대해 LG그룹 안팎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그는 만년 2등이라는 LG그룹의 콤플렉스를 ‘1등기업이 될 수 있다’는 혁신의 전도사로 명성을 날려고, 이미 그의 경영성과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다. 그 대표적인 일화가 지난 2001년 8월 LG그룹 CEO전략회의 때 일이다. 지난 2001년 8월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그룹 연수원에서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계열사 사장 50여명이 참석한 CEO전략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그의 성공사례 발표는 단연 화제였다.

당시 경기 침체로 국내 기업마다 신종사업을 찾기 위해 혈안인 때였다. 당시 그의 직함은 디지털 어플라이언스(DA) 사업본부장(사장급)이었다. DA사업 본부는 에어컨 TV 등을 취급하는 백색가전 사업 본부다.그의 성공사례 발표는 그룹의 간판격인 정보통신, 금융, 디지털 등 사장들을 침묵시켰고, 구본부 회장은 그의 경영사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이날 이후부터 구회장은 말끝마다 ‘1등 LG’를 입에 달았으며, 삼성에 눌려 만년 2등이라는 LG그룹에 1등 신화를 심어준 전도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 부회장이 그룹전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던 것은 LG전자의 간판 상품인 에어컨 휘센의 돌풍 때문이다. 휘센은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 1위로 급부상, 세계 유명 메어커를 따돌리는 등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갔다. 휘센의 판매고는 지난 2000년 410만대를 돌파했고, 2001년에는 490만대 팔아치웠다. 이는 세계 시장 판매율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2001년 초 출시된 휘센이 일약 세계 1위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김쌍수 부회장 덕분이다.

그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수출전략을 구사해 세계시장에서 일본 미국 등 유명 브랜드를 누르고 ‘성공신화’를 이뤄냈다. 이처럼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밑바탕은 다름아닌 현장 중심 경영이었다. 틀에 박힌 사고를 거부하고 보다 나은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 사례로 휘센을 생산하는 LG전자 창원 공장에서는 건물마다 TDR OO팀 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허물고 다시 짜라’는 의미다.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지 말고, 혁신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자는 뜻이다. 그의 ‘성공신화’는 6시그마라는 구호로 그룹 전체가 신화창조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도 김 부회장의 경영성과를 기업 경영의 모델로 벤치마킹했다. 지난 2001년 8월 그룹 CEO전략회의에서 했던 강연을 청와대에서도 강의했다. 김부회장의 경영성과는 기업을 넘어 국가경영에도 필요한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김 부회장의 청와대 특강은 일단 예사롭지만은 않다. 우선 청와대 특강에 김부회장이 참석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김 부회장은 외신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강사로 선택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또 다른 ‘인연’이 청와대 특강을 이끌어냈다는 후문도 있다. 김 부회장의 청와대 특강이 참여정부와 개혁을 표방한 청와대가 받아들인 것 자체가 파격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인연 때문이라는 설도 일부 설득력이 있다. 또한 현 정부의 재벌 정책 기조가 재벌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재벌을 가르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김 부회장의 청와대 특강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 청와대도 김 부회장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한편 LG전자 CEO를 선정하는데 있어 구본무 회장도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그룹의 간판 계열사인데다 친족경영인이 줄곧 맡아왔던 CEO 자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야했기 때문이다.

결국 구본무 회장은 친족 경영인을 내세울 것인가, 아니면 전문 경영인을 내세울 것인가를 고민하다 김부회장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망에 오른 친족 경영인은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준 LG필립스 LCD사장이었다. 구본무LG그룹 회장이 그를 발탁하게 된 것은 그의 탁월한 경영성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통령도 감탄해 마지않는 출중한 경영능력을 가진 김 부회장을 십분 활용해 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넣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LG전자 홍보팀 관계자는 김부회장의 이력을 묻는 기자에게 “세간에 알려진 것과 같이 대통령과 같은 고교 동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오너보다 유명해진 전문경영인의 활약이 그룹에서도 다소 부담스럽다는 우려에 따른 반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LG전자 사령탑을 맡은 김쌍수 부회장이 친촉 경영에 익숙해진 LG전자의 방화벽을 뚫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지, 전문경영인의 한계를 보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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