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2016년 전당대회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비주류가 철저히 배제된 ‘친문 지도부’가 구성됐다. 친문 쪽에서 지원사격을 한 추미애 후보가 50%를 넘는 압도적인 득표를 했고, 나머지 최고위원 8명도 대부분 친문이거나 친문과 가까운 인사로 채워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때부터 명실상부하게 문재인의 당이 되었다.
 
2018년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는 더한 결과가 예상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보다 더 많은 친문성향 권리당원과 대의원, 중앙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6년에 60% 정도였다면 현재는 80%로 가까운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더 이상 누구도 비문이나 반문을 자처하지 않는다. 비문, 반문해 봐야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사실 거의 모든 비문, 반문 성향의 인사들은 더불어민주당을 떠났다.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김한길의 탈당을 시작으로, 국민의당 창당에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등이 동참하고, 2017년 4월 대선 국면에서 이언주가 탈당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 반문세력은 씨가 말랐다. 당에 잔류한 박영선, 이종걸조차 비주류일망정 더 이상 반문의 깃발은 들지 않는다.
 
한때 이언주와 함께 탈당할 것으로 보였던 박영선은 지금 온라인에서 ‘친문좌장’으로 불린다. 네티즌들의 댓글 놀이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기에는 박영선의 정치 행보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박영선은 대선 후보 문재인과 대립각을 세웠던 것이 언제였냐는 듯 현재는 문재인 대통령 곁에서 자주 얼굴을 비치며 적극 지원하고 있다.
 
8월 전당대회에서 친문이 ‘다른 추미애’를 지원하는 데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친문 진영은 공천권을 가질 당대표를 호락호락 넘겨줄 생각이 없다. 차기 당권 주자들 상당수가 친문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진짜 친문좌장인 이해찬, 3철의 일원인 전해철, 문재인의 복심을 자처하는 최재성 등은 누가 더 친문이냐를 다퉈야 할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과 가깝다.
 
비주류 당권주자는 이종걸, 박영선, 김부겸, 우상호, 김두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비문’으로 분류되지만 이런 분류를 썩 내켜하진 않는다. 당내에 ‘비문’이 숨 쉴 틈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당원, 대의원, 중앙위원 구성과 70%를 넘나드는 대통령의 인기는 ‘3김 시절’ 총재 못지않은 힘을 발휘하며 당을 장악하고 있다.
 
친문은 자신감에 넘친다. 사전에 교통정리가 이뤄진다면 당권을 가져오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친문 당권 주자들끼리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친문 진영 의원들끼리 반공개적인 모임을 가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모습은 대통령의 위세를 업고 이명박 시절 친이가, 박근혜 시절 친박이 기세등등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원내대표를 하며 문재인 당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이종걸조차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말하는 상황에서 친문, 비문을 나누는 것이 여당에 도움이 되는 프레임은 아니다. 그럼에도 친문의 일부는 자신들이 장관으로 데려다 쓰고 있는 김부겸을 견제하겠다고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끄집어내는 식의 행태를 주저하지 않는다.
 
전당대회를 친문 대(對) 비문, 또는 반문 프레임으로 끌고 가면 친문 당대표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친문에게 좋은 시절이 왔지만 이명박의 친이에게도, 박근혜의 친박에게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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