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1시에 열고 해외 건설근로자 휴가 늘었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다.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지난 1일 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된다. 기업들은 시행 전부터 52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 중이며, 정부도 계도기간을 6개월 부여했음에도 문제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요서울은 시범 운영중인 회사의 단축안 마련에 대해 알아본다.

 
월요회의 자제, 자율출퇴근, 유연근무 등…기업별 개별 준비
계도기간 6개월 성패 바뀔까 ‘의문’…파열음도 곳곳에서 속출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본점과 강남점을 제외한 전점의 개점시간을 기존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춘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이는 신세계백화점이 올해부터 주 35시간 근무 등 일과 과정이 양립할 수 있는 ‘워라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상황에서 협력회사 사원들에게도 ‘워라밸’ 실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이로써 1979년부터 이어져 온 신세계백화점의 개점 시간이 전면 변경되는 셈이다.

 
10시30분→11시로 본점과 강남점은 제외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부터 영등포점·경기점·광주점에서 ‘11시 개점’을 시범운영하며 영업시간 변경에 대한 고객·협력사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왔다.

김정식 신세계백화점 지원본부장(부사장)은 ‘백화점이 브랜드 협력사원들의 출·퇴근 시간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영업시간 단축이 협력사원들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면세점과 함께 운영 중인 본점과 강남점은 글로벌 관광객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기존 10시 30분 개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개점시간 변경과 함께 점포 협력사원 휴게공간에 마사지 기계를 300여 대 추가로 비치하고 시각장애인 안마사인 헬스 키퍼를 고용해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협력사원들의 근무환경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난달 5일부터 주52시간 근로제를 시범 실시해 온 GS건설은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해외현장을 포함한 상세한 실시 방안을 확정하고 7월 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가장 주목 받는 내용은 해외건설 현장에 적용할 제도다. GS건설은 해외에서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해 3개월 단위의 탄력근무제를 실시한다. 이 같은 안은 지난 3년간 의무 해외현장 근무를 마친 신입사원들의 경험 및 시범실시 결과를 노사합동으로 검토해 마련한 것이다.

해외 현장의 탄력근무제도는 지역별로도 세분화해 운영키로 했다. 지역 난이도에 따라 A·B·C 세 타입으로 구분해 A·B타입은 3개월에 1회 휴가를 주고, C타입은 4개월에 1회 휴가를 주는 것이 골자다.

세부적으로 A타입(이라크, 이집트, 오만, 사우디 오지)의 경우 3개월 내 11주를 근무하고 15일의 휴가(이동일 휴일 포함)를 주고, B타입(UAE, 쿠웨이트, 사우디 일반)은 12일의 휴가를 제공한다. 다만 싱가포르, 터키, 베트남, 호주 등 근무여건이 양호한 C지역의 경우 종전과 유사한 4개월 1회(15일) 휴가를 적용한다.

이는 근무시간에 포함되는 11주간은 1주6일 58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2주는 휴가를 줘 3개월내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추는 탄력근무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A, B타입의 경우 기존 4개월에 1회 정기휴가가 3개월에 1회로 늘어난다. 이러한 근무형태가 도입되는 것은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최초다.

국내 현장은 2주를 기준으로 하는 탄력근무제가 도입됐다. 현장에서는 주 48시간 (1일 8시간 / 주 6일 근무, 국내 현장은 격주 6일 근무)을 기준으로 하며 연장근로 시간은 총 근로시간이 1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전 신청 및 승인을 통해 유동적으로 이루어진다.

GS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근로시간단축 계도 기간 방침과 관계없이 주 52시간 근로제를 예외 없이 전사적으로 준수키로 했다’라며, ‘노사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세부안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야근을 지양하는 등 주 52시간 근로제가 정착되고 근무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은 제도 시행이 1년간 유예됐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다음 달 1일부터 52시간 근무를 시행할 예정이다. 먼저 신한카드는 52시간 근무를 위해 PC오프제를 확대하고 자율출퇴근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노사 간 합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이다.

롯데카드는 이미 유연근무제와 PC오프제 등을 운영하고 있어 제도 도입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분위기다.

PC오프제는 퇴근 시간에 맞춰 PC가 종료되면서 정시 퇴근을 장려하는 방안이다. 유연근무제는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은 동일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업무 성격이나 일정에 따라 조절하는 방식이다. 9시 출근 6시 퇴근을 하거나 10시 출근 7시 퇴근도 가능하다. 조기 퇴근이 필요할 때는 8시 출근 5시 퇴근도 가능하다.

 


국민카드도 52시간 근무 조기 도입을 결정했다. 유연근무제와 유사한 시차출근제를 시범 적용하고 있다. 직원들의 신청을 받아 시차출근제를 운용 중이며 올 하반기에는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도입 취지 공감하면서도...
 
 
재계는 대체로 52시간 근무 조기 도입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지만 일부 업계는 조기 도입이 불확실한 상태다.

52시간 근무 도입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시행 시기는 확정하지 못한 곳도 많다. 사용자협회와 노조 간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견해차가 있어 쉽게 합의점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업무 특성상 집중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계도기간 중 협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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