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은 97년 12월 영업 정지됐다가 이듬해 5월 영업을 재개했으나, 2000년 1월 2차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같은 해 5월 퇴출됐다. 나라종금은 IMF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나라종금은 퇴출되기 전 보성그룹에 인수됐지만 이때가 나라종금은 최악의 상태였다. 인수자는 의류업 등을 했던 보성그룹. 나라종금은 보성그룹에 인수되면서 큰 풍파를 겪어야만 했다. 그룹 회장이던 김호준씨가 나라종금을 거의 사금고화했기 때문. 김씨와 안상태 전 나라종금 회장은 상환능력이 없는 보성그룹에 약 2,955억원을 부당 대출해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던 것. 김씨 등은 98∼99년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꾸며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나라종금의 불운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보성그룹이 IMF 때 위기를 겪자 나라종금도 덩달아 동반부실 상태에 빠졌다. 결국 금감원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퇴출 위기에 처하게 되자 대주주인 김호준씨는 정·관계에 로비를 시도한 것. 우선 당시 금감위원장이었던 이용근씨도 나라종금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설수에 올랐으며, 민주당 등 여권의 핵심 정치인들도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설수에 올라야 했다. 지난 4월부터 불거진 이 사건은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으로 관련 정치인들만 수십여 명이 오르내렸다. 아직까지 검찰은 일부 관계자의 수사를 하고 있으며, 일부는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 드러난 면면만 해도 전현직 정치인이 다소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박주선 민주당 의원과 한광옥 전대통령비서실장, 김홍일 민주당 의원 등 전정권 정치인들과 현정권인사로는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소장도 포함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나라종금하면 진저리를 칠 정도로 많은 정치인이 연루된 사건으로 기억한다. 당시 검찰도 큰 수모를 겪었다. 무려 두 번에 걸친 수사를 해야 했다. 신뢰회복을 위해 대검은 감찰부까지 동원, 부실 수사의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등 자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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