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4명과 사실혼 관계…주민 “성적 문란한 사람”

<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 됐다. 딸 친구를 집에 끌어들여 살해한 ‘이영학 사건’이 지난해 발생한 것에 이어 최근 아빠 친구가 용의자가 된 전남 강진 여고생 사건이 터져서다. 전남 강진군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전자 감정 결과 실종됐던 여고생으로 확인됐다. A양(16·고1)은 발견 당시 머리카락 대부분이 없었으며 알몸이었다. 얼굴·치아·다리 등 신체 대부분은 심하게 부패됐다. 이에 A양의 사인과 살해 경위 등 사건의 실체는 미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 ‘강진 초등학생 실종사건’과 연관성 유무…모두 6월 발생
- 짧게 잘린 여고생 머리카락…용의자의 범죄 습성 추정



강진 여고생 A양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 B씨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B씨는 A양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며 다른 사람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

B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후 6시 이후부터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켜는 것을 반복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몇 달간 A양과의 문자메시지나 통화 송수신 내용이 없었으며 차량의 블랙박스는 꺼진 상태였다.

게다가 폐쇄회로(CCTV)가 없는 옛 도로를 이용한 터라 A양 죽음의 미스터리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여고생, 용의자 회유에
낫으로 약초 벤 듯

 

A양이 어디서 숨졌는지가 가장 큰 물음표다. 여고생은 지난달 24일 오후 2시 53분께 강진군 도암면 매봉산에서 발견됐다.

이 야산은 B씨의 선산이 있던 곳이며 산이 위치한 마을은 B씨의 고향이다. 경찰은 그가 수년 전 묘가 이장된 이후에도 때때로 마을을 찾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250m의 매봉산 정상으로부터 50m 아래 급경사 지점이다. 경사가 70~80도인 고개 세 개를 넘어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B씨가 승용차를 주차한 농로에서도 1km가 넘어 경찰의 초기 수색에서도 배제됐던 지역이었다. 강진 경찰서 관계자는 “대부분 연로한 지석리 주민들이 이곳을 찾아오기 어렵다는 점을 간파하고 유기 장소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특히 B씨는 강진의 여러 지역을 자주 옮겨 다니는 레미콘 기사로 일하거나 보신탕집을 운영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변 지리를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B씨는 키 172cm, 몸무게 68kg으로 A양은 그보다 키는 작지만 몸무게는 더 나갔다.

이에 경찰은 B씨가 A양을 살해한 뒤 시신을 업고 산 정상까지 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씨가 흉기 등으로 위협해 정상에 같이 올랐을 거란 것으로 추정하는 대목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B씨의 아들이 공범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무거운 시신을 옮길 때 조력자가 있다면 그의 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하지만 폐쇄회로에서 확인된 바 없기에 증거는 없다. 다만 용의자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간에 폐쇄회로가 없는 곳에 내려줬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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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엔 B씨 승용차 트렁크에 있던 낫의 손잡이와 낫의 날 사이 자루에서 A양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피부와 땀에서 나온 유전자다. B씨의 유전자도 확인됐다. 이는 사건 해결의 유력한 단서가 됐다. 

하지만 왜 낫에서 A양의 유전자가 검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선 보신탕집을 운영했던 B씨가 여고생에게 약초나 탕 재료 등을 낫으로 베게 시켰다는 추정이 나온다고 한다.

A양이 실종 직전 단발머리였던 것도 의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여고생의 머리카락이 무언가 예리한 도구로 단정하게 잘려져 있었다”면서 “스포츠머리로 깎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길이는 1㎝가량이었다”라고 했다.

경찰은 B씨가 A양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으로 보고 자른 도구를 찾고 있다.

일각에선 B씨가 시신의 머리카락을 깎는 범죄 습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강진서 같은 계절·시간대
두 명의 초등학생 실종

 

경찰은 이번 사건에 유력한 용의자가 A양 실종 당일 행적을 치밀하게 관리했다는 점을 토대로 다른 실종 사건과의 연관성도 검토하고 있다. 전남경찰청 장기실종전담팀 관계자는 “전남 강진 여고생 용의자에 대해 과거 실종된 초등학생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알아볼 예정이다”라며 “용의자 A씨는 과거 실종 초등생 사건 당시 두 아이가 실종된 곳에서 불과 10여㎞ 떨어진 강진 도암면에 거주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진경찰서 관계자는 “A씨 성범죄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가 성범죄 전력이 없는 것에 불과해 다른 실종 사건과의 연관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교수는 “주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B씨는 4명의 사실혼 관계 여성이 있었으며 엄마가 다른 자식들도 여러 명이었다. 상당히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장기실종전담팀이 용의자와 연관성을 두고 수사 중인 사건은 지난 2000년, 2001년 각각 발생한 ‘강진 초등학생 실종사건’이다.

당시 강진 동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C양은 지난 2000년 6월 15일 오후 2시께 하굣길에 갑자기 행방불명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인근 집과 야산, 학교 주변, 폐가, 공터 등을 수색하고 공개수사를 펴기도 했지만 C양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강진 중앙초등학교 1학년이던 D양은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인 2001년 6월 1일 오후 2시 30분께 하교 후에 사라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D양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것은 친구 E군이었다.

E군 증언에 따르면 그는 수업이 끝나고 D양과 집 근처인 한 여자고등학교 입구 건널목을 함께 걸어갔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여고 학생 721명을 대상으로 탐문 조사를 벌였지만 목격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두 초등학생 실종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여자 초등학생인 것과 동일한 강진읍 내에서 실종, 실종된 시간대와 계절 동일, 금품 요구 등이 없었다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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