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29일 “딱 잘라 덮어버릴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비대위원장직 수락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2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직 공식 제안이 오면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말 답답한 현실 아닌가. 국가에서 녹을 먹고, 미래에 대해 걱정도 하는 사람이 단순히 한국당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당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같이 고민하자'면 고민해야 할 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의원들 한 두 분이 와서 만났다며 "당직이나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은 안 만났고, 개인적 인연이 있어서 차를 한 잔 한 것이다. 지금도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연락이 온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힘든 일이고, 고통스런 일이기 때문에 다른 훌륭한 사람이 이런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보수 재건의 핵심과제로 경제·안보 노선의 재설정을 언급하며 "기존의 보수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고민이 부족했고, 그런 과정에서 역사의 흐름을 놓쳐버렸다. 그 흐름에 맞는 새로운 깃발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제문제와 관련해 "진보는 어찌됐든 간에 상생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보수는 박정희 시대 때의 경제 성장 이후 그런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성장에만 치중했던 기존 노선에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시장이나 공동체가 자율 체계를 확립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말하자면 국가가 일일이 간섭하기보다는 시장 안에서 자율적인 시스템이 작동했을 때 생동감 있고, 창의적인 것들이 만들어진다"며 "문제는 시장 안에서 할 수 없는 게 있다. 사회 불균형을 맞추는 문제, 복지 등은 시장이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국가는 그런 것을 보충적으로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보수라고 하는지조차도 불분명해졌다"며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분명히 하는 작업들을 정당이 힘들면 외부에서라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한국당 비대위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비대위원장 후보에 대해선) 의원들과 논의 중이다. 총의가 모여야지, 누구를 놓고 (집중 검토)하고 있진 않다"며 신중론을 내놨다. 

다만 김 교수도 검토 대상이냐는 질문엔 "누군가를 배제하는 단계까진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준비위는 내주 주말까지 비대위원장 후보를 5~6명으로 압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후보로는 김 교수 외에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김황식 전 총리, 박관용·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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