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식상한 민심이 17대 총선에서 어떤 모습으로 표출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여야를 비롯한 각 정당은 공천 물갈이와 당 이미지 쇄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17대 총선에서는 어느때보다 세대교체 열풍이 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천과 관련 논란을 빚고 있는 여론 조사 결과

공천 심사를 위한 각당의 여론 조사가 거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여론 조사 결과를 놓고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여론 조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16대 총선까지만 해도 여론 조사는 공천에 있어서 참고자료에 불과했으나 17대 총선에선 인물 영입 단계에서부터 공천자 확정에 이르기까지 여론 조사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천과 관련된 당내 경선에 있어서도 여론 조사에 의존하는 분위기다. 여론 조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반대론자들은 여론 조사가 유권자의 선호도의 단편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실제 투표와 일치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공천자 결정 등에 참고자료는 될 수 있지만 절대적 근거로 삼는 것은 무리이며 미국 등 정치 선진국에선 여론 조사로 당내 후보자를 뽑는 경우가 없다는 사례를 근거로 내세워 여론 조사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내놓고 있다.

각 정당, 살아남기 위한 이미지 변신

한나라당은 당명 개정 등 제2 창당 수준의 개혁작업에 들어갔다. 중앙당사 규모를 대폭 축소 또는 폐지하고 명실상부한 원내 정당화를 구축키로 하고 3월 17대 총선 선대위 발족과 함께 현재 당명을 개정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조직이나 자금이 취약한 상황에서 참신성과 도덕성을 모두 갖춘 외부 인사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키로 했으며, 원내 정당화를 위해 사무처 요원들을 국회 정책전문위원이나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파견하고 현재 당사에 있는 대표실과 원내 총무실도 국회로 옮길 예정이다.

민주당의 경우 캐치 프레이즈로 ‘클린정당 민주당’을 채택함으로써 선거운동 전략으로 부패 대 반부패 구도의 정착에 나섰다. 민주당은 추진중인 ‘불법 대선자금 및 노무현 대통령 비리의혹에 관한 청문회’에서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부패상을 드러내는 한편 검찰의 편파수사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IMF 외환 위기를 극복한 저력있는 정당으로 경제와 민생을 책임지는 ‘경제정당 민주당’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의 공세를 총력 방어하고 개혁이미지로 여론 지지율 1위의 여세를 총선까지 밀고 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정면돌파위한 또 다른 카드

노무현 대통령이 17대 총선 직후 특유의 또 다른 정치적 충격요법을 내놓아 정치권을 강타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국민투표 방식을 통해 여론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행 헌법 규정상 국민투표를 국가안위에 관한 사항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국민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중에 대한 실현을 꾀할 것이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불편한 여야관계, 언론과의 관계 등 복잡한 문제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를 어떤 형태로든 보일 것이라는 게 그들의 전망이다. 이밖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재신임안 국민투표를 야권이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야당측에 파격적 ‘선물’을 약속하는 등 모종의 제안을 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개헌 매개로 정국 구도 대변화 가능성

여야를 비롯해 정치권에는 내각제와 대통령 중임제로의 개헌론이 오래전부터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현재 내각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이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의 개헌 동조론자들은 17대총선후 개헌논의가 공론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순수 내각제가 아니더라도 이원집정부제 형식의 절충형 내각제와 4년중임제 개헌논의가 본격적으로 정치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탄핵 실현 여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헌법상 대통령의 탄핵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되며,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 될 경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다. 야권이 재적의석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조가 이뤄질 경우 가시화될 공산이 크다.

총선 결과 차기 대권주자들 행보에 큰 영향

이번 총선 결과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어쩌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열린 우리당의 정동영 의장, 한나라당 소속의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총선 후 차기 주자로서의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정 의장은 자문 교수단을 재가동하는 등 정책 보좌 기능도 강화했다. 잠재적 대권 주자로 주목받는 인물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조순형 민주당 대표이다. 이들 두 사람은 대권도전 의사를 밝힌 바 없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총선 대박’을 터뜨릴 경우 얼마든지 차기 주자군으로 부상할 수 있다.

최병렬 대표는 최근 불거진 공천 파동이 잦아들면서 ‘최병렬 체제’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져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할 경우 당내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될 전망이고, 조순형 대표 역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누르고 원내 제2당을 차지할 경우 ‘미스터 클린’이라는 개인적인 인기를 무기로 해 그를 대권후보 반열에 올려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이다. ‘일하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굳힌 이명박 서울시장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 국가 현안에 대해 폭넓은 언급을 하면서 차기 주자로서의 이미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학규 경기지사 역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손 지사는 ‘경제를 살리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다. 당내 기반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손 지사측은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영남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총선 후 당내 개혁을 요구하는 거센 역풍이 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세대별 이미지 차별화 경쟁

40대이상 중·장년층의 불안심리를 상쇄할 ‘안정감’ 확보와 더불어 새로운 주류가 되고 있는 ‘20대를 잡기 위해 각당이 젊은 층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적 무관심층인 20대는 정치개혁과 민생안정만으로는 파고들기 어렵고, 별도의 접근방식을 요한다. 여야 모두 앞다퉈 각종 문화적 이벤트 개최와 더불어 20대를 잠재적 우군으로 만드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젊은 층과의 ‘스킨십‘ 기회 확대와 더불어 사이버상에서의 이미지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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