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미용사 근무 실태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일요서울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경기도 수원시 소재 한 미용실에서 2010년부터 약 8년 동안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사람이었다.

제보자 A씨는 현재 근무했던 미용실과 고소 분쟁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A씨는 해당 사건의 속사정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A씨, “입맛 따라 지불 방식 바꾸며 선수금 정산 강요, 정작 본인은 임금 체불” 주장
B대표, 제보자 A씨 퇴사하자 횡령 주장…8000만 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A씨가 근무했던 미용실의 대표 B씨는 지난 3월 30일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대표는 A씨에게 ▲보수 지급 방식의 전환과 채무자의 해촉 ▲정산금, 부당이득, 위약금 문제를 이유로 8406만6157원 상당의 금액을 청구한 뒤 지급 요청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선수금 일시불 정산 강요”
어려우면 연 이자율 10%?

 
이중 ‘보수지급 방식의 전환과 채무자의 해촉’ 항목이 눈에 띈다. 미용실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고객들은 추가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선결제이용권이나 정액권 등을 끊어 두고 이 금액을 소진할 때까지 해당 미용실을 이용한다.

이때 발생한 수입(선수금)을 해당 월의 매출로 보고 이를 보수로 미리 지급하는 방식을 선지급방식이라 하고, 선수금 중 실제 시술 서비스를 제공한 부분을 확인한 후 이것을 매출로 책정하는 것을 후지급방식이라 한다.

B씨에 따르면 해당 미용실은 이전까지 선지급방식을 고수해 왔으나 2017년 7월부터 후지급방식으로 지불 방식을 변경했다. 이에 모든 미용사들에게 2017년 6월 30일 기준으로 각자 담당 고객의 선수금 잔액을 정리해 그에 해당하는 정산금을 일괄 반환케 했다는 것.

B대표의 주장에 의하면 A씨가 지급해야 하는 정산액은 매출 총액 약 1억8000만 원의 30%인 5317만4594원 상당이다.

하지만 당시 A씨에 따르면 “(선수금) 30%는 상대방의 주장일 뿐이지 실제로는 수수료, 카드수수료, 원천징수 등을 제하고 받아 이보다 낮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의논 없이 후지급방식으로 바꾼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후지급방식으로 지불방식을 바꾼다 해도 미용사에게 이전 선수금을 일시불로 토해 내라 하지는 않는다”면서 “뿐만 아니라 해당 금액을 일시불로 갚지 못할 경우 연 10%의 이자율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어떤 법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회사 측이 임의로 정한 것이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상환 금액은 4800만 원 정도였다. 아울러 그는 “이전에 1200만 원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은 (2017년) 9월 1일 자로 융자를 받아 퇴사 전에 이 금액을 모두 상환했다”고 밝혔다.

다른 현직 미용사 역시 “선지급방식으로 진행하다 후지급방식으로 변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만약 선수금이 남았는데 해당 미용사가 퇴사하거나 할 경우에는 지급받은 선불 금액의 몇 퍼센트를 지급하고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여전히 근무 중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미용실이 지급방식을 변경한다고 해 이전의 선수금을 일시불로 지급해야 한다는 대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시 A씨와 B씨 사이 작성한 계약서의 제4조 ‘부제소의 특약합의’ 항목에는 “‘회사’와 ‘미용사’는 상계처리 합의 후 민, 형, 노동법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즉 일체의 민, 형사, 노동법상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다―부제소의 특약합의)”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이 A씨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거는 등 이를 번복했고, 이 역시 계약 위반이라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프리랜서’로 계약하지만
실질 근무 환경은 ‘근로자’

 
A씨는 “고객 예약을 30분 단위로 1명씩 잡아야 했고, 예약 시간 중간이라도 시간이 될 경우 추가로 고객을 받아 일을 해야만 했다”고 근무환경의 열악성을 토로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그에 따르면 해당 미용실은 A씨가 선수금을 다 갚기 전까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했다. 어렵게 선수금을 다 갚고 퇴사했지만 A씨를 향한 해당 업체의 횡포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

앞서 말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대표는 ‘채무자가 ‘먹튀(먹고 튀다의 준말로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간다는 뜻)’의 징후가 있었다’ ‘채무자가 정산금 반환을 거부하면서 갑자기 일을 그만두려 했다’ ‘채무자가 매출을 누락하고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A씨는 “B대표는 내가 6400만 원 정도를 횡령했다고 하는데 이 주장이 제일 억울하다”면서 “고객이 오면 방문 리스트 작성→‘솔루션’이라는 전산프로그램 입력→일일장부 작성→상담 후 시술 금액 전표 제출 이 4가지 과정을 모두 교차 확인해 금액이 맞을 경우에만 정산이 가능하다”면서 “B대표는 내가 고객에게 회원권 금액을 현금으로 받아 횡령했다 주장하는데, 고객이 회원권을 사용하면 차감 내역을 고객이 확인한 뒤 서명하고, (그 내역이) 문자로도 발송된다. 내가 따로 개인적인 장부를 만들어 관리했다면 이 절차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A씨에 의하면 돈을 지불하는 카운터에 폐쇄회로 CCTV도 있고, 계산하는 매니저도 상주하기 때문에 횡령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밖에도 임금 체불 문제도 있었다. A씨에 따르면 퇴사 당시 미지급 받은 임금은 ▲2017년 9월 150만 원 ▲2017년 10월 341만2128원 ▲퇴직시 미정산 급여 481만1698원 등 총 972만3826원이다. 아울러 ▲연차유급휴가수당 합계 1100만3269원과 퇴직금 6341만9257원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에 A씨는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고소했으나 미용실 측은 A씨가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근무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임금, 연차수당, 퇴직금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관해 수원지방검찰청은 당시 근무 환경 등을 미뤄 보았을 때 A씨를 근로자로 볼 여지는 상당하나 B대표가 임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지난 4월 27일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현재 대다수의 미용사들은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 계약을 체결해 적절한 근무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관해 한 현직 미용사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매장에서) 관여 안 한다고는 하지만, 매출 때문에 지속적인 압박이 온다”면서 “사실 출퇴근 시간이나 매장 안에서 하는 일 등을 살펴보면 근로자처럼 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무시간) 8시간 제도도 잘 안 지켜지는 업체가 태반이다. 보통 미용사들은 오전 9시 30분 또는 10시 30분부터 일하고 오후 8시쯤 퇴근하면 (찾아오는) 고객들 중 ‘왜 이렇게 빨리 퇴근하느냐. 요새 (다른 디자이너들은) 9시, 10시 퇴근도 많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한편 기자는 이 사건에 관해 B대표와 연락을 취했으나 “할 말이 없다”고 일축하며 “나중에 연락 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몇 차례 문자를 발송했으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B씨의 담당 변호사가 속해 있는 법무법인에 문의하자 역시 “회의 중이다” “외근 중이다”라는 말만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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