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나가면 착각에 빠진다, 난 100% 되는 줄”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당해체·해산을 포함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재건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계파 갈등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새로운 우파 세력의 결집이 요원한 상황이다. 지방선거에서는 몇몇 눈에 띄는 후보들이 있었다. 정치 신인으로 분류되는 박종진 전 바른미래당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 강연재 노원구병 국회의원 후보·배현진 전 자유한국당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이상 자유한국당) 등이 그들이다. 선거 패배 속에서도 이들의 활동은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선거 패배 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보수당은 죽었지만 보수 국민은 절대 죽지 않았다”
“이제 보수·안보·경제 개념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박종진 전 바른미래당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는 선거 낙선 후에도 꾸준히 방송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선거 후일담을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박 전 후보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과연 언제 석촌호수에 뛰어들까’다. 박 전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3등 하면 석촌호수에 뛰어들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지난달 24일 진행된 일요서울TV ‘류여해의 적반하장 시즌2’에 출연한 박종진 전 후보의 말을 문답식으로 재구성했다.

- 석촌호수에 아직 뛰어 들지 않은 이유는.
▲ 석촌호수에는 뛰어들 거다. 월드컵이 끝나야 한다. 뛰어들려면 관심을 받아야 한다. 과태료는 각오해야 한다. 업무방해죄인데 구청직원이 알려줬다. 구청직원이 하지 말라고 했다.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게 구청이다. 구청에서 하면 안 된다고 통보가 왔다. 통보가 왔는데 하면 업무방해가 될 수 있다.   

-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하면 3등할 거라는 시각이 많았다.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았는데.
▲ 선거에 나가면 착각에 빠진다.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다 뽑아 준다고 하니까 완전히 착각에 빠진다. 나는 100% 되는 줄 알았다. 누가 웃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 단일화 하자고 기자회견 하려고 했던 걸로 아는데.
▲ 지금은 고백한다. 송파을 지역이 우파가 강한 지역이다. 이 지역의 유지들이 네가 나이가 배현진 후보보다 많으니 먼저 제안을 하고 뭔가 합쳐 줘야 하지 않겠냐. 네가 보수 아니냐. 그러면 네가 앞장서서 기를 들고 나가라고 했다. (당과) 상의 안하고 기자회견 해서 배현진 후보하고 만나자, 만나서 송파을에 우파세력들이 원하는 단일화에 대해서 한번 의논 한번 해 봅시다라고 공개적으로 제안하려고 했다. 그런데 제안 자체도 못하게 됐다.

- 선거 비용이 많이 들었을 텐데. 돈이 아깝지는 않았나.
▲ 선거비용만 해도 1억6천만 원 정도 들었다. 월세 등은 선거 외 비용으로 들어간다. 100% 자비로 들어갔다. 15.26% 득표해 선거비용은 100% 보전받았다. (사전) 여론조사가 10~12%대였다. 마지막 여론조사가 8%였다. 거의 침울했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믿지 않았다. 너무 응답률이 떨어지고 표본 자체가 고정됐었다.

- 손학규 상임고문이 출마한다고 했을 때 출마를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 난 확신한다. 끝까지 버티고 완주한 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거기서 포기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물론 2년 후에 기회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기회가 뭔지도 모른다. 역사가 내일 일도 모르는데 2년 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 줄 알겠나. 
오히려 여기서 내 목소리를 정확히 내준 게 좋았고 손학규 상임고문과 정면으로 붙었던 게 더 좋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시 복기를 해봐도 그렇다. 주변 일반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잘했다는 반응이 95% 정도다.

- 바른미래당의 미래가 안 보인다. 
▲ 사망선고다. 바른미래당은 실험이 끝났다. 합리적 보수라고 생각하는 자유한국당 세력과 개혁적 보수를 꿈꾸는 바른미래정당 세력이 비빔밥을 만들려고 했는데 맛있는 비빔밥이 안 나오고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니고 섞이지도 않았다. 그런 당으로 국민이 결론을 내렸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기초단체장이 한 석도 안 나왔다는 거다. 경기도에서도 기초위원장이 한 명도 안 나왔다. 이건 사망선고 중에서도 완벽한 사망선고다. 이건 빨리 인정해야 한다. 

- 보수 우파의 미래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의원들 배지의 임기가 남아 있는 한 절대로 우리가 원하는 헤쳐모여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내년 상반기 6월이나 7월이 돼야 움직인다. 그때 판을 잘 짜야 되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조선의 신진 세력 같은 젊고 개혁적인 그리고 살아 있는. 보수당은 죽었지만 보수 국민은 절대 죽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과반수 이상이 나는 보수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반드시 탄생해야 한다. 

- 박종진이 생각하는 젊음의 기준은.
▲ 나이로 따질 수는 없다. 난 (기준을) 젊은 사고로 본다. 굳이 육체적인 나이로 따진다면 그래도 50대 초반까지. 왜냐면 오십대라도 생각이 젊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어려운 내용이다. 젊은 정체성, 미래 지향성을 내놓고 이 정체성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 우리나라에 보수를 이끌 리더가 있나.
▲ 내가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저 사람이다라고 한다면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 ‘앞장선다’는 것은 뒤에서 도와주는 것도 앞장선다는 의미다. 강령이나 이런 것부터 확실히 만들자. 이제 보수니 안보니 경제개념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보수 강령을 뛰어넘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북한과 미국이 이면계약 속에서 경제와 돈을 움직여 가고 있다.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우리가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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