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하는 ‘세대교체론’…‘중진’ 몰아낼까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정치권 대규모 권력 교체가 일어나는 ‘8월 빅뱅’이 다가오는 가운데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에서도 권력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당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속속 출마 의사를 밝히며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당권 레이스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신구 세력 간 정면 대결이다.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론’과 다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중진역할론’ 간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여기에 차기 당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후보 간 양보 없는 혈투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용주 의원 <뉴시스>
 평화, ‘초선’ 이용주·최경환 vs ‘중진’ 정동영·유성엽 신구 충돌
바른미래, 김성식·하태경·장진영·이준석 등 ‘젊은 기수’ 부상

 
당권 경쟁 분위기가 먼저 달아오른 곳은 오는 8월5일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평화당이다. 평화당에선 4선의 정동영(전북 전주) 의원과 3선의 유성엽(전북 정읍) 의원 등 중진급 의원들이 먼저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정 의원은 지난 20일 당 중진 모임에서 “고도의 경험이 필요한 중진 대표가 당 건설에 필요하다”며 도전 의사를 밝혔고, 유 의원은 일찌감치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바 있다. 이들은 평화당이 창당 초기인 만큼 무게감 있고 경험이 많은 중진 의원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진에 맞서는 후보로는 이용주(전남 여수) 의원과 최경환(광주 북구)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는 당대표뿐만 아니라 최고위원도 함께 뽑는 것이므로 출마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본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최 의원도 “소명이 있다면 피한다고 피할 수 없다”며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부장검사 출신의 이 의원은 현재 원내수석부대표와 전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인 최 의원은 당 대변인과 광주시당위원장에 재임 중이다. 최 의원은 7월 초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의원은 당대표로서의 비전을 가다듬고 있다.

 
정동영 의원 <뉴시스>
 힘 실리는 ‘초선 대표론’
박지원의 수렴청정?

 
여의도 새내기들의 도전장으로 평화당 당권 경쟁은 초선 대 중진 대결로 구도가 짜였다. 당 안팎에선 정치 고참들의 ‘중진역할론’보다 젊은 기수들이 나서야 한다는 ‘세대교체론’에 다소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원내대표가 3선의 장병완 의원인 만큼 당대표는 비교적 참신한 새 인물이 선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평화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당 진로에 관한 긴급 토론회에서는 중진들의 2선 후퇴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박·정·천’(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을 거론하며 “이들은 국가 경영의 핵심에 섰던 사람들인데 이제 4번타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며 “이 분들은 2선으로 후퇴하고 선수 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박지원 의원도 새로운 인물이 나서고 중진들의 2선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초선 대표론’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정동영 의원은 “야당은 리더십이 90%”라며 당권 도전 의지를 명확히 하는 상황인 만큼 초선과 중진 간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 의원과 유 의원이 단일화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두 의원의 지역구가 모두 전북이어서 전북 당원의 표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들은 회동을 갖고 당권을 둘러싼 물밑 조율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유 의원에게 원내대표 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평화당은 8월5일 오후 4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대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전대에서 5명 후보 중 최고 득표자를 대표로, 차순위 득표자 4명을 최고위원으로 각각 선출한다. 최근 평화당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을 마치고 세부 규칙 마련에 돌입했다.

 
김성식 의원 <뉴시스>
 바른미래도 세대교체 바람
“공감하나 미풍에 그칠 것”

 
오는 8월19일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를 개최하는 바른미래당은 아직 당권 경쟁이 본격화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고 있으며,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 김성식·하태경 의원, 장진영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이준석 서울 노원병지역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바른미래당 당권 후보들은 지방선거 이후 잠행 중인 손 전 위원장을 제외하곤 중진이 없는 젊은 기수로 분류된다. ‘세대교체론’이 급부상하는 형국이다. 3
 
0대의 이준석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출마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위원장은 “전당대회(선출대회)에서 이겨서 당당하게 ‘뜨거운 냉커피’ 말고 제대로 된 물건을 팔고자 한다”고 밝혔다. 당 최대 과제인 정체성을 분명하게 정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태경 의원 <뉴시스>
 재선의 하태경 의원도 당권을 저울질 중인데 출마 쪽으로 다소 무게가 기우는 모습이다. 재선이자 개혁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성식 의원도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정치 전면에서 거리를 유지해 온 김 의원은 비교적 참신한 인물이라는 평이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당 시절 중진 2선 후퇴를 주장하면서 ‘당대표 김성식·원내대표 김관영’을 언급한 바 있다.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지만 미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세대교체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추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차기 당대표는 합리적이고 무게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중량감 있는 인사가 나설 경우 그 쪽으로 여론이 기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아직 구체적인 당대표 선출방식 등을 확정하지 않았다. 현행 당헌에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하기로 돼 있지만, 분리해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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