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계열사간 채무보증 문제 등은 남아”3남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가장 먼저 가시화 나서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 의해 한진그룹의 형제간 계열분리가 공식선언됐다. 한진은 형제간 재산 분쟁은 절대 피하되 두산이나 금호처럼 형제가 일심동체로 움직이는 것을 배제하면서 각자 자기 몫을 챙기는 방법을 택했다.조양호 회장은 지난 10월24일 제주KAL호텔에서 열린 제47차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 연차총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계열분리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다만 계열사간 채무보증 등 법적인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로써 한진그룹은 지난해 11월 조중훈 회장 사후 2세들의 독립경영을 결정한지 1년만에 계열분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남인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3남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 4남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증권 등 금융부분을 맡고 있다.특히 조수호 회장의 경우 지난 7월1일자로 회장에 취임, 형제들 중 가장 먼저 가시적인 계열분리를 해 나갔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전체 지분 중 6.87% 지분으로 최대주주이다. 이는 대한항공이 최근 한진해운 지분 19.64%에서 6.25%로 낮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만 한진해운은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약 1,200억원의 지급보증을 받고 있어 상호 지급보증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

조양호 회장의 말대로 4형제간 분리 시기는 계열사간 상호 지급보증이 언제 풀어지느냐에 달린 것.한진그룹은 계열분리와 함께 최대 현안인 한국항공우주(KAI) 지분인수문제를 조기에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또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사망사건으로 인한 노사 대립 양상도 풀어야 하는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한국항공우주 인수 문제의 경우 KAI 노조의 반발로 인수 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KAI 노조는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게 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아예 지분인수경쟁을 선언한 뒤 대우종합기계로부터 지분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노조는 대한항공과 대우종합기계가 노조를 무시하고 인수 본계약을 체결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한진그룹은 이밖에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사망 사건을 계기로 폭발 직전까지 몰린 노사 갈등을 조속히 안정화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러나 임금 인상폭과 해고자 복직, 고용조정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립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올 연말 한진그룹은 재계 어느 그룹보다도 부정적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런 와중에 오너 형제간 재산 분할은 더욱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첩첩산중의 한가운데 놓인 한진그룹이 어떻게 난관을 극복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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