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2% 적립금’ 내세운 파격서비스로 회원 급증롯데카드 백화점 카드사업부문 합병으로 잠재 고객 막강카드업계의 혈투가 시작됐다. 생존을 향한 한바탕 치열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카드업계의 이러한 분위기는 올초 카드채 환매대란을 떠올린다면 사뭇 다른 풍경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의 생존 여부가 금융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제 화두는 ‘약육강식’의 치열한 싸움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느냐로 바뀌고 있다. 종전까지 카드업계는 ‘빅3’ 삼성-LG-국민카드 대 기타 카드사로 대결 구도가 잡혀있었다. 그러나 확고부동할 것만 같았던 이 구도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중소 카드사들이 나름의 생존의 칼을 빼든 것.물론 카드업계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은 누구나 빅3 구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 ,2위를 다투는 삼성과 LG에 국민이 지키고 있는 부동의 3위가 너무나도 굳건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02년 12월31일 현재 시장점유율은 LG가 23.2%, 삼성 22.2%, 국민 15.7%에 육박한다. 이들 빅3의 전체 시장점유율은 무려 61.1%에 달한다.

나머지 38.9%의 시장을 놓고 중소 카드사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이들 가운데 최근 들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는 곳이 현대와 롯데카드다. 이들은 각각 모회사의 막강한 지원 아래 후발주자들의 반란을 주도하고 있다.이들의 전략적 큰 틀은 그룹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전술은 판이하다.현대의 경우 적립률 2%에 현대차나 기아차 구매시 최대 200만원까지 할인해주는 파격적 서비스를 앞세워 파상공세에 나섰다. 게다가 최근에는 현대백화점과 손잡고 강남의 고급 소비층 공략을 꿈꾸고 있다.이에 비해 롯데는 롯데백화점 카드사업부문과 합병함으로써 국내 최대 고객수를 자랑하는 롯데백화점 고객들을 흡수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현대가 파격 서비스를 앞세웠다면 롯데는 양의 경제를 지향한 셈이다.2001년 현대차그룹이 대우계열의 다이너스 카드를 인수한 이후 2년 연속 적자로 존속여부마저 의심받았던 현대카드의 공격적 마케팅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현대카드의 마케팅 전략은 ‘M카드’의 파격 서비스다. 이용금액의 2%가 적립금으로 적립되고 현대차나 기아차 구입시 최대 200만원까지 할인해주는 서비스에 항공마일리지까지, 기존 카드사와 서비스 스케일이 다르다.2% 적립률은 타 카드사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20배에 달한다. 뭐니뭐니해도 현대카드의 가장 큰 강점은 적립 포인트를 승용차 구입이나 항공편, 주유, 호텔 및 콘도, 패밀리 레스토랑 할인 등에 이용할 수 있는 폭넓은 서비스 네트워크에 있다. 주5일 근무제에 소득이 높아질수록 매출이 올라가는 업종들이 현대카드에 집결해있다.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M카드 출시 첫달인 5월 1만5,000장이었던 카드발급 수가 6월 8만9,000장, 7월 10만장 등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8월까지 누적 회원수가 3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급격히 비대해진 외형만큼이나 알맹이도 알차다.

5월 37%에 불과하던 카드이용률이 6월 55%, 7월 68%에 달했다. 업계 평균치 30∼4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카드사 영업의 일차적 목표는 고객수 확보라는 점에서 롯데카드는 이미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니다. 롯데백화점 카드부문과 합병을 앞둔 롯데카드는 백화점 고객 600만명 가운데 최소한 롯데카드가 흡수할 수 있는 신규고객을 100만명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빅3의 고객수가 대략 1,200만∼1,300만명.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봐도 롯데의 잠재력은 막강하다.고객수만 가지고 롯데의 강점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고객정보(DB)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카드사들의 무형의 자산 경쟁에서 롯데는 손쉽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기존 롯데카드 고객 40만명에 최소 신규고객 100만명을 받아들이고 고객정보를 잘 활용하면 한 번 해볼만하다는 게 롯데의 생각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최소 회원수(100만∼150만명)를 충족하는데다 잠재부실 고객를 거를 수 있는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연체 누적으로 타 카드사로부터 밀려난 고객을 받아들이게 되면 연체율만 늘어날 공산이 크다.이밖에 유통왕국답게 롯데그룹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백화점, 할인점, 호텔, 패밀리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위락시설)를 롯데카드에 접목시킬 예정이어서 카드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은행계 카드사들도 와신상담, 재패를 노리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들 가운데 최대 복병은 ‘신한+조흥카드’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출범할 신한조흥카드는 후발주자들 사이의 각축전을 유도할 것으로 카드업계는 보고 있다.조흥은행 카드부문은 이미 4%대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오고 있다. 신한카드는 7%대의 안정적인 연체율을 자랑하고 있다.후발주자들의 강력한 도전에 빅3 카드사들은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대결 양상은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이제는 연체율을 낮추는게 급선무이고 다음으로 우량 고객들의 지갑을 얼마나 크게 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한다. 즉, 서비스 전쟁이라는 말이다.선발주자들의 ‘굳히기’에 맞서는 후발주자들의 ‘뒤집기’ 승부가 카드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향후 구도가 어떻게 짜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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