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봐주기·퇴직 임원 부정 취업 의혹 일어


사진설명 :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의 취업 특혜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공정위 기업집단국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지난달 20일 오후 압수품을 가지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난처해진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었고,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임원들의 부정 취업과 관련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김상조 위원장의 친정이라 할 수 있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더욱이 김상조호(號)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재벌개혁의 고삐를 죄려던 시기였던 터라 향후 정책 추진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김상조 위원장이 스스로)알아서 나가라’는 신호가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한다.

멀고 먼 내부 혁신…‘알아서 나가라’ 신호?
전속고발권으로 검찰과 힘겨루기라는 분석도

검찰이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대기업들의 잘못을 눈감아주고 전·현직 고위 간부들은 공정위와 관계 있는 각종 기관에 불법적으로 취업한 혐의와 관련된 수사다.

검찰은 공정위가 주식 소유 현황을 누락하거나 허위 신고한 기업들을 고발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판단하고 5년치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정위가 사건을 자체 종결한 데 기업과 거래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부위원장급 혐의도

공정거래법은 주식 소유 현황을 누락하거나 허위신고한 경우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도 경고에 그치거나 사건을 덮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공정위 고위 간부들의 불법 취업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공정위 간부 퇴직자 10명가량이 취업 제한기관에 심사 없이 재취업했다는 혐의다.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들 중 부위원장급 인사도 불법 취업 혐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공정경쟁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각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로비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검찰은 지난 26일 인사혁신처와 신세계페이먼츠, 대림산업, 중외제약 등을 잇따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 인사 관련 기록,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퇴직 간부들이 불법으로 취업한 것으로 의심되는 4곳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검찰은 공정위 간부들이 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퇴직해 해당 기업들로부터 취업 특혜를 받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를 포착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가 퇴직 전 5년간 속해 있던 기관·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부 혁신을 부르짖다 전관예우와 기업 봐주기 의혹을 받게 된 공정위는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에 당혹스러운 눈치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사정기관 중 조직 위상이 격상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꼽혔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봐주기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사를 통해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강력한 재벌개혁 정책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의 조사권한을 확대하고 조사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벌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이후 겨우 2년 차인 시점에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자칫 김상조 위원장이 추진하던 재벌개혁의 당위성이나 추진 동력이 떨어질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의 친정이라 할 수 있는 시민단체도 공정위에 대해 지적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지난달 20일 논평을 내고 공정위의 과거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주요 정부기관 중 유일하게 적폐청산을 위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 공정위”라며 “부당한 사건 종결과 불법 취업 등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위한 조사기구를 하루빨리 출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의 공정위 압수수색을 두고 공정위의 막강한 권한 가운데 하나인 전속고발권을 두고 양 기관 간 힘겨루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관련자 처벌 가능할까

또 다른 공정위 압수수색 배경 중 한 가지는 공정위 근무 때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다가 퇴직 후 로펌 등으로 이동해 기업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며 공정위 후배를 상대로 로비하는 관행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던 공정위 전·현직 간부 간 유착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0일 검찰수사 관련 공정위 입장을 통해 “검찰의 수사는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공정위의 과거 문제에 대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공정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전속고발권과 관련된 주장에 대해선 “폐지 여부를 비롯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작업은 공정위 차원을 넘어 한국경제의 미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며 “전혀 별개의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공정위와 검찰 사이에 이견이 없음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스스로를 점검하고 반성하는 내부 혁신의 노력을 배가할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