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차, 문화창투에 회사채 이자율 인하 통해 지원 혐의”문화창투 투자 옛 기아차 계열사에 많아 현대차와의 관계 더욱 의심국내 M&A 1세대인 윤현수 문화창업투자(옛 코미트창투) 전사장과 현대차그룹은 무슨 관계일까.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그룹이 윤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씨앤씨캐피탈과 이 회사의 자회사인 문화창투가 발행한 회사채의 이자율 인하를 통해 지원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발표대로 지원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국내 M&A 시장에서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권성문 KTB 회장 등과 함께 시장을 주도했던 윤현수씨의 돈맥이 현대차그룹이 아니냐는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00년 12월 15일 관계사인 문화창업투자 및 씨앤씨 캐피탈이 각각 발행한 회사채 158억원 및 40억원(표면금리 13% 1년 만기)을 매입해 보유하던 중 문화창투가 발행한 158억원의 회사채 금리를 13%에서 9%로 낮춰줬다.

이는 문화창투에서 시장금리 하락을 이유로 이자율을 낮춰줄 것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현대차가 문화창투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자율을 낮춤에 따라 약 3억원 가량을 문화창투에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창투 관계자는 “13%의 이자율을 지급한 것을 볼 때 지원이라고 할 수 없으며, 공정위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가 계열사도 아닌 남의 회사에 금리 편의를 봐준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공정위의 의문은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공정위가 계열사도 아닌 그렇다고 단순한 거래 회사도 아닌 관계사로 기술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는 그래서인지 현대차그룹과 문화창투와의 관계를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공정위 조사국 관계자는 “문화창투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통상적인 거래 회사와의 관계를 뛰어넘는다”며 “거래처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라고 봐진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문화창투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거나 문화창투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현대차가 보유하는 등 상호간 출자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며 “그러나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완벽한 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두 회사간의 관계는 범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화창투측은 “계열사는 분명 아니며 거래관계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문화창투의 전신인 아신창투가 기아차그룹의 계열사였기 때문에 기존 거래 관계가 아직까지 유지되어 온데 따른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창투의 투자 회사 면면을 보더라도 현대차그룹과의 관계가 긴밀함을 엿볼 수 있다. 문화창투는 다른 창투사들에 비해 자동차 부품 회사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으며, 특히 옛 기아차 계열사들의 기업구조조정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문화창투가 투자하거나 기업구조조정중인 회사들 중에 옛 기아차계열사인 본텍과 카스코가 있으며, 기아차 협력사인 T사, 자동차 부품 업체인 S사, H사, 또 다른 S사 등에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본텍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씨의 경영권 구도와 관련있는 회사로 알려졌다. 본텍에 대한 정의선씨의 지분 참여가 주도 면밀하게 이뤄졌다는 것은 재계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화창투의 자동차 부품회사 투자 비중이 높은 것도 현대차그룹과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또 현대차는 윤현수씨가 경영하고 있는 저축은행 등에 지분을 출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는 올해 초 문화창투의 자회사격인 한국저축은행과 진흥상호저축은행에 각각 8∼9%의 지분을 출자해 보유하고 있는 등 출자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비춰 볼 때 두 회사가 거채처 관계 이상의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의문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문화창투 관계자는 “내용을 잘 모르며, 현대차와의 관계는 단순 거래 관계 이상은 아닐 것”이라고 즉답을 피해갔다. 물론 현대차그룹 측 반응도 “단순한 거래 관계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문화창투는 지난 87년 아신창투로 설립됐으며, 지난 99년 윤현수씨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지난 2001년 12월 지금 대표이사 직을 김운태씨에게 넘기고 비상근 회장직을 맡아오다 최근에는 저축은행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자회사인 한국저축은행에 출근하고 있다. 문화창투는 계열사로 한국저축은행, 진흥저축은행, 경기저축은행과 M&A회사인 제이케이엠 등 4개의 금융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문화창투는 윤현수씨의 개인회사격인 씨앤씨캐피탈이 대주주로 버티고 있어 윤씨는 씨앤씨캐피탈과 문화창투를 지배하고 다시 문화창투가 한국저축은행과 진흥저축은행, 경기저축은행 등 약 4개의 저축은행을 경영하는 수직적 지분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씨는 53년생으로 산업은행에 입행, 금융계와 인연을 맺었으며, 한외종금 M&A팀장을 맡으면서 국내 M&A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M&A 시장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던 윤씨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권성문 KTB 사장과 함께 M&A전문가 3인방으로 통한다. 윤씨는 지난 2월 투자 대가로 거래 업체의 지분을 헐값에 사들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바 있으며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윤현수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7,500만원을 선고했다. 윤씨측은 <일요서울>의 인터뷰 요청에도 일체의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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