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특수군이라는 ‘광수’, ‘난 아니다’라는 사람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달 4일 오전 광주지검에서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고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 기자의 취재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호텔 소속 택시기사 고 김사복 씨(영화 택시운전사 주인공)의 아들 김승필(59) 씨와 5·18 시민군 지용(76) 씨가 보수 논객 지만원(76) 박사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에 앞서 법적 대응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도대체 지 박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 박사 “제가 ‘또라이’가 돼 가지고 나라가 산다면”
필명 ‘노숙자담요’ 도움 아래 얼굴인식기술로 검증


지만원 박사는 우리나라 대표 보수 논객이다. 일각에서는 ‘극우보수논객’이라고 부를 정도로 지 박사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달린다. 지 박사는 주로 5·18, 4·3사건 등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는 책 ‘12년 연구의 결과물:5·18분석 최종보고서’ 요약글을 통해 “광주폭동을 위해 10?26 이후 살인기계로 훈련된 북한특수군을 축차적으로 침투시켰다”며 “5·18은 이렇게 집결시킨 600명의 북한 특수군이 벌인 광란작전이었다”고 밝혔다. 

지 박사는 이러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의 북한특수군, 이른바 ‘광수’를 찾아내 공개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 박사가 지목한 ‘광수’들 중에 본인은 북한특수군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친분설은 사실


지만원 박사는 지난달 28일 일요서울TV ‘류여해의 적반하장 시즌2’에 출연했다. 당시 지 박사는 인사말을 하며 “제가 ‘또라이’가 돼 가지고 나라가 산다면 기꺼이 ‘또라이’가 아니라 그 이상도 되겠다‘고 말했다. 그를 향한 대중의 비난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실 지 박사는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을 만큼 좌파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 박사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이 식사 자리에도 항상 옆 좌석에 동석을 시킬 만큼 좋아했었다고 회고했다.

지 박사가 김 전 대통령을 알게 된 것은 아태재단을 통해서였다. 1995년 봄 어느날 아태재단에서 정치인 양성을 위한 강좌를 열었는데 강의를 부탁해 오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 전 대통령 요청으로 중국인들이 참여한 한 국제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게 됐고 그 이후 만남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후 각종 장관이나 공기업장 자리 제의도 받았으나 조직생활을 싫어하는 탓에 거절했던 일화도 전했다. 

둘 사이가 갈라지게 된 계기는 대통령 당선 이후의 정책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 박사는 당시 김대중 정부가 “1999년부터 북한에 항로를 열어주고 개성공단을 만들고 금강산에 배를 보내고 하는 햇볕정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 박사는 햇볕정책 발표를 현장에서 직접 들었는데 이른바 ‘다 퍼주는’ 정책이었다며 그때부터 정부를 비판하게 됐다고 전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2002년에 ‘김대중이는 북한의 앞잡이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동아일보와 문화일보에 게재하면서였다는 것이다. 

계속 발견되는 광수들
진짜일까 가짜일까


이후 지만원 박사는 과거 논란이 됐던 각종 사건들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 그중하나가 5·18사건이다. 지 박사는 조사를 하던 중 북한특수군이 위장한 사람이라는 ‘광수’들을 하나둘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필명 ‘노숙자담요’의 도움 아래 얼굴인식기술 등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그렇게 시작한 ‘광수 찾기’로 지 박사는 2015년 5월 5일부터 최근까지 약 500여명을 특정했다. 지 박사에 따르면 ‘노숙자담요’는 미 CIA에서 영상분석을 하던 사람이다.

지 박사는 방송을 통해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왔다는 내용까지 문헌으로 (확인)했다. 검찰기록, 수사기록 경찰기록 등의 문헌으로 확인했다”며 2014년 발행한 ‘12년 연구의 결과물 : 5·18분석 최종보고서’라는 책에 모든 내용이 담겨있다고 했다. 당시 지 박사는 “이제 내 몫은 다했다”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지 박사는 2010년 평양 노동자회관에서 5·18 30주년 기념행사를 했는데 로얄석에 앉아 있는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국내에서 찍힌 사진 중에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확인에 나서면서 또 다른 ‘광수 찾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광수’가 수백명으로 늘어나면서 시작됐다. 광수로 지목된 일부 사람들이 자신이 또는 사진 속 인물이 북한 특수군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지난 6월 4일 고소건도 마찬가지다. 고 김사복 씨 아들과 5·18 당시 시민군으로 알려진 지용 씨는 “정부와 국방부는 ‘5·18에 북한군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공식 인정했고, 미 국무성 문서에도 ‘5·18은 공산주의가 배후에 있지 않고, 북한군 투입 사실도 없었다’고 기록돼 있다”며 “하지만 지만원은 2002년 이후 ‘5·18 북한군 침투설’을 인터넷·출판물을 통해 무차별 유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시민을 북한 특수군 ‘00광수’라고 이름 붙인 지만원의 글과 사진이 일간베스트저장소와 극우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끊임없는 왜곡은 민주 시민의 명예를 짓밟고, 국가 이념과 공공질서 파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회견 직후 ‘사자 명예훼손’과 ‘출판물 등에 대한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지 박사를 각각 고소했다.   

지 박사는 연이은 고소에도 초연하다. 다만 재판이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밝힐 수 있다고 말하며 5·18 피해자로 알려진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지만원 박사의 주장이 담긴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일요서울TV 유튜브 채널 ‘류여해의 적반하장 시즌2’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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